- 거창한 강의보다 진솔한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다

우리는 배움을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한 강사의 강연, 권위 있는 기관의 교육, 그리고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의 조언. 이런 것들이 진짜 배움이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인식.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서 가장 깊이 남는 배움은 종종 다른 곳에서 온다. 할머니가 들려준 젊은 시절 이야기, 옆집 아저씨가 나눠준 직업에 대한 솔직한 경험, 그리고 동네 어른이 건네준 삶의 지혜. 이런 것들이 교과서보다 더 오래, 더 깊이 마음에 남는다.
의정부도시교육재단이 시작하는 세대 공유 프로젝트 이어온길은 이 평범한 배움의 가치를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다. 거창한 강의나 전문적인 교육이 아니라 우리 이웃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오며 겪은 일상과 소중한 경험을 배움의 자산으로 삼는 것. 평범한 삶이 가장 깊은 교과서가 되는 것. 그것이 이어온길의 본질이다.
◇ 이어온맨이라는 이름의 의미
이어온맨. 이 이름이 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어온다는 것은 연결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세대와 세대를 이으며, 경험과 배움을 잇는 것. 이어온맨은 이 연결을 만드는 사람이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 그 전달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맨이라는 표현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의미한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 그러나 그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나눌 때 특별한 가치를 만드는 것. 이것이 이어온맨이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역설이다.
나이나 직업, 화려한 경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어온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유명인이나 전문가만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 누구나.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민주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 추천과 신청의 투트랙
시민 추천과 직접 신청이라는 두 가지 모집 방식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보자.
직접 신청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눔에 대한 동기가 강하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 추천은 다른 차원의 가치를 만든다. 스스로는 자신의 경험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직접 신청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의 추천을 받으면 자신의 경험이 가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추천을 받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는 것. 이것이 자존감을 높이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사람도 주변을 돌아보며 숨은 가치를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방식이 결합될 때 더 다채롭고 생생한 시민들의 삶의 궤적이 프로그램에 담린다. 특정 분야나 특정 유형의 사람들에게 치우치지 않고 의정부 시민들의 다양한 삶이 반영되는 것이다.
◇ 강사가 아닌 설계자
선발된 이어온맨들이 단순한 강사가 아닌 프로그램의 설계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강사는 정해진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커리큘럼이 있고,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강사의 역할이다. 그러나 설계자는 다르다.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참여자들과 소통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이것이 설계자의 역할이다.
이어온맨이 설계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해준 형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경험을 나누는 것. 이것이 이야기를 더 진솔하고 생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여자들도 수동적인 청중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공감하며 함께 경험을 나누는 것. 이것이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이 만드는 것이다.
◇ 소규모 교류의 힘
4월부터 11월까지 약 2차시 내외의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 이 형식이 가진 강점이 있다.
대규모 강연은 일방적이다. 강사가 말하고 청중이 듣는 것.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연결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소규모 교류는 다르다. 적은 인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각자의 반응을 볼 수 있고,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개인적인 연결이 만들어진다.
2차시라는 짧은 시간도 의미가 있다. 긴 프로그램은 참여의 부담이 크다. 그러나 2차시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낮은 진입 장벽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이어온맨과 참여자들이 서로를 기억할 수 있다. 대규모 강연에서는 강사와 청중이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규모 교류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알고, 이야기를 기억하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연결이 이어질 수 있다.
◇ 세대 간 갈등을 녹이는 방법
이어온길이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준다.
세대 갈등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와 편견이 쌓이는 것. 이것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세대 갈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서로의 경험을 모른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한다. 이 무지가 오해를 만들고 갈등을 키운다.
이어온길은 이 무지를 없애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젊은 세대가 그것을 듣는 것. 그리고 젊은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기성세대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 이 상호적인 이해가 세대 갈등을 녹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라는 것이다. 세대 이해를 위한 교육이라는 딱딱한 형식이 아니라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자연스러운 만남. 이것이 진정한 세대 연결을 만드는 방법이다.
◇ 경험이 자산이 되는 순간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길이 된다는 것. 이것이 이어온길의 핵심 메시지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경험을 과소평가한다. 특별한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삶. 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 평범한 삶이 특별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30년간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는 그 직업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소중한 안내가 된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희망이 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이어온맨이 자신의 경험을 나눌 때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산이 된다. 지역사회의 학습 자원으로 확장되는 것. 그리고 그 자산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평범한 경험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 성취감이라는 선물
이어온맨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자신의 삶이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도 중요한 가치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특히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줄어든 고령층에게 이 의문은 더 크게 다가온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내 경험이 아직도 가치가 있는가.
이어온맨으로 참여하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내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는 사람들, 내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 사람들. 이것이 자신의 삶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성취감이 삶의 활력을 만들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 도시교육재단의 역할
의정부도시교육재단이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도시 교육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그러나 도시 교육은 더 넓은 개념이다. 도시 전체가 교육의 공간이 되고, 모든 시민이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 이어온길이 바로 이 도시 교육의 실천이다.
재단이 이어온맨들을 단순히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프로그램의 설계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재단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성 대표이사가 평범한 우리 시민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사업이라고 말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재단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재단은 무대를 만들고, 시민들이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 이것이 시민 주도형 프로그램의 본질이다.
◇ 4월부터 11월까지의 여정
4월부터 11월까지. 봄에 시작해 가을에 마무리되는 여정이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 여름을 지나며 관계가 깊어지고, 가을에 그 결실을 맺는 것. 이 계절의 흐름이 이어온길의 여정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의정부 곳곳에서 다양한 이어온맨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어떤 이야기는 웃음을 만들고, 어떤 이야기는 눈물을 만들며, 어떤 이야기는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의정부라는 도시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이어온맨과 참여자들 사이의 연결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프로그램은 끝나도 관계는 계속되는 것. 그것이 이어온길이 만드는 진정한 유산이다.
◇ 평범함의 재발견
이어온길이 궁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평범함의 재발견이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에는 화려한 삶들이 넘쳐나고, 평범한 일상은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시대에 평범한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어온맨이 자신의 평범한 삶을 나눌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도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이것이 이어온길이 만드는 평범함의 재발견이다.
거창한 강의보다 진솔한 이야기가 더 오래 남는다. 의정부 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이어온길을 통해 세대를 넘어 전달되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새로운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많은 의정부 시민들이 이어온맨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이야기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특별한 배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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