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목농업인연구회 간담회가 보여준 ‘미래농업혁신’의 방향

농업의 위기는 오래된 말이 됐지만,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느냐다. 기후 변화, 농촌 고령화, 생산비 상승, 소비시장 변화까지 농업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행정은 책상 위의 계획이 아니라 현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포천시가 품목농업인연구회와 함께 가진 이번 간담회는 바로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 포천 농업의 미래 전략을 어디에 둘 것인지 함께 점검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안건들은 하나같이 포천 농업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들이다. 미래농업혁신타운 추진, 농지 전수조사 방식 개선, 미생물 배양센터 확충, 표고·엄지송버섯 등 지역특화 품목 육성은 개별 사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된다. 포천 농업을 더 정밀하고, 더 과학적이며, 더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농업혁신타운 논의다. 오늘날 농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1차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 기술, 유통 혁신, 가공 산업, 체험과 관광, 친환경 가치가 복합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미래농업혁신타운은 단순한 시설 조성 사업이 아니라 포천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농업인들이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름만 그럴듯한 구상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누가 어떤 혜택을 얻을 것인지 분명해야 정책은 힘을 얻는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농지 전수조사 방식의 전환이다. 농지 조사는 행정적으로 꼭 필요한 절차지만, 자칫 현장에서는 부담과 불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포천시가 위성사진과 드론, 행정정보, 인공지능 분석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먼저 시행하고, 그 뒤 현장 중심의 심층 조사로 이어가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접근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한다는 의미를 넘어, 행정의 정확성과 농가의 수용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사전통지 제도 도입 방침은 세심하다. 농민에게 예고 없이 다가가는 행정보다,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정이 훨씬 오래 신뢰를 남긴다. 농업 정책은 지원 규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현장을 얼마나 존중하느냐, 정책 집행 과정에서 농업인의 불편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간담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자리로 읽힌다.
미생물 배양센터 확장·신축 논의 역시 포천 농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생물 공급 기반 확대는 단순한 시설 보강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생산성 향상과 토양 관리, 병해 예방 등에서 미생물 활용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행정이 이런 기반 시설에 투자한다는 것은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역특화 품목인 표고와 엄지송버섯 경쟁력 강화 방안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지역 농업의 활로는 결국 ‘포천만의 것’을 얼마나 잘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전국 어디서나 생산 가능한 품목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반면 지역의 재배 경험과 브랜드 가치, 시장성을 함께 갖춘 특화 품목은 농가 소득은 물론 지역 이미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포천이 특화 품목 육성에 힘을 싣는다면 단순한 생산 지원을 넘어 유통, 가공, 브랜드화까지 연계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간담회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결국 소통의 방식에 있다. 농업 정책은 행정의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농업인이고, 행정의 역할은 그 경험과 요구를 정책 언어로 바꾸는 데 있다. 연구회장들의 건의에 대해 관계 부서가 검토 결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실현 가능한 과제는 신속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것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과 예산,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간담회는 성과를 갖는다.
백영현 포천시장이 강조한 “농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농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변화다. 조사 방식이 달라져 불편이 줄어드는 것, 필요한 미생물이 제때 공급되는 것, 특화 품목 지원이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 미래농업혁신타운이 청년과 농가에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 이런 구체적인 변화가 쌓여야 정책은 신뢰를 얻는다.
포천 농업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전통 농업의 기반을 지키면서도 첨단 기술과 친환경 가치, 지역 특화 전략을 결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고, 기술과 행정을 실용적으로 접목하며, 지역의 강점을 미래 경쟁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간담회는 거창한 선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줬다. 농업의 미래는 멀리 있는 청사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답은 늘 현장에 있고, 혁신은 결국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한다. 포천이 그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원칙을 놓치지 않는다면, 미래농업혁신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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