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학교의 일도, 경찰의 일도, 부모의 일도 아니다. 마을 전체의 일이다


아침 등굣길.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 그 길목에 낯익은 어른들이 서 있다. 파출소 경찰관, 자율방범대원, 주민자치회 회원,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 피켓을 들고, 홍보물을 나눠주며, 간식을 건네는 어른들.
아이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할까. 단순히 캠페인을 하는 어른들로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서는 다른 것을 느낄 것이다. 내가 사는 마을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내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 이것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진짜 메시지다.
지난 6일 영중중학교 후문에서 열린 청소년 유해환경 근절 및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영중면 청소년지도협의회, 영중파출소, 남녀 자율방범대, 영중면 주민자치회, 영중중학교 교직원이 함께한 이 자리가 보여주는 것이 있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마을 전체의 일이라는 것이다.
◇ 민·관·경 협력의 의미
이번 캠페인의 가장 주목할 점은 민·관·경이 함께했다는 것이다. 행정기관, 경찰, 그리고 민간이 공동체 치안의 일환으로 협력한 것.
각각이 따로 움직이는 것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경찰이 혼자 캠페인을 하면 단속의 느낌이 강하다. 학교가 혼자 하면 교육의 연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면 그것이 공동체의 메시지가 된다. 우리 마을이 우리 아이들을 함께 지킨다는 것.
자율방범대의 참여가 특히 의미 있다. 자율방범대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새벽에 순찰을 돌고, 이런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 이것이 자발적인 공동체 정신의 표현이다.
주민자치회의 참여도 마찬가지다. 주민자치회는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다. 청소년 보호가 행정의 일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의 일이라는 인식. 이것이 지역 밀착형 안전망의 핵심이다.
◇ 신학기, 가장 취약한 시간
신학기를 맞아 이 캠페인이 열린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학기는 아이들에게 변화의 시간이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 이 변화가 설렘이기도 하지만 불안이기도 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취약해질 수 있다.
학교폭력이 신학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힘의 서열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 이 시기에 예방 캠페인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이유다.
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표다. 학업에 전념하려면 먼저 안전해야 한다. 두려움이 있는 환경에서는 공부가 되지 않는다. 안전이 교육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이 캠페인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피켓과 간식이 전하는 것
19세 미만 청소년 술·담배 판매금지, 청소년 유해환경 OUT. 이 문구들이 담긴 피켓. 그리고 학생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홍보물과 간식.
피켓은 어른들의 메시지다. 우리 마을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선언. 술과 담배를 청소년에게 팔지 말라는 경고. 이것이 지역 사회가 청소년 보호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간식은 다른 언어다. 피켓이 선언이라면 간식은 따뜻함이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건네는 것. 이것이 규칙과 단속이 아니라 돌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너희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를 아낀다는 것.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캠페인이 효과적이 된다. 규칙만 강조하면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나 따뜻함과 함께 전달되는 규칙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나를 아끼는 어른들이 나를 위해 만든 규칙이라는 것.
◇ 청소년 보호법의 정신
현행 청소년 보호법이 지자체와 지역 주민이 청소년 유해환경을 정화하고 보호 활동을 수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법이 지역 주민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 보호가 국가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역 사회 전체가 청소년 보호의 주체라는 것. 이것이 청소년 보호법의 정신이다.
이 정신이 영중면 캠페인에서 실현되고 있다. 법이 권고하는 것을 지역 사회가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것.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공동체 정신이다.
◇ 유해환경이란 무엇인가
청소년 유해환경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술과 담배를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 청소년이 출입해서는 안 되는 업소들. 그리고 학교 주변의 불법 광고물과 유해 콘텐츠. 이것들이 청소년 유해환경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이런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술과 담배를 접하게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해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더 쉽게 비행에 빠지고,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환경이 아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대로 안전한 환경이 아이들을 보호한다. 학교 주변이 깨끗하고,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유해 업소가 없는 환경.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이들을 바꾸는 것이다.
◇ 학교폭력 예방의 현실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캠페인 하루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캠페인이 가진 효과가 있다. 첫째,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 둘째,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셋째, 피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하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캠페인을 통해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피해 학생들이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지속적인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활동. 영중면 청소년지도협의회가 앞으로도 유해환경 점검과 선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 이 지속성을 약속하는 것이다.
◇ 가정과 학교와 마을의 삼각형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청소년 보호의 구조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가정이 첫 번째 보호막이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의 전달. 이것이 아이들의 기초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학교와 마을에 있다.
학교가 두 번째 보호막이다. 교사들의 관심과 교육, 그리고 또래 관계의 관리. 이것이 아이들의 하루 대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도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학교 밖의 시간이 있고, 학교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있다.
마을이 세 번째 보호막이다. 학교 밖에서, 가정 밖에서 아이들을 둘러싸는 환경. 이것이 가정과 학교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영중면 캠페인이 이 세 번째 보호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삼각형이 튼튼할 때 아이들이 안전하다. 어느 하나가 약해지면 빈틈이 생기고 그 빈틈으로 위험이 들어온다. 마을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이 삼각형을 완성하는 것이다.
◇ 영중면이 보여주는 모범
영중면의 이번 캠페인이 지역 밀착형 안전망 강화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많은 지역에서 청소년 보호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연 1회 캠페인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 이것이 청소년 보호 활동의 현실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중면의 이번 캠페인은 다르다. 민·관·경이 실제로 함께했고, 학생들과 직접 소통했으며, 지속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이것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다.
포천의 다른 지역들도 이 모범을 따를 수 있다. 각 면과 동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청소년 보호 활동을 펼치는 것. 영중면이 보여준 민·관·경 협력 모델이 포천 전체로 확산된다면 포천의 청소년 안전망이 더 촘촘해질 것이다.
◇ 등굣길의 기억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다. 그때 오늘 등굣길의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을까.
파란 하늘 아래 학교로 걸어가던 아침. 후문에 서 있던 어른들. 피켓을 들고 웃으며 간식을 건네던 사람들. 이 기억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는 것이 있다. 내가 사는 마을이 나를 아꼈다는 것. 어른들이 나의 안전을 위해 아침 일찍 나와 서 있었다는 것.
이 기억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도 그런 어른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을을 위해 시간을 내고, 아이들을 위해 나서는 것. 이것이 공동체 정신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방식이다.
영중면의 어른들이 오늘 심은 씨앗이 언젠가 영중면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등굣길에 서는 것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 안전한 마을이 만드는 것
안전한 마을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단순히 위험으로부터의 보호가 아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성장한다. 두려움 없이 학교에 갈 수 있고,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안전이 자유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불안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위축된다. 학교 가기가 두렵고, 친구 관계가 힘들며,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이것이 유해환경과 학교폭력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진짜 피해다.
영중면이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영중면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지역 사회가 미래 세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아이들을 지키는 것은 학교의 일도, 경찰의 일도, 부모의 일도 아니다. 마을 전체의 일이다. 영중면이 이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실천이 포천 전체로, 나아가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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