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한의 철원에서 제주까지] 빗속에서 마주한 인연, 그리고 따뜻한 배려
철원을 떠나 제주로 향하는 길, 하늘은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며 발걸음을 붙잡았다. 무리하게 이동하기보다 오산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날씨가 선물한 뜻밖의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문득 근처 화성시청 소속으로 있는 오랜 친구가 떠올랐다. 검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늘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멋진 친구다. 차로 2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라는 핑계 삼아 점심을 함께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약속 장소 근처의 스타벅스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창밖으로 흐르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여정의 여유를 만끽했다. 이윽고 마주한 친구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맛있는 회전초밥을 대접해 주었다. 국가대표라는 무거운 타이틀을 지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와 나누는 담소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내일은 조금 더 멀리 길을 떠나야 한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외려 나보다 더 내 일정을 걱정해 주었다. "내일 멀리 가려면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라며, 오산에서 평점이 가장 좋은 숙소를 직접 찾아내 방을 잡아주는 세심한 배려까지 베풀어 주었다.
숙소에 들어서며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함과 함께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스쳤다. 철원에서 제주로 향하는 이 길 위에서, 궂은 날씨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 주는 온기다.
지치기 쉬운 여정의 길목에서 가장 아늑한 쉼터를 선물해 준 화성시청 검도 국가대표 김혜원 선수에게 이 글을 빌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 예쁜 마음씨 덕분에, 내일 이어질 멀고 먼 길도 한결 가볍고 행복한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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