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경쟁력은 거창한 개발 사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민이 매일 숨 쉬는 공기, 걷는 길, 체감하는 더위 같은 생활 환경의 질이 결국 도시의 품격을 만든다. 그런 점에서 임종훈 전 포천시의장이 제안한 도로 자동 살수시스템, 이른바 ‘클린로드’ 도입 논의는 단순한 시설 제안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환경정책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폭염과 미세먼지는 이제 계절성 불편을 넘어선다. 여름철 고온 현상은 노약자와 야외 노동자, 통학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건강 부담이 되고, 도로 재비산먼지는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생활형 공해다. 특히 포천처럼 도농복합도시의 성격을 지니고, 화물차량 이동과 산업시설 밀집 구간이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민 입장에서는 “원래 여름이 덥다”거나 “도로니까 먼지가 있다”는 식의 설명으로는 더 이상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는 참으라는 말보다 줄이겠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도로 살수시스템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생활밀착형 대안이다. 자동으로 물을 분사해 도로의 먼지를 가라앉히고 노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비교적 분명하다. 특히 교통량이 많고 비산먼지 민원이 잦은 구간, 열기가 집중되는 도심 간선도로, 산업단지 인접 도로처럼 문제 지점이 뚜렷한 곳에는 부분 도입만으로도 체감도가 클 수 있다. 모든 지역에 일괄 설치하는 방식보다, 취약 구간을 선별해 집중 적용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임 전 의장의 제안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제안을 감성적 아이디어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우선순위에 기반한 정책 검토 과제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살수시스템은 분명 설치비와 유지관리비가 들고, 수자원 활용 방식과 운영 시간대, 동절기 관리, 교통 안전성 등 따져야 할 요소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비효율로 단정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포천처럼 도로 환경과 산업 활동, 정주 여건 문제가 맞물린 지역일수록 시범 구간을 정해 실증적으로 효과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농도 변화, 노면 온도 저감, 민원 감소, 운영비 대비 편익 등을 실제로 측정해보면 정책 판단도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
이 제안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환경정책의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환경정책은 종종 대형 사업이나 선언적 구호에 머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환경 행정은 훨씬 구체적이다. 어느 길이 덜 덥고, 어느 구간의 먼지가 줄었고, 출퇴근길 공기가 조금 나아졌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변화는 예산 규모보다도 정책의 촘촘함에서 나온다. 클린로드 같은 시스템은 바로 그런 ‘보이는 환경행정’, ‘느껴지는 환경행정’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물론 한 가지 장치가 모든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살수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도로 청소 체계, 비산먼지 관리, 녹지 확충, 그늘 인프라, 대기질 모니터링과 함께 가야 한다. 환경정책은 늘 복합적이어야 한다. 다만 그 복합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작은 실천들을 연결해야 한다는 뜻이어야 한다. 부분 도입, 시범 운영, 효과 분석, 확대 여부 검토의 순서로 접근한다면 행정 부담도 줄이고 정책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임 전 의장이 함께 언급한 서울 도심 속 포천 관광 홍보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도시의 경쟁력은 안으로는 살기 좋아야 하고, 밖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과 외부를 향한 로컬 마케팅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포천을 더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자”는 목표 아래 만난다. 시민이 살기 편한 도시가 방문객에게도 좋은 도시가 되고, 도시 이미지가 좋아질수록 지역 경제도 함께 숨을 돌릴 수 있다.
이번 제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내용만이 아니다. 공직을 떠난 인사가 시민의 위치에서 타 지역 사례를 보고 지역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방행정의 수준은 행정기관만으로 높아지지 않는다. 시민, 전직 공직자, 전문가, 현장 종사자들이 생활 속 문제를 정책 언어로 바꿔 제안할 수 있을 때 지역의 정책 자산은 더 풍부해진다. 좋은 도시는 늘 좋은 아이디어를 열린 태도로 검토하는 도시다.
결국 포천에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실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클린로드 도입 논의도 그 기준에서 봐야 한다. 전면 도입이 부담스럽다면 취약 구간 시범사업부터 시작하면 되고, 효과가 확인되면 단계적으로 넓혀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겪는 불편을 정책 과제로 인정하고 실제 대안을 검토하는 태도다.
폭염과 미세먼지는 매년 반복되지만, 대응 방식까지 늘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도시가 더 똑똑해진다는 것은 거대한 기술보다 생활 속 불편을 줄이는 해법을 찾아내는 일에 가깝다. 포천이 이런 생활밀착형 환경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한다면, 그것은 단지 도로에 물을 뿌리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행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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