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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칼럼] 빛으로 다시 태어난 한탄강, 포천은 이제 ‘머무는 관광’을 꿈꾼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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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 판타지아’ 개장이 던지는 지역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4-2 포천시, 7월 3일 _테라 판타지아_ 개장… 한탄강에서 즐기는 체류형 관광.jpg


관광의 성패는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얼마나 깊이 경험하며, 그 시간이 지역경제와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가 오는 2026년 7월 3일 금요일 한탄강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야간 미디어파크 ‘테라 판타지아’를 정식 개장하는 것은 단순한 신규 관광 콘텐츠 도입을 넘어선다. 이는 포천 관광의 방향을 ‘당일치기’에서 ‘체류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한탄강은 이미 포천의 대표 자연 자산이다. 거대한 주상절리 협곡과 독특한 생태 환경,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상징성까지 갖춘 이 공간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다. 그러나 오늘의 관광은 좋은 자연경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낮의 풍경만이 아니라 밤의 경험까지 기억하고, 사진으로 남기며, 그곳만의 서사를 소비한다. 포천시가 한탄강의 자연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빛의 여정’을 기획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테라 판타지아’라는 이름은 인상적이다. 라틴어로 대지, 땅을 뜻하는 ‘테라’는 한탄강의 본질을 정확히 건드린다. 이 공간은 단순히 조명을 설치해 밤길을 밝히는 수준의 사업이 아니다. 용암 분출과 강의 흐름,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지질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자연의 시간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도다. 다시 말해 관광객은 단지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탄강이라는 대지가 지나온 시간을 걷게 된다.


하늘다리에서 비둘기낭 폭포까지 이어지는 약 2.3km 구간을 따라 조성된 야간 도보형 미디어 아트 콘텐츠는 포천 관광의 결을 한층 세련되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자연 속을 걷는 체험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되면 관광은 ‘관람’에서 ‘몰입’으로 바뀐다. 익숙한 풍경도 밤이 되면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특히 한탄강처럼 압도적인 지형미를 지닌 공간에서는 인공적인 연출이 자연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의 서사를 더 또렷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포천시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야간 볼거리 조성으로 끝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 정책의 핵심을 체류형 구조 전환에 두고, 숙박시설 연계 할인과 통합 관광상품 운영까지 함께 설계한 것은 상당히 전략적이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판단이다. 지역경제는 관광객의 ‘방문 횟수’보다 ‘체류 시간’에서 더 크게 움직인다. 한 끼 식사보다 하룻밤 숙박이, 단일 입장보다 연계 상품 소비가 지역 상권에 훨씬 넓은 파급효과를 남긴다.


관내 숙박시설 이용객에게 객실당 최대 4명까지 정상 관람료의 20%를 할인하는 혜택은 가족 단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 가든 페스타, 테라 판타지아를 묶은 통합 상품은 낮과 밤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엮어낸다. 낮에는 지질과 생태를 보고, 밤에는 미디어아트로 한탄강을 다시 만나는 구조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를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지역의 관광 경험을 입체적으로 재설계하는 접근이다.


사실 지역관광이 어려운 이유는 명소가 없어서가 아니다.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묶어내지 못해서다. 좋은 풍경, 좋은 시설, 좋은 축제가 있어도 그것들이 따로 놀면 관광객은 오래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한다. 포천은 이번 테라 판타지아를 통해 한탄강의 주요 자원을 하나의 서사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포천은 단지 ‘볼 곳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 ‘하룻밤 머물고 싶은 도시’로 인식될 수 있다.


물론 성공의 관건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자연과 기술, 예술의 융합이란 말은 듣기 좋지만, 실제로는 매우 섬세한 균형을 요구한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몰입감을 제공해야 하고, 화려함에만 치우치지 않으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 한 번의 개장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고 싶은 콘텐츠로 남는 일이다. 운영 완성도, 관람 동선의 안전성, 계절별 연출 변화, 주변 상권과의 실질적 연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점은 지역 주민과 지역 사업자가 이 변화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체류형 관광은 외부 관광객의 만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숙박업, 음식점, 카페, 체험업체, 교통 서비스까지 지역경제 전반이 함께 살아나야 진정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포천시가 향후 다양한 관광 업체 및 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관광은 결국 연결의 산업이고, 잘 설계된 연결은 곧 지역의 소득이 된다.


백영현 포천시장이 ‘포천에서 하룻밤 머물며 한탄강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말은 단순한 홍보 문구로 들리지 않는다. 지금 지방도시들이 직면한 과제는 사람을 한 번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머무는 시간은 소비를 낳고, 소비는 상권을 살리며, 살아난 상권은 지역에 활력을 더한다. 결국 체류형 관광은 관광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경제정책이다.


한탄강의 밤에 빛을 입힌다는 것은 단지 풍경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포천이 자기 자산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의 변화이며, 지역관광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시도다. 자연은 그대로 두되 경험은 새롭게 만들고, 명소는 그대로 두되 체류 방식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테라 판타지아는 하나의 야간 콘텐츠를 넘어 포천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도시는 결국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머물 이유를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한탄강의 절경 위에 더해진 빛의 서사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그 발길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때 포천은 비로소 새로운 관광의 문을 열게 된다. 테라 판타지아는 그 문 앞에 켜진 첫 불빛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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