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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훈은 기념행사로 완성되지 않는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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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 내촌면 방위협의회 오찬이 던진 과제…감사의 말보다 중요한 것은 유공자가 일상에서 존중받는 지역사회다

6 포천시 내촌면 방위협의회, 호국·보훈의 달 기념 오찬 행사 개최.jpg


포천시 내촌면 방위협의회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를 초청해 감사 오찬을 마련한 일은 그 자체로 뜻깊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에게 공동체가 예를 갖추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은 마땅하다. 특히 고령의 유공자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지역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식탁을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정서적 의미를 지닌다. 보훈은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태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리를 마주할 때마다 함께 되새겨야 할 점이 있다. 보훈은 6월의 기념행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찬 한 끼, 감사 인사 한마디, 현수막 한 장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충분해질 수는 없다. 진정한 보훈은 기억의 의례를 넘어 생활의 책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무게를 갖는다. 유공자들이 지역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고령의 보훈 대상자들이 돌봄과 건강, 이동과 관계의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공동체가 그 삶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는지가 더 본질적인 문제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바로 그 출발점을 환기했다는 데 있다. 국가유공자 예우는 국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사회의 몫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의 보훈 정책이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면, 실제 삶의 온도는 결국 지역에서 결정된다. 면 단위의 공동체가 유공자를 기억하고, 안부를 묻고, 외로움과 불편을 함께 살피는 구조를 갖출 때 보훈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방위협의회 같은 지역 단체의 역할은 단지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동체의 기억을 생활 속 예우로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포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도 이 문제를 더 깊게 생각하게 한다. 군사도시의 성격이 강한 지역일수록 보훈은 과거의 상징 자산이 아니라 현재의 공동체 윤리와 맞닿아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실제로 그 지역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가 하는 문제는, 그 도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얼마나 책임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보훈을 말하면서 정작 유공자의 생활 불편과 고립, 복지 사각지대를 놓친다면 그것은 기념은 있을지언정 예우는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민간 차원의 자발적 보훈 활동은 반갑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지역 단체의 선의와 헌신은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보훈이 몇몇 단체의 봉사와 행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의는 중요하지만, 제도를 대신할 수는 없다. 유공자 예우가 지속 가능하려면 민간의 관심 위에 공공의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함께 놓여야 한다. 행사성 위로를 넘어 상시적인 안부 확인, 건강관리 연계, 생활지원, 정서적 돌봄, 복지 정보 접근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보훈이 일회성 감동이 아니라 일상의 신뢰가 된다.


특히 고령 국가유공자 문제는 점점 더 복지의 문제와 겹쳐지고 있다. 보훈은 과거의 공적에 대한 존중이지만, 오늘의 현실에서는 노년의 삶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혼자 지내는 유공자, 거동이 불편한 유공자,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구, 가족 돌봄이 약한 고령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상징적 존경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실질적인 생활 안전망이 필요하다. 따라서 보훈 정책은 이제 예우와 복지를 별개로 볼 수 없다. 존경은 말로 전할 수 있지만, 존엄은 결국 삶의 조건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번 내촌면 오찬이 의미 있으려면, 그 자리가 ‘잘 치른 행사’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누가 더 자주 지역 안에서 보이지 않게 살아가는 유공자들을 살필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민관 협력망을 만들어 갈 것인가, 유공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불편은 무엇인가를 묻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방위협의회와 행정복지센터, 보훈 관련 단체, 지역 의료·복지기관이 느슨한 협조 수준을 넘어 정기적인 연계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안부 확인과 생활 실태 점검, 필요 서비스 연결, 계절별 취약 가구 관리 같은 현실적인 지원이 뒤따를 때 보훈은 기념의 언어에서 생활의 언어로 옮겨간다.


포천시가 정주 여건 개선과 공동체 안전망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면, 보훈 역시 그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곳에서 더 오래 머문다. 유공자와 그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지역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그 지역의 품격을 드러낸다. 보훈은 단지 과거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누구를 먼저 살피는가에 대한 현재형 가치 판단이다.


좋은 공동체는 기억을 행사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그 기억을 제도와 관계, 돌봄과 예우로 번역해 일상 속에 남겨 둔다. 포천 내촌면의 이번 오찬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감사의 자리를 넘어 유공자가 실제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보훈은 하루의 식사가 아니라, 매일의 존중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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