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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칼럼] 방학의 빈칸을 성장으로 채우는 법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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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시가족센터의 ‘생각 그물’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

7 포천시 가족센터, _마인드맵으로 키우는 자기주도력_ 참여가정 모집.jpg


여름방학은 아이들에게 쉼의 시간이지만, 부모에게는 또 다른 숙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무엇을 배우게 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게 할지, 아이의 감정과 생활 리듬을 어떻게 돌볼지 고민이 깊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천시가족센터가 시범 도입하는 ‘생각 그물(마인드맵)으로 키우는 자기주도력’ 프로그램은 단순한 방학 특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대화 방식을 바꾸는 소통 실험이기 때문이다.


요즘 교육의 화두는 분명하다. 많이 아는 아이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일정을 설계하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자기주도력은 더 이상 공부를 잘하기 위한 부수적 능력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역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자기주도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자라나기 어렵고, 반대로 무조건 아이 혼자 알아서 하라는 방식으로도 길러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과정의 기술’이다.


포천시가족센터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주목한 마인드맵, 즉 ‘생각 그물’은 바로 그런 점에서 매우 실용적인 도구다. 생각과 정보를 눈에 보이게 구조화하는 방식은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머릿속에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던 계획, 감정,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종이 위에서 관계를 갖기 시작하면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볼 수 있게’ 된다. 생각을 본다는 것은 곧 생각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자기주도력의 출발점이다.


이번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이유는 마인드맵을 학습 기술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포천시가족센터는 이를 일상적 의사소통과 방학 계획 수립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단히 현실적인 접근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시험공부를 위한 도구 하나를 더 배우는 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정리하는 능력을 익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학 계획을 함께 세우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은 교육이자 곧 관계 훈련이다.


특히 감정 표현이나 의사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기 자녀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행동은 보지만, 그 행동 뒤에 있는 생각과 감정은 읽기 어려워한다. 아이 역시 “그냥 싫어”, “몰라”, “하기 싫어” 같은 짧은 말로만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이런 때 생각 그물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이는 일종의 ‘대화의 지도’가 될 수 있다. 감정과 생각을 한눈에 펼쳐놓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기 마음을 조금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되고, 부모는 훈육보다 공감에 가까운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를 갖게 된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교육 이벤트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포천시가 이를 공동육아나눔터 중심의 가족 친화적 돌봄 체계 강화와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생과 인구 유출, 양육 부담 증가는 오늘날 대부분의 지역이 안고 있는 공통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는 것은 단순히 출산 장려 정책을 늘리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조금 더 덜 외롭고 덜 버겁게 느껴지도록 생활밀착형 지원을 제공하는 일에 가깝다. 가족센터와 공동육아나눔터가 단순 돌봄 공간을 넘어 부모 교육, 관계 회복, 아동 정서 발달을 돕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때 지역의 돌봄 안전망도 한층 두터워질 수 있다.


센터가 향후 하브루타식 질문·대화 교육까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질문하고, 듣고, 답하며 함께 생각을 확장하는 방식은 단순 지식 전달보다 훨씬 더 깊은 상호작용을 만든다. 마인드맵이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라면, 하브루타는 그 생각을 관계 속에서 확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포천형 가족 소통 프로그램은 꽤 경쟁력 있는 지역 맞춤형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의 진짜 성과는 참가 가정 수나 모집 속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경험하느냐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힘을 조금이라도 기르게 되는지, 부모가 아이의 말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되는지, 가족의 대화가 지시와 잔소리 중심에서 질문과 이해 중심으로 옮겨가는지가 핵심이다. 작아 보이는 변화지만, 이런 경험이 쌓일수록 가족 안의 분위기는 달라지고 아이의 성장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최선희 포천시가족센터 센터장이 말했듯, 생각 그물은 단순한 학습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 자체가 교육이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가치는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고, 가족이 서로를 더 잘 듣게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돌봄은 늘 거창한 제도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부모와 자녀가 마주 앉아 한 장의 종이 위에 생각을 펼쳐보는 작은 시간에서 시작된다. 포천시가족센터의 이번 시범 프로그램은 바로 그 작지만 본질적인 출발을 보여준다. 방학의 빈칸을 사교육 일정으로만 채우는 대신, 생각과 대화, 이해와 계획으로 채우려는 시도 말이다.


지역의 미래는 결국 가정의 일상에서 자란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부모가 그 생각을 함께 정리해 줄 수 있으며, 지역사회가 그 과정을 돕는 도시라면 그곳은 분명 살기 좋은 곳에 가까워진다. 포천이 공동육아나눔터를 중심으로 그런 가족 친화적 환경을 꾸준히 넓혀간다면, 이번 ‘생각 그물’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름방학 특강이 아니라 지역 돌봄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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