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시 찾아가는 집단상담 확대…정서 안전망의 핵심은 프로그램 수보다 학교 현장에 얼마나 깊게 스며드느냐다

포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집단상담’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청소년기의 어려움은 대개 성적이나 진로 같은 눈에 보이는 문제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또래 관계의 단절, 자기조절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감정 표현의 미숙함 같은 정서적 흔들림이 먼저 시작되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학교 부적응이나 고립, 더 큰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상담이 위기 대응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예방적 안전망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회성 향상, 대인관계 능력, 자기조절, 자기이해 같은 주제를 체험형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협력 게임이나 역할극, 신체 기반 감정 표현은 단순 강의보다 청소년들의 실제 반응을 끌어내기에 더 적합하다. 청소년기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관계 맺는가’가 중요한 시기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힘, 갈등을 견디고 조절할 수 있는 힘, 또래 안에서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은 모두 학교생활과 이후 삶의 기반이 된다. 상담은 문제가 있는 학생만을 위한 특별한 개입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다만 이런 사업이 진짜 힘을 가지려면, ‘좋은 프로그램을 했다’는 평가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집단상담은 한두 차례 체험으로 끝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의 정서 문제는 단발성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상담 이후다. 참여 학생들의 변화가 담임교사나 보호자, 학교 상담체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집단상담 과정에서 드러난 위험 신호를 누가 이어서 살피는지, 도움이 더 필요한 학생에게 개별 상담이나 외부 연계가 가능한지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운영 횟수가 아니라, 그 경험이 이후의 지원 구조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포천 같은 지역에서는 이런 정서 안전망의 의미가 더 크다. 도농복합도시이자 접경지역이라는 특성 속에서 청소년들은 교육 자원 접근성, 이동성, 문화 경험, 또래 네트워크 형성 측면에서 도시 중심 지역과 다른 조건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학업 격차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고립감과 관계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청소년 정책은 학습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이 이 지역 안에서 “나는 괜찮다”, “나는 연결돼 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정주 여건의 질은 어른의 생활 편의만이 아니라, 청소년의 마음이 얼마나 안전한가로도 측정돼야 한다.
이 점에서 ‘찾아가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이 직접 기관을 찾는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일수록 상담 신청을 어려워하거나, 문제를 드러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로 먼저 들어가는 방식은 접근 장벽을 낮추고, 상담을 낯선 특별조치가 아니라 일상적인 성장 지원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이는 위기 청소년 발굴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평범한 집단 프로그램 안에서 아이들의 상호작용과 정서 상태를 세심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위험 신호도 더 이른 시점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숙제가 있다. 모든 집단상담이 곧바로 실효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학생마다 발달 수준이 다르고, 학급 분위기도 다르며,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진행자의 역량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크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정교화다. 대상 학년별 특성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참여 학생들의 반응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학교별로 어떤 주제가 더 필요한지, 상담 이후 만족도와 변화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까지 세밀한 운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집단상담이 ‘운영했다’는 실적을 넘어 실제 성장 지원으로 남는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은 교사와 보호자, 지역사회의 연계다. 청소년의 정서 문제는 학교 한 공간 안에서만 생기지도, 해결되지도 않는다. 집단상담을 통해 관계 기술이나 자기이해를 배우더라도, 교실과 가정에서 그 변화가 이어질 환경이 없다면 효과는 금세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상담센터는 학교와의 협력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보호자 상담, 교사 대상 이해 지원, 지역 자원 연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청소년 안전망은 한 기관의 프로그램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주체가 같은 방향을 공유할 때 비로소 촘촘해진다.
포천시가 보육·교육 정주 여건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면, 청소년 정서 지원은 그 핵심 축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학령인구 유출을 막는다는 말은 결국 아이와 보호자가 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성장하는 삶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학교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누가 먼저 알아차리고,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얼마나 자연스럽게 회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가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담은 문제 학생을 관리하는 장치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세대를 지켜내는 공공 인프라다.
결국 이번 찾아가는 집단상담은 올바른 방향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평가는 지금부터다.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실제로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며, 위험 신호가 더 빨리 발견되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서 안전망은 홍보 문구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반복적이고 세심한 개입, 그리고 학교 일상 속에 스며드는 지속성으로 만들어진다.
좋은 청소년 정책은 아이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만 찾는 제도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문제가 깊어지기 전에 곁에 가는 체계다. 포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찾아가는 집단상담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회성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 청소년의 마음을 오래 붙들어주는 상시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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