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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칼럼] 강은 흐르고, 도시는 미래를 묻는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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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영현 시장의 구상처럼, 포천의 평화경제특구는 ‘지정’보다 ‘내용’으로 증명돼야 한다

포천시, 경기도 평화경제특구 개발계획 수립 연구용역 4차 실무협의회 개최4.jpg


포천의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한탄강의 물길이다. 오랜 시간을 깎아 만든 절벽과 굽이치는 강물, 그리고 그 곁을 묵묵히 지켜온 들판의 숨결은 이 도시가 가진 가장 오래된 자산일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이 저절로 도시의 번영이 되지는 않는다. 자연은 가능성을 주지만, 미래는 결국 사람이 설계해야 한다. 포천시가 평화경제특구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열린 제4차 실무협의회는 단순한 행정 일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포천이 오랫동안 접경이라는 이름 아래 감내해 온 제약을 넘어, 이제는 스스로 성장의 언어를 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경계의 도시로만 불리던 포천이 이제는 기회의 도시로 자신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 그것이 이번 평화경제특구 구상의 본질에 가깝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포천을 두고 “유네스코 인증을 받은 한탄강의 우수한 관광 자원과 탄탄한 농업 기반을 동시에 보유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포천의 미래 전략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문장이다.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개발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새롭게 연결하는 개발. 그것이야말로 지금 포천에 필요한 방향일 것이다.


실제로 포천이 내놓은 구상은 그 점에서 꽤 설득력이 있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휴양 인프라, 관인면 일원의 농업 기반과 연결되는 스마트팜과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 체계, 그리고 앞으로의 산업 수요를 염두에 둔 용지 확보까지. 관광과 농업, 산업을 각각 따로 놓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엮으려는 발상은 포천의 조건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은 결과로 보인다.


도시는 자기 땅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강이 있는 곳은 강의 시간을 품어야 하고, 농업이 뿌리내린 곳은 흙의 논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포천형 평화경제특구는 공장 몇 개를 더 세우는 방식의 낡은 개발 문법을 넘어설 가능성을 품고 있다. 백 시장이 말한 “관광과 농업, 첨단 산업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차별화된 평화경제특구”라는 표현 역시, 포천이 꿈꾸는 미래가 단순한 산업 집적지가 아니라 삶과 자연, 생산과 체류가 함께 작동하는 복합 공간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도시의 미래는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름이 거창할수록 내용은 더 치밀해야 한다. 평화경제특구라는 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이름이 실제 힘을 가지려면 냉정한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관광객은 왜 포천에 와서 머물러야 하는가. 청년은 왜 이곳에서 일하고 살아야 하는가. 기업은 왜 포천을 선택해야 하는가. 농업은 어떻게 더 높은 부가가치로 이어질 것인가. 특구는 결국 이 질문들에 대한 실질적 답변으로 증명된다.


접경지역의 개발 구상은 언제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품어왔다. 남북관계라는 변수는 크고,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도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것은 외부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는 자립적 구조다.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체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설계. 포천의 특구 구상은 바로 그 현실성을 확보해야 한다.


백 시장이 “평화경제특구가 포천의 미래 100년을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경기북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이 말이 진정한 울림을 가지려면, 미래 1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견딜 수 있는 구체성이 뒤따라야 한다. 지정만 받아놓고 속도를 잃는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산업이 들어서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어떤 생활 기반이 확충되고, 어떤 방식으로 주민 삶이 바뀌는지까지 그려져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미래는 주민의 체감 속에서 완성된다. 회의실에서 완성된 계획이 현장의 삶과 닿지 못하면 그 청사진은 공중에 뜬 문장에 머문다. 관인면의 주민들, 지역 농업인들, 청년들, 자영업자들, 이 땅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특구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은 땅의 용도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하루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특구는 정책이 아니라 변화가 된다.


포천은 오랫동안 가능성의 도시였다. 이제는 그 가능성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한탄강과 농업, 접경의 위치와 미래 산업이라는 서로 다른 조각들을 하나의 설계로 엮어낼 수 있다면, 포천은 더 이상 주변부의 도시가 아니라 경기북부 균형발전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새롭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은 이미 흐르고 있다. 들은 제철을 기다리며 자라고 있다. 자연은 늘 자기 몫을 다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도시의 몫이다. 평화경제특구가 포천의 내일을 바꾸는 이름이 되려면, 선언보다 설계가, 기대보다 실행이 앞서야 한다. 백영현 시장의 말처럼 포천이 가진 관광 자원과 농업 기반이 정말로 미래 성장의 힘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이번 구상은 단순한 개발계획이 아니라 도시의 시간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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