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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칼럼] 돌봄의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양성평등은 일상에 가까워진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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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시종합사회복지관 ‘육아, 프리데이’가 남긴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

8-2 포천시 종합사회복지관  '맘편한 힐링데이' 6월 프로그램 성공적으로 마쳐.jpg


양성평등은 거창한 구호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 선언과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진짜 변화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종합사회복지관이 포천시 양성평등기금을 활용해 운영한 ‘맘편한 힐링데이–육아, 프리데이’는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 프로그램은 양성평등을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돌봄에 지친 양육자가 잠시 숨을 고르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육아는 여전히 많은 경우 개인, 그중에서도 특정 가족 구성원의 책임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 돌봄의 부담은 쉽게 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일상 속 피로와 경력 단절, 감정 소진, 관계의 압박으로 고스란히 축적된다. 특히 양육자는 아이를 돌보는 동안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뒤로 미루는 데 익숙해진다. “나를 위한 시간”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순간, 돌봄은 사랑의 이름으로 지속되지만 동시에 깊은 소진을 남기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돌보는 사람 역시 돌봄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의미를 갖는다. ‘달달한 하루’라는 이름 아래 소흘도서관에서 진행된 쿠키와 케이크 만들기 체험은 언뜻 보면 소박한 문화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양육자에게 제공한 경험은 단순한 취미 활동 이상이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자신에게 집중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며, 다른 참여자들과 감정을 나누는 시간은 정서적 회복의 계기가 된다. 돌봄의 현장은 늘 타인을 향해 있지만, 사람은 자신이 비어버린 상태로 오래 누군가를 지탱할 수 없다.


양육자가 “오랜만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 소감은 그래서 짧지만 깊다. 복지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은 때로 거창한 성과 지표보다 이런 한마디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참여자가 실제로 편안함을 느꼈는지,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었는지, 프로그램 이후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되찾았는지가 현장 복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복지관이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춘 점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좋은 정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닿아야 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생활 가까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업이 포천시 양성평등기금 지원사업의 일환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양성평등기금은 자칫 상징적 사업으로 흐르기 쉽지만, 포천시종합사회복지관은 이를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으로 풀어냈다.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의 기계적 균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노동, 휴식과 기회의 배분이 보다 공정해지는 환경을 만드는 일과 맞닿아 있다. 육아와 감정노동으로 지친 양육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결국 돌봄의 책임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일선 복지 현장에서 이런 정서 지원 사업이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크다. 일과 가정의 균형은 근로시간 조정이나 제도적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양육자의 정서 안정, 사회적 고립감 완화, 자기돌봄 기회 보장 같은 요소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양성평등한 사회란 누군가가 돌봄을 전담하느라 스스로 무너지는 구조를 방치하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작지만 방향이 분명하다.


김상진 포천시종합사회복지관장이 말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의 필요성은 오늘의 복지정책이 더 자주 주목해야 할 화두다. 우리는 돌봄을 이야기할 때 종종 아이, 노인, 취약계층 같은 직접적인 대상에 집중한다. 그러나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만들 수 없다. 양육자의 회복은 개인적 휴식이 아니라 가정 전체의 안정을 위한 기반이며, 지역사회가 함께 투자해야 할 공공적 가치다.


복지관이 7월 중 후속 사업으로 ‘양성평등 사생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평등의 가치와 의미를 시각적 작품으로 공모하는 방식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주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양성평등은 누군가를 계몽하는 방식보다,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며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접근할 때 훨씬 오래 남는다. 힐링 프로그램이 정서적 체험을 통해 공감의 문을 열었다면, 사생대회는 그 공감을 지역사회 차원의 문화로 확장하는 후속 단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사업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확장성이 뒤따라야 한다. 양육자 지원은 단발성 체험 프로그램 몇 차례로 충분하지 않다. 정기적인 정서 지원, 부모 교육, 돌봄 네트워크 형성, 가족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역 복지의 실질적 자산이 된다. 또한 ‘양성평등’이라는 이름이 특정 성별만을 위한 사업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돌봄과 가족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포괄적 메시지도 꾸준히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육아, 프리데이’가 보여준 방향은 분명하다. 양성평등은 제도 문구 속에서만 완성되지 않으며, 돌봄에 지친 사람에게 잠시 쉬어갈 시간을 허락할 때 훨씬 현실적인 가치가 된다. 누군가를 잘 돌보려면 먼저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실을 정책이 이해할 때, 복지는 비로소 사람의 삶 가까이 다가간다.


포천시종합사회복지관의 이번 프로그램은 그래서 작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양육자의 어깨에만 얹혀 있던 무게를 지역사회가 조금이라도 함께 들어주려는 시도, 그리고 양성평등을 삶의 피로를 덜어주는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노력 말이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특별한 구호보다 이런 일상의 배려 속에서 더 빠르게 자란다. 돌봄하는 사람도 존중받고, 쉴 수 있고, 자기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도시라면 그곳의 평등은 훨씬 더 단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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