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철원에서 제주까지, 길 위에서 만난 행복
6.25 전쟁 76주년을 맞는 날, 국토의 소중함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품고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이 자유와 평화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으며 온몸으로 되새긴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걸어가는 이 여정은 철원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한 자락이다.
가끔은 계획된 일정보다 조금 늦춰진 출발이 뜻밖의 여유를 선물하기도 한다. 조금 늦은 아침,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충북 옥천을 향해 출발하는 길은 20km라는 비교적 짧은 거리 덕분에 마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니기에,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동행의 컨디션을 살피며 5km마다 쉼표를 찍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무사히 목적지에 닿는 것이라는 배려와 연대의 가치를 길 위에서 다시금 배운다.
애초 계획했던 숙영 대신 동료를 위해 옥천 시내에 방을 잡고 씻고 나왔을 때, 눈앞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다. 무려 14년 전,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매일같이 드나들며 추억을 쌓았던 단골 식당 'u9'이 거짓말처럼 숙소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려 오랜 시간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았던 그 공간이, 국토대장정이라는 뜻깊은 여정 한가운데에서 운명처럼 다시 나타났다.
누군가는 고작 옛 식당 하나 재회한 것을 두고 유난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14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주한 그 시절의 맛은 변함없이 그대로였고, 입안 가득 퍼지는 맛과 함께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옛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벅차오르는 행복감 속에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하기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번 여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맛보지 못했을,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제 옥천은 나에게 단순한 지명이나 거쳐 가는 경유지가 아니다. 평생 가슴속에 따뜻하고 좋은 동네로 기억될 것이며, 언제고 반드시 다시 찾을 약속의 땅이 되었다.
내일은 또다시 영동군을 향해 30km의 거친 길을 걸어가야 한다. 비록 몸은 고될지라도 옥천이 선물한 이 특별한 기적과 행복의 에너지가 있기에 발걸음은 가벼울 것이다. 내일의 안전한 여정을 위해 양치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국토대장정 중 가장 행복했던 오늘의 기억을 조용히 지면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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