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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칼럼] 수해복구 5개월 지연, ‘평시 행정’에 갇힌 재난대응 체계 고쳐야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0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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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류는 중앙에 쌓이고 비는 현장에 내리는 모순… 긴급 재해 사업 권한 지방 이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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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현 포천시장이 지난 1일 오전 민선 9기 첫 공식 일정으로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취임 첫 메시지를 ‘안전’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시정 운영의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포천시는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 이후 388억 원 규모의 복구 예산을 확보해 181개 사업장 가운데 174곳의 정비를 마쳤으며, 공정률도 96%에 달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응은 적지 않게 진척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현장 점검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왜 긴급을 요하는 재해복구 사업이 본격적인 우기 직전까지 행정 심의에 묶여 있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포천시의 설명에 따르면 총사업비 30억 원 이상의 대규모 복구 사업은 행정안전부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내촌면 왕숙천 관련 사업 역시 올해 1월 심의를 요청했으나, 중앙부처의 일정 등으로 인해 약 5개월이 지난 5월 13일에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설계는 이미 완료되었음에도 실제 착공까지 행정 절차에 발이 묶였고, 결국 장마철이 닥쳐서야 공사가 본격화되는 비효율을 초래했다. 이쯤 되면 문제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재난 대응 체계가 평시 행정의 통제 논리와 속도에 갇혀 있다는 구조적 한계다.


재해복구는 일반적인 개발사업이 아니다. 복구가 늦어지면 곧바로 주민 불안으로 직결되며, 기후변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동일한 피해가 반복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의 심의 절차가 수개월씩 소요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는 그 결과를 기다리느라 사실상 손발이 묶이는 구조라면 이는 명백히 현실과 괴리된 행정이다. 서류는 중앙에 쌓여 있고 비는 현장에 내린다. 이 시간적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정부가 외치는 “신속한 복구”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물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타당성과 적정성,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검증하겠다는 중앙 심의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재난을 이유로 모든 절차를 생략하자는 주장 역시 또 다른 부실을 낳을 수 있어 위험하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은 통제와 신속성 사이의 균형을 잃었다. 평상시의 관료적 통제 논리를 긴급 상황에까지 기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정작 현장의 골든타임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통제는 촘촘하지만 대응은 느린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재난 앞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행정의 민낯이다.


이런 맥락에서 백 시장이 지적한 “긴급 재해 사업의 지자체 권한 위임”과 “행정 절차 간소화” 요구는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중앙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모든 권한을 무조건 지방으로 넘기라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해복구 사업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재량과 책임을 대폭 넓혀야 한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다. 중앙정부는 큰 틀의 기준과 사후 점검을 맡고, 현장 집행은 지방정부가 신속하게 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이 같은 행정 병목현상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례는 자치분권의 실질적 실효성을 다시 묻게 만든다. 제도적으로는 지방정부에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긴급한 복구 사업 하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권한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책임은 지방이 지고 결정은 중앙이 내리는 모순된 구조다. 이러한 모순을 방치한 채 현장 지자체에만 무한 책임과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동시에 포천시 자체의 과제도 적지 않다. 중앙 절차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현장 중심의 꼼꼼한 소통 행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해 피해가 없는 직선 구간에 예방 차원으로 설치된 토사 방지용 톤백마대가 주민들에게 예산 낭비나 복구 미비로 오인되지 않도록 주민설명회와 면사무소를 통해 행정적 취지를 명확히 안내하겠다는 방침은 바람직한 대응이다. 공사 차량 통행으로 파손된 인근 아스콘 도로 정비 등 생활 민원에 대한 즉각적인 처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재난행정은 거창한 제도 개편 못지않게, 현장에서 쌓아 올린 주민과의 신뢰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번 현장 방문은 민선 9기 출범을 알리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일정으로 끝나선 안 된다. 포천시는 오는 7월 15일까지로 예정된 왕숙천 복구 공사를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번에 드러난 제도적 병목현상을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에 공식 의제로 적극 개진해야 한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과의 공동 대응 모색도 필요하다. 재난은 매년 반복되는데, 행정은 매번 처음 겪는 일처럼 유연하지 못해서는 시민을 보호할 수 없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 그 자체만이 아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늦게 움직이는 행정의 타성이다. 우기 직전에서야 간신히 착공하는 지금의 복구 체계로는 시민의 안전을 온전히 담보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통제의 명분 뒤에 숨지 말고, 긴급 재해복구 사업만큼은 지방정부가 제때 움직일 수 있도록 권한과 절차를 현실에 맞게 전면 개선해야 한다. 백 시장의 문제 제기가 일회성 발언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의 실행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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