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창 칼럼] 164억 원짜리 파크골프장과 일본의 경고
제천시가 추진하던 36홀 산악형 파크골프장 사업이 결국 전면 재검토라는 제동이 걸렸다. 통상 수억 원에서 많아야 30억 원 안팎이면 조성하는 파크골프장에 무려 164억 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를 쏟아붓겠다니, 상식적인 눈높이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이미 토지보상비 등으로 65억 원이 집행된 탓에 멈추면 막대한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강행하면 수십 년간 눈덩이 같은 운영비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덫에 빠진 꼴이다.
이 황당한 뉴스 앞에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파크골프장이 과연 무조건 많이, 그리고 크게 지을수록 좋은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연코 '아니오'다.
이미 파크골프 종주국인 일본이 그 우매한 공급 과잉의 결말을 혹독하게 증명해 보였다. 홋카이도 이와미자와시의 공공 파크골프장 이용객은 지난 20년 사이 13만 3,000명에서 3만 7,000명으로 무려 70%나 급감했다. 연간 이용료 수입이 고작 67만 엔에 불과한 한 27홀 공공 구장은 매년 수입의 20배가 넘는 1,476만 엔의 위탁 관리비를 세금으로 메워오다 결국 올해 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참담한 몰락은 파크골프라는 스포츠의 실패가 아니다. 철저한 수요 예측과 운영수지 분석 없이, 그저 눈앞의 치적을 위해 시설만 늘리고 본 지자체 행정의 무능이 불러온 참사다.
우리의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 수준 높은 코스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운 민간 구장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더 가치 있는 '경험'을 찾아 이동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저렴한 이용료 하나만을 무기로 삼았던 공공 구장들은 이용객의 외면 속에 오롯이 주민들의 세금만 축내는 흉물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제는 맹목적인 확장 패러다임을 과감히 깨부수어야 할 때다. 공공은 누구나 부담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인프라를 다지고 공정한 이용 질서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반면 민간은 독창적인 코스 관리와 서비스, 대회 유치, 교육 및 관광 연계 등 파크골프를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내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자체 간의 앞뒤 안 가리는 무의미한 숫자 경쟁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지방 재정 파탄이라는 파국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누가 더 크게 짓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에 대한 냉철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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