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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칼럼] 포천교육지원청의 ‘광대놀음’, 왜 지금 전통연희 교육인가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3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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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공유학교 하반기 신규 프로그램… 포천 설화와 마당극 결합한 지역 기반 예술교육, 공교육의 새로운 가능성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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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교육의 속도를 바꾸고, 인공지능이 학습의 방식까지 재편하는 시대다.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며, 더 개인화된 교육이 시대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 반대편에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지금 정말 덜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경기도포천교육지원청이 경기공유학교 하반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극단 ‘광대놀음’은 그런 질문 앞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전통연희와 마당극을 배우고 포천의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직접 공연까지 만들어보는 이 프로그램은 겉으로는 소박한 문화예술 체험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방과후 활동이 아니라 공교육이 놓치기 쉬운 감각과 관계, 그리고 지역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 빠른 교육의 시대, 느린 예술교육의 가치


오늘의 학생들은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 속에서 자란다. 검색은 즉시 가능하고, 영상은 짧아졌으며, 학습은 점점 더 개별화된다. 이런 변화는 분명 효율을 높였다. 하지만 효율이 곧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교육은 여전히 사람의 표정과 몸짓, 침묵과 호흡, 협력과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전통연희는 바로 그런 요소들로 이루어진 장르다.  

연기, 풍물, 탈놀이, 장단, 마당극은 모두 몸으로 익히고 함께 맞춰야 완성된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박자를 듣고, 타인의 움직임을 읽고, 집단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말하자면 연희는 기술 이전에 공동체적 감각의 교육이다.


이 점에서 포천교육지원청의 ‘광대놀음’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필요한 교육을 건드린다. 아이들이 화면을 통해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시대에,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다시 무대 위 생산자로 세운다. 보고 넘기는 교육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고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다. 빠름이 지배하는 시대에 이런 느린 교육은 오히려 깊다.


◇ 전통은 박물관에 둘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입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강점은 전통예술을 단순 보존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연희를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포천의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마당극을 만든다는 구성이 특히 그렇다.


지역 설화는 흔히 기록 속에만 머문다. 지명 유래나 옛이야기 형태로 남아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시험에 나오지 않는 주변 정보쯤으로 취급되기 쉽다. 그러나 이를 무대 위 이야기로 바꾸면 상황은 달라진다. 설화 속 인물을 연기하고, 갈등을 장면으로 만들고, 지역의 이야기를 또래와 함께 재구성하는 순간, 지역 문화는 더 이상 먼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이 직접 말하고 움직이며 다시 살려내는 현재형 경험이 된다.


교육은 결국 기억을 만드는 작업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포천을 떠나든 남든, “내가 어릴 때 포천 이야기를 무대에서 연기해봤다”는 기억은 단순한 지식보다 오래 남는다. 지역에 대한 애착은 대개 이런 체험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광대놀음’은 예술교육이면서 동시에 지역 정체성 교육이기도 하다.


◇ 공교육의 과제는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연결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기공유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 지점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공교육은 학교 안 교실만으로 모든 배움을 감당하기 어렵다. 예술, 진로, 인성, 공동체 교육은 지역사회와의 연결 없이는 깊이를 갖기 힘들다. 결국 교육의 과제는 더 많은 과목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 자원과 학교 안 배움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대놀음’은 그런 면에서 공유학교 모델의 취지를 잘 보여준다.  

교육지원청이 학생을 모집하고, 지역 문화예술 공간이 배움의 장소가 되며, 전통연희라는 전문 콘텐츠가 공공교육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배움의 장으로 바꾸려는 발상이다.


이런 시도는 특히 포천 같은 도농복합지역에서 의미가 크다.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역 안에서 청소년 문화예술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고민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좋은 교육은 꼭 대도시에만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반론이 될 수 있다. 지역에도 얼마든지 깊이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협동심과 창의성은 구호가 아니라, 함께 무대를 만들 때 길러진다


교육 현장에서는 늘 창의성, 소통 능력, 협업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 능력을 실제로 훈련할 기회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학습이 개인 단위 성취와 평가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면 극단 활동은 다르다.  

누군가가 대사를 놓치면 장면 전체가 흔들리고, 한 사람의 움직임은 곧 다른 사람의 타이밍에 영향을 준다. 잘하는 개인보다 함께 완성하는 집단이 더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협동을 배우고, 문제를 조정하며, 자기표현과 타인 배려를 동시에 익힌다.


특히 전통연희는 서구식 무대예술과 또 다른 결을 지닌다. 마당극과 탈놀이는 관객과의 거리도 가깝고, 놀이성과 현장성이 강하다. 즉흥성과 리듬감, 집단 에너지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이런 장르를 경험한다는 것은 단지 ‘전통을 안다’는 차원을 넘어, 몸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 다만 좋은 프로그램이 좋은 정책이 되려면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 갖는 상징성과 별개로, 정책으로서의 과제도 분명하다. 선착순 20명 모집은 밀도 높은 수업을 위해 적절할 수 있지만, 동시에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운영이라는 형식 역시 일부 학생에게는 접근 장벽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시도가 1회성 ‘우수 사례’에 그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가령 향후에는 학교 연계 확대, 권역별 분산 운영, 발표 무대의 공공성 강화, 후속 심화반 운영 같은 방식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교육정책’이 된다.


또 한 가지는 성과를 너무 단기적으로만 보지 않는 태도다.  

이런 예술교육은 시험 점수처럼 즉각 수치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학생의 말투, 자신감, 관계 맺기 방식, 지역에 대한 감각은 이런 경험을 통해 천천히 바뀐다. 교육의 진짜 성과는 종종 늦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이런 프로그램일수록 행정은 조급한 실적보다 축적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포천의 ‘광대놀음’이 던지는 질문


포천교육지원청의 이번 청소년극단 모집은 단순한 문화 프로그램 공고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지금 어디에 더 힘을 써야 하는지를 되묻는 신호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교육의 확장인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과 호흡하고 더 깊은 지역의 이야기를 몸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교육의 확장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전통연희는 오래된 형식이다.  

그러나 그 오래된 형식이 오늘의 아이들에게 오히려 새로운 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교육 실험이다. 포천 설화를 무대에 올리는 청소년들의 몸짓 속에서, 공교육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만이 아니라, 한 지역의 기억과 사람의 감각을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포천의 ‘광대놀음’이 그래서 더 주목된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공연 한 편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잘만 키운다면, 지역과 학교, 전통과 현재, 예술과 교육을 잇는 하나의 작은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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