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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권경영위원회 출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작동이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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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시청소년재단 기본계획 의결…청소년 시설의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일상의 보호 체계로 증명돼야

7-2 포천시청소년재단, 인권경영위원회 위촉식·정기회의 개최2.jpg


포천시청소년재단이 인권경영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2026년 기본계획을 의결한 것은 방향 자체로는 분명 반길 일이다. 청소년 시설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세대가 안전과 존중을 체감하는 공공의 생활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관 운영 전반에 인권의 기준을 세우고, 잠재적 침해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공공기관의 책임을 다시 확인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인권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권리의 주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보호’라는 이름 아래 의견이 충분히 존중되지 않거나, 시설 이용 과정에서 불편과 위축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사자와 이용자 사이의 관계, 프로그램 운영 방식, 시설 규정, 민원 처리 절차, 개인정보 보호, 차별과 배제의 문제까지 모두 인권의 영역 안에 있다. 따라서 인권경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청소년이 공공시설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가를 결정하는 매우 현실적인 기준이다.


이번 위원회 출범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점검 기구를 두고, 경영활동 전반의 실제적·잠재적 인권 위험 요소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공공기관이 스스로를 통제 가능한 구조 안에 두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어떤 위원회를 만들었는가보다, 그 위원회가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가가 더 중요하다. 인권경영은 회의 개최와 계획 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변화로 입증돼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인권이라는 말은 쉽게 형식화되기 쉽다. 선언문을 만들고, 교육을 한 차례 진행하고, 점검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순간 인권경영은 가장 빠르게 껍데기가 된다. 그러나 청소년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훨씬 구체적이다. 시설 이용자가 불편이나 부당함을 느꼈을 때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그 목소리가 불이익 없이 접수되고 처리되는지, 종사자들이 인권을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업무 기준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취약 청소년이나 소수자의 관점이 실제 운영에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 결국 인권은 문장보다 절차에서 드러난다.


포천시가 정주 여건 개선과 안전망 강화를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조치를 볼 필요도 있다. 청소년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지역인가 하는 문제는 단지 교육 여건이나 문화시설 숫자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것은 그 공간이 얼마나 존중받는 환경인가에 있다. 시설이 깨끗하고 프로그램이 많아도, 이용하는 청소년이 위축되거나 차별받는다고 느낀다면 그 공간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대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목소리가 존중되고 권리가 보호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지역의 공공 인프라는 훨씬 높은 체감 가치를 갖게 된다. 청소년 친화도는 결국 인권 수준에서 판가름 난다.


이 점에서 인권경영위원회는 단지 재단 내부 기구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위원회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청소년 당사자의 경험과 감각이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청소년을 위한 정책에서 정작 청소년의 목소리가 빠진다면 그것은 보호는 있을지언정 권리는 없는 방식이 되기 쉽다. 시설 운영의 불편, 언어적 위축, 규정의 경직성, 접근성 문제, 차별 경험 같은 것은 외부 전문가의 시선만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을 수 있다. 인권경영이 살아 움직이려면 청소년 이용자의 실제 경험이 평가와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종사자 교육이다. 많은 기관이 인권을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업무 부담과 관행 속에서 그 원칙이 쉽게 후순위로 밀려난다. 인권 침해는 악의적 행동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무심함, 익숙함, 관성, 과도한 통제, 불필요한 행정 편의가 쌓이면서도 생긴다. 따라서 종사자 교육은 단순한 법령 전달이 아니라 사례 중심의 훈련이어야 한다. 어떤 언어가 청소년을 위축시키는지, 어떤 규정이 차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민원과 갈등 상황에서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실제 업무 맥락 속에서 익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인권경영은 서류가 아니라 조직문화가 된다.


물론 인권경영위원회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만능 장치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시작에 가깝다. 위원회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기적인 인권영향평가, 익명 제보와 권리구제 체계, 개선 권고의 공개성과 이행 점검, 시설별 맞춤형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청소년 시설은 이용자 연령과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설 유형과 운영 방식에 따라 위험 요소를 세밀하게 나눠 보고, 문제가 생긴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생기기 전에 줄이는 예방 중심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공공기관의 신뢰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느냐보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느냐에서 나온다. 청소년 시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청소년은 행정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며, 공공서비스는 그들의 존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청소년재단의 이번 인권경영위원회 출범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그것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인권친화적 경영’이라는 말이 회의실 문구가 아니라 현장의 일상 언어가 되어야 한다.


좋은 제도는 선언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신뢰는 실행에서만 완성된다. 포천시청소년재단이 이번 기본계획 의결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하다. 인권경영의 성패는 위원회 출범 기사 한 줄이 아니라, 청소년과 시민이 실제로 “이곳은 존중받는 공간”이라고 느끼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름을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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