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메트로 칼럼] 주민자치의 힘은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증명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30 00:01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포천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이유

10 포천시 영중면주민자치회  주민자치 우수사례 벤치마킹 발길 이어져.jpg


주민자치는 말로는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도 어렵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자치 활동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의 의지와 행정의 뒷받침, 그리고 지역 자원의 창의적 활용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타 지자체의 잇단 벤치마킹 대상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방문 교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중면 주민자치회는 올해 들어서만 여러 지역 주민자치 조직의 방문을 받으며 주민 주도형 자치활동의 우수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영중면을 찾아 우수사례 공유회와 현장 탐방을 진행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다른 지역 주민자치회들 역시 영중면을 다녀갔다는 점은, 이곳의 자치 모델이 일시적 주목이 아니라 실제로 참고할 만한 현장 사례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이 추진한 사업이 단순히 ‘좋은 일’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자치의 언어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포천 지역 섬유 제조업체와 연계한 폐섬유 활용 업사이클링 사업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는 환경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역 산업과 연결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흔히 자치사업은 지역축제나 소규모 행사에 머무르기 쉬운데, 영중면은 지역 산업의 맥락을 읽고 그것을 주민 참여형 공익 사업으로 확장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자치의 수준이 갈린다.


또한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 역시 시대 흐름에 대한 민감한 대응으로 읽힌다. 오늘날 지역사회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자원순환, 공동체 회복 같은 과제는 오히려 지역에서 더 구체적이고 생활밀착적으로 실천될 때 힘을 가진다.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환경과 나눔, 주민 참여를 결합한 사업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주민자치가 단순한 친목 조직이 아니라 지역문제 해결의 실천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업들이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의 성패는 예산 규모보다 참여의 밀도에서 갈린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주민이 ‘남의 일’처럼 느끼면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함께 움직이고, 성과를 체감하면 자치는 제도 이상의 생명력을 갖게 된다.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질의응답 과정에서 주민 참여율 제고 방안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조성 과제를 함께 논의한 것도 이런 본질을 잘 보여준다.


사실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하러 온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성과만 보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에는 “어떻게 주민을 움직였는가”, “어떻게 지역성을 살렸는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담겨 있다.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공유한 가치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좋은 사례란 화려한 결과보다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례를 뜻한다.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실행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주민과 행정은 어떻게 호흡했는지 같은 실제 경험이야말로 벤치마킹의 핵심 자산이다.


정수경 영중면 주민자치회장이 밝힌 것처럼, 이번 교류는 방문한 지역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영중면 스스로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된다. 자치의 성과를 외부와 나누는 과정은 단지 자랑이 아니라 자기 점검의 과정이기도 하다. 무엇이 강점인지,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다른 지역과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진 사례는 배우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는 곳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행정의 역할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주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행정이 한 발 물러나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행정은 주민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필요한 지원을 제때 제공하며, 자치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김진희 영중면장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좋은 주민자치는 주민의 열정과 행정의 신뢰가 함께 쌓일 때 가능하다.


영중면 사례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이것이 특정 대도시의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모델이 아니라 지역 특화 산업과 공동체 역량을 결합해 만들어낸 생활형 자치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주민자치는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정체성의 경쟁이어야 한다. 지역마다 가진 조건은 다르지만, 그 조건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주민의 참여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자치의 성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지금의 성과를 일회성 우수사례로 남기지 않고, 더 체계적인 모델로 정리해 확산 가능한 자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폐섬유 업사이클링이나 탄소중립 실천 프로그램 같은 사업이 꾸준히 진화하고, 더 많은 주민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며, 교류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시 지역 안에 녹여내야 한다. 그래야만 벤치마킹 대상지를 넘어, 주민자치의 표준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의 힘은 회의실 안의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실천에서 증명된다. 누가 대신해 주는 자치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치,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자원으로 풀어내는 자치, 그리고 그 성과를 다른 지역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자치가 진짜다.


포천 영중면 주민자치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주민이 움직이면 지역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면 그 변화는 다시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영중면을 향한 잇단 벤치마킹 방문은 그 선순환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일지 모른다.


ⓒ 메트로포천 & metropc.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90세 노모가 입혀준 붉은 점퍼 소통과 효심으로 그리는 포천의 미래
  • 가평 ‘상동터널’ 건립 사업, 행안부 중투심 통과. ‘사업 추진 가속도’
  • 국민의힘, 포천 시의원 선거 ‘위기론’ 확산... 승부수는 ‘필승 전략공천’
  • 임종훈 포천시의장, '험로' 무소속 시의원 3선 도전...
  • 가을 정취 물들이는 허브아일랜드 관광객을 위한 음악회 성황
  • 경민고 총동문회 골프팀 SBS골프 고교골프최강전 4강 진출 쾌거 10월 13일 준결승 격돌
  • 독수리유격대 전몰대원 추모행사 노곡리 전적비서 엄수
  • 옥정 포천 광역철도 대진대역 공사 현장 무법천지
  • (단독)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포천서 2026 추석 리셉션 개최 굳건한 한미동맹 다져
  • 도마치계곡 익수 사고 현장서 빛난 포천시 시민안전과의 대응… 군부대 비협조는 뼈아픈 오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메트로 칼럼] 주민자치의 힘은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증명된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