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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판의 경마장 — 안병용 예비후보의 유치 선언이 던지는 질문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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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공약은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더 좋은 공약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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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공약이 쏟아진다. 크고 화려한 숫자들. 연간 500억 원의 세수, 1,000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 이런 숫자들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숫자들이 실현 가능한지,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는 종종 뒷전이 된다.


안병용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장 예비후보가 과천경마공원 유치를 선언한 것은 의정부의 재정 위기라는 실재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말뿐인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확실한 세수를 창출할 현실적인 방안이 절실하다는 진단은 옳다. 의정부시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진단이 옳다고 해서 처방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경마장 유치가 의정부 재정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유치가 실현 가능한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선거 공약은 당선 후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 재정 위기 진단은 정확한가


안 예비후보가 의정부시의 재정 상황을 줄어드는 민생 예산과 얼어붙은 골목상권으로 묘사한 것은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의정부시의 재정 자립도는 경기도 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낮은 편이다. 자체 세수가 부족하고 중앙정부 교부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이것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민생 예산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다.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체 세수를 늘려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이것이 세수 증대의 근본적인 방법이다. 안 예비후보가 경마장 유치를 통해 연간 5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이 방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재정 위기의 원인이 단순히 세수 부족만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 불필요한 지출의 존재, 그리고 중장기 재정 계획의 적절성. 이런 요소들도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세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지출을 효율화하는 것도 재정 위기 해결의 중요한 축이다.


◇ 500억 원의 근거


연간 500억 원의 세수 확보. 이 숫자의 근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현재 과천 렛츠런파크가 과천시에 납부하는 세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경마장이 의정부로 이전했을 때 같은 수준의 세수가 발생할 것인지, 아니면 더 많거나 적을 것인지. 이것이 500억 원이라는 숫자의 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경마장에서 발생하는 세수는 재산세, 지방소득세, 그리고 각종 부담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것들의 합계가 500억 원에 달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만약 현재 과천시가 렛츠런파크로부터 받는 세수가 50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숫자는 과장된 것이다.


1,000억 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도 마찬가지다. 경제 유발 효과는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를 합산한 것인데, 이 계산 방식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낙관적인 가정을 적용하면 숫자가 커지고,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하면 작아진다. 어떤 가정을 적용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 친환경 에코 홀스파크의 차별성


안 예비후보가 단순한 경마장이 아니라 친환경 에코 홀스파크를 제안한 것은 경마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친환경과 에코라는 수식어가 경마장에 붙으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추고, 녹지를 확충하며, 환경 친화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 이것이 친환경 에코 홀스파크의 내용이라면 기존 경마장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경마의 사행성이라는 본질적인 특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친환경 시설을 갖춘 경마장도 여전히 경마장이다. 도박 중독의 위험, 사회적 비용, 그리고 도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이것들은 친환경 설계로 해결되지 않는다.


홀스파크라는 개념이 경마를 넘어 말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승마 체험, 말 관련 교육, 그리고 말 산업 클러스터. 이것들이 결합된 복합 시설이라면 단순한 경마장과는 다른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안 예비후보가 제안하는 친환경 에코 홀스파크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더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 김동근 시장 비판의 타당성


안 예비후보가 김동근 시장의 방관적 태도를 강력히 비판한 것은 선거 공방의 성격을 가진다. 이 비판이 타당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앞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양주시는 이미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TF팀을 구성하고 광석지구를 후보지로 제시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의정부시가 이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이 반드시 방관은 아니다. 경마장 이전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결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드는 것보다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의정부시가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표현은 선거 공방에서 효과적인 언어지만 현실을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 의정부시의 실제 대응 상황을 확인하고 그것이 정말 방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 3선 경륜과 정부 핫라인의 현실성


안 예비후보가 3선 시장 경륜과 정부 부처와의 핫라인을 강점으로 내세운 것은 자신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유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3선 시장으로서의 경험은 실재하는 강점이다. 행정 경험, 중앙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대형 사업 추진 노하우. 이것들은 경마장 유치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핫라인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정부 부처 담당자와의 개인적 친분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현대 행정에서 개인적 네트워크보다 객관적인 타당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핫라인이 있다고 해서 의정부가 다른 후보지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선정될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협조 체계도 마찬가지다. 여당 의원들의 지원이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정부가 객관적으로 최적의 후보지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 의정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안 예비후보가 경마장 유치를 선언했다면 의정부가 왜 최적의 후보지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양주시는 이미 즉시 착공 가능한 117만㎡의 광석지구를 내세우고 있다. 화성과 안산은 수도권 남부의 접근성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이다. 고양은 서울과의 근접성을 강조할 것이다. 이런 경쟁 후보지들과 비교했을 때 의정부의 차별화된 강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의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서울 동북부와의 접근성, 경원선과 1호선을 통한 대중교통 연결, 그리고 군사 도시에서 문화 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의 개발 가능성. 이런 강점들이 경마장 유치의 조건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의정부 내 어느 지역에 경마장을 유치할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부지가 확보되어 있는지, 그 부지의 규모와 조건이 경마장 유치에 적합한지. 이것이 유치 계획의 현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 공약과 실현 가능성 사이


선거 공약은 당선 후 실현되어야 한다. 실현되지 못하는 공약은 시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행정에 대한 불신을 만든다.


경마장 유치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들이 있다. 정부의 이전 결정이 확정될 것인가. 의정부가 경쟁 후보지들을 제치고 선정될 것인가. 선정된 후 실제 착공과 운영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 세 단계 각각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공약은 이행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져야 한다. 안 예비후보가 이 불확실성을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더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 재정 위기 해결의 다른 방법들


경마장 유치가 의정부 재정 위기의 유일한 해법인가. 이 질문도 던져야 한다.


기업 유치, 관광 활성화, 그리고 지역 특화 산업 육성. 이런 방법들도 세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경마장 유치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도시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더 잘 맞을 수 있다.


반환공여지 개발도 의정부 재정 확충의 중요한 카드다. 캠프 잭슨 등 반환공여지가 제대로 개발되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세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경마장 유치보다 더 지속 가능한 재정 확충 방안이 될 수 있다.


경마장 유치와 다른 재정 확충 방안들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세수 효과, 장기적인 도시 발전 기여도, 그리고 리스크의 크기.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경마장 유치가 최선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 시민들이 물어야 할 것들


안 예비후보의 경마장 유치 선언에 대해 의정부 시민들이 물어야 할 질문들이 있다.


500억 원이라는 세수 추정의 근거는 무엇인가. 의정부 내 어느 지역에 경마장을 유치할 것인가. 사행성 문제와 도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경마장 유치에 실패했을 때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경마장 유치가 의정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을 때 시민들은 이 공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선거 공약은 화려한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 경쟁이 만드는 공론화


안 예비후보의 유치 선언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의정부의 재정 위기와 경마장 유치 가능성에 대한 공론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현직 시장이 소극적이라면 예비후보의 선언이 이 이슈를 공론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시민들이 경마장 유치의 장단점을 논의하고, 의정부의 재정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에서 선거 경쟁이 가진 순기능이다.


현직 시장도 이 공론화에 응답해야 한다. 경마장 유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의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자신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 예비후보의 비판에 침묵하는 것은 방관이라는 비판을 강화할 뿐이다.


◇ 공약을 넘어 비전으로


경마장 유치 선언은 공약이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약을 넘어선 비전이다.


의정부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 10년 후, 20년 후의 의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경마장 유치가 그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큰 그림이 있을 때 개별 공약들이 의미를 가진다.


재정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재정이 건전해진 의정부로 무엇을 할 것인가.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것이 진정한 목표다. 안 예비후보가 경마장 유치라는 수단을 넘어 의정부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때 이 공약은 더 큰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 선거판의 경마장이 남기는 것


과천경마장 유치가 의정부 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것이 선거판의 경마장이다. 후보들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시민들이 그 경쟁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선거판의 경마장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화려한 공약을 내놓느냐가 아니다. 누가 의정부의 현실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그 해법을 실현할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다.


좋은 공약은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더 좋은 공약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안 예비후보의 경마장 유치 선언이 의정부 재정 위기라는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 위에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그 해법이 현실적인지를 시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다.


선거는 시민들의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따지고, 질문하며, 검증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시민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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