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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천산 파파야 이후를 묻는다…행정은 장면이 아니라 구조를 내놓아야 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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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탄 파파야’ 라이브커머스는 지역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책의 가치는 첫 판매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지속 가능한 농정으로 전환해내는 후속 설계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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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산 프리미엄 아열대 과일 ‘스위탄 파파야’가 지난 24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전국 소비자와 만났다. 포천에서 재배한 열대과일이 공공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소개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분명 상징성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작목 다변화, 스마트팜 기반 생산, 온라인 유통 접목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행정은 이러한 첫 장면을 곧바로 성과로 치환하는 유혹부터 경계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화제성이 아니라 지속성이고, 홍보가 아니라 구조다.


포천산 ‘스위탄 파파야’의 첫 라이브커머스 판매는 지역 농업이 변화의 문턱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통적인 작목의 틀을 넘어 새로운 품목을 시험하고, 생산기술과 유통방식을 함께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 기후변화와 소비시장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에서, 지역 농업이 더 이상 익숙한 방식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례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시도와 정책적 성공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행정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바로 이 둘을 너무 빨리 동일시하는 데 있다. 첫 시도였다는 사실, 공공기관 협업이 있었다는 사실, 외부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성과를 선언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농정은 기사 제목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농업은 특히 단발성 화제와 지속 가능한 성과 사이의 간극이 큰 분야다.


정책의 평가는 결국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이뤄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송을 봤는지가 아니라 실제 구매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첫 주문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재구매가 이어질 수 있는지, 화제를 모았는지가 아니라 시장 안착 가능성이 입증됐는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포천시는 이번 사례를 자평의 근거로 삼기보다 검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판매량과 재구매율, 소비자 반응, 생산단가와 수익성, 유통 손실, 확대 가능성 등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 축적 없이 ‘미래농업의 가능성’을 앞세우는 것은 정책 언어라기보다 홍보 문장에 가깝다.


이번 사례의 본질은 파파야라는 품목 자체보다, 그 뒤에 놓인 구조에 있다. 포천이라는 지역에서 새로운 작목을 생산하고, 이를 스마트팜 기술과 공공 유통 플랫폼에 연결해 시장에 진입시키려 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번 시도는 단순히 이색 작물을 선보인 데 그치지 않고, 생산·기술·유통이 결합하는 구조적 실험의 성격을 띤다. 전통 작목만으로는 수익성과 차별화를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에, 지역 농업은 결국 고부가가치 특화작물과 정밀 생산기술, 프리미엄 브랜딩, 디지털 유통을 함께 묶어내야 한다. 포천산 파파야는 그 방향을 비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상징적 사례 하나가 곧바로 지역 농업의 체질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런 시도는 개별 농가의 특별한 사례로만 남기 쉽다. 행정의 역할은 새로운 성공담을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사례가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이 되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데 있다. 이번 파파야 사례가 정책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다른 농가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스마트팜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지자체가 스마트팜을 미래농업의 핵심 도구처럼 말하지만, 정책의 성패는 몇 동의 시설을 세웠는지로 판단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어떤 품목을 가능하게 했는지, 품질과 생산 안정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결국 농가 소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다. ‘스마트팜 기반 열대과일 재배’라는 표현은 인상적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책적 타당성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투자 대비 경제성, 시장 수요의 안정성, 다른 농가로의 확산 가능성, 장기 운영비 부담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화제성은 오래가지 못하고 외형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


공공의 역할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포천시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협업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시도다.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온라인 유통 인프라를 공공이 열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공공의 역할이 방송 한 차례 지원에 머문다면, 그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이 해야 할 일은 한 번 팔아주는 데 있지 않다. 정기 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축적하며, 후속 판로를 연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시장 안착을 돕는 데 있다. 첫 문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이 다시 닫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라이브커머스 이후의 전략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다. 온라인몰 상시 입점, 로컬푸드 직매장 연계, 대형 유통 채널 테스트 판매, 가공상품 개발, 체험과 관광 콘텐츠 결합 등 다층적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 행사형 지원이 상시형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공 협업은 좋은 장면을 만드는 데는 성공해도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는 이르지 못한다.


새로운 작목을 말할수록 행정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특화작물 육성은 기대를 모으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시장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을 수 있고, 재배기술이 안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가격과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 위험은 대개 농가가 가장 먼저 짊어진다. 따라서 행정은 가능성을 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까지 함께 답해야 한다. 초기 투자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판로가 흔들릴 경우 어떤 안전장치를 둘 것인지, 공동선별과 공동브랜드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성공의 언어보다 실패를 줄이는 제도가 앞서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포천시에 필요한 과제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성과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판매량과 재구매율, 수익성, 소비자 만족도, 유통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공개 가능한 수준까지 정리해야 한다. 둘째, 후속 유통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기 판매, 온라인 채널 확대, 오프라인 판촉, 프리미엄 유통망 진입, 지역 브랜드화에 이르는 단계별 로드맵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위험 분담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금융 지원, 기술 컨설팅, 공동브랜드, 공동선별, 손실 완충 장치 등 정책적 안전망을 설계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이번 사례는 ‘이색적 시도’에서 ‘정책 모델’로 넘어갈 수 있다.


포천산 파파야 라이브커머스는 기회이자 시험이다. 잘 다듬으면 포천 농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후속 설계가 부실하다면 잠시 주목받았다가 사라지는 행사성 사업의 하나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차이는 시작의 화려함이 아니라 이후를 책임지는 행정의 역량에서 갈린다.


행정은 흔히 첫 장면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정책은 첫 장면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그 다음 장을 얼마나 성실하게 써 내려가느냐로 평가받는다. 지금 포천시에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전국 첫선’이라는 표현에서 멈추지 말고, 그 첫선 뒤에 어떤 구조를 덧붙일 것인지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시민이 궁금한 것은 얼마나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는지가 아니라, 그 장면이 실제로 농가 소득과 지역 농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 여부다.


포천산 파파야는 분명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포천시가 보여줘야 할 것은 더 명확하다. 그 가능성을 일회성 주목으로 소비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농정의 구조로 전환해낼 행정의 책임과 역량이다. 농정은 한 번의 박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 버티는 제도와 차분히 축적되는 신뢰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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