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소흘읍 김대현 약사 수상…민간의 선의에 기대기보다 공공과 공동체가 함께 떠받치는 구조로 가야

포천 소흘읍의 한 약사가 13년간 이어온 기부와 의료 봉사로 ‘경기도 선행도민 표창’을 받은 일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지역사회는 때로 거창한 정책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버텨진다.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으로 손을 내밀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의료 봉사에 참여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안전망 역할까지 감당해 온 활동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선행은 칭찬받아야 하고, 그런 실천이 널리 알려지는 것 또한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소식 앞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표창의 미담 자체만은 아니다. 왜 한 지역의 복지 안전망에서 민간 의료인의 선의가 이토록 큰 의미를 갖게 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헌신을 폄하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 사람의 꾸준한 봉사가 지역사회에서 크게 빛날수록, 그만큼 공공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빈틈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나기 때문이다. 좋은 공동체는 선한 개인을 칭송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선의가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공공의 구조를 함께 세운다.
약사의 역할은 원래 약을 조제하고 복약을 지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히 지역 약국은 병원보다 더 자주, 더 가깝게 주민의 건강 상태를 접하는 생활 현장의 보건 거점이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어르신, 약 복용이 불안정한 만성질환자, 치매 징후가 의심되는 환자, 언어와 제도 장벽 때문에 의료 접근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까지, 지역 약국은 가장 일상적인 자리에서 취약 신호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대현 약사의 활동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지역 보건복지의 생활 밀착형 모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의료 봉사와 치매안심약국 역할은 포천 같은 지역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상 이주 배경 인구와 고령층이 함께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공공의 일률적 서비스만으로는 각기 다른 돌봄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다. 제도는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지원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때 민간 의료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지역사회 안으로 확장해 낼 때 공공서비스의 체감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정주 여건이란 주택과 교통만이 아니라, 아플 때 어디에 기대고 누구에게 상담할 수 있는지가 함께 결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여기서도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몇몇 헌신적인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어서는 유지될 수 없다. 선행은 소중하지만, 정책의 대체물이 될 수는 없다. 민간의 자발성은 어디까지나 공공의 책임을 보완하는 것이어야지, 공공의 빈자리를 대신 메우는 구조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만약 지역 복지와 건강 안전망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의 희생과 헌신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면, 그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누군가의 선의가 줄어드는 순간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두 가지 의미로 읽혀야 한다. 하나는 지역 주민을 위해 오랜 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다해 온 한 약사의 실천에 대한 정당한 예우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실천이 일회성 미담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지역 차원의 민관 협력 구조를 더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의 확인이다. 약국, 병원, 복지센터, 읍면동 행정, 종교기관, 민간단체가 느슨한 선의의 네트워크를 넘어 실질적인 연계 체계로 나아갈 때 선행은 제도로 이어지고, 미담은 시스템이 된다.
포천시가 최근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면, 그 핵심에는 바로 이런 생활 기반의 보건복지 신뢰가 자리해야 한다. 사람은 단지 일자리나 주거만으로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프거나 힘들 때 이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지역은 삶의 터전이 된다. 그런 점에서 민간 의료인의 사회공헌은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지역의 체류 가능성과 공동체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동시에 행정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선행 사례를 널리 알리는 데 그치지 말고, 이런 실천이 지역 안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민간 의료기관과 약업계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 고독사 예방, 치매 대응, 외국인 주민 건강 관리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교육과 정보 공유, 연계 매뉴얼을 제공하는 식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선행이 개인의 덕목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역량으로 축적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표창장 한 장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것은 한 사람의 오랜 실천이 지역사회에 어떤 질문을 남기느냐다. 우리는 선한 사람을 칭찬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 선함이 왜 더욱 필요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자주 침묵한다. 지역은 선의로 따뜻해질 수 있지만, 선의만으로 유지되지는 않는다. 공공의 책임과 공동체의 연대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따뜻함은 지속성을 갖는다.
김대현 약사의 수상은 그래서 개인의 영예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거울은 묻고 있다. 우리는 선행을 감동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선행이 가능했던 지역의 힘을 더 많은 사람과 더 오래 나눌 수 있는 구조로 발전시킬 것인가. 좋은 공동체는 미담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라, 미담이 특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서로를 돌보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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