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분뇨는 오래도록 농촌의 불편한 현실이었다. 축산농가에는 처리 비용과 행정 부담으로 남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악취와 환경 갈등의 원인으로 쌓였다. 늘 발생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래서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정작 뾰족한 해법은 잘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바로 우분 처리였다. 포천시가 이 오래된 난제를 ‘폐기’가 아닌 ‘자원’의 관점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포천시는 지난 16일 포천도시공사, ㈜지에스포천그린에너지와 함께 ‘저탄소 축산혁신과 우분 고체연료 공급·이용을 위한 상생협력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단순하다. 그동안 퇴비화 중심으로 처리해오던 우분을 고체연료로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축산 현장의 부담을 덜고, 공공이 사업을 뒷받침하며, 민간 발전설비가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다. 말 그대로 농가·지자체·공공기관·기업을 잇는 순환형 모델이다.
이 협약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 하나가 추가됐기 때문이 아니다. 가축분뇨 문제를 환경 민원 차원에만 가두지 않고, 에너지 전환과 지역 정주 여건 개선, 나아가 탄소중립이라는 더 큰 정책 언어 속에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버려야 할 부산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를 실제 지역 행정과 연결하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 제도화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포천은 이번 협약을 통해 그 현실적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역할 분담도 비교적 분명하다. 포천시는 저탄소 축산혁신지구 조성과 우분 고체연료화 시설 설치를 위한 총괄 계획을 세우고, 행정·재정 지원과 원료 수급 체계 구축을 맡는다. 포천도시공사는 시설 건설과 기술 운영, 유지관리 방안을 책임진다. ㈜지에스포천그린에너지는 생산된 고체연료를 유연탄 대체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설비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수용 구조를 갖추게 된다.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이 굴러갈 수 있도록 각 주체의 기능을 나눴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보여주기식 행사와는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우분을 둘러싼 인식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분은 처리해야 할 대상, 민원을 유발하는 문제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에너지 자원화에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축산농가는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주민들은 악취와 환경 갈등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발전 부문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일부 대체하는 통로가 열릴 수 있다. 하나의 폐기물이 농촌 환경, 지역경제,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건드리는 정책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분 고체연료화가 진정한 해법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첫째, 안정적인 수거와 공급 체계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의 품질과 수분 함량, 물류 비용, 저장과 운반 과정은 사업의 성패를 가를 현실적 변수다. 둘째, 연료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낳지 않아야 한다. 처리시설의 악취 저감, 대기오염 관리, 주민 수용성 확보는 사업 초기부터 세심하게 설계돼야 한다. 셋째, 경제성이 담보돼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격 구조와 행정의 지속 가능한 지원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결국 이번 협약의 성패는 ‘좋은 취지’보다 ‘실행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지방도시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를 단순 민원 처리 수준에서 벗어나, 산업과 에너지 전환의 언어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국가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제 출발점은 늘 지역의 생활 문제다. 악취를 줄이고, 농가의 부담을 덜고,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일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현실적인 현장이다.
포천시는 최근 정주 여건 개선과 인구 유입 기반 마련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우분 자원화는 단지 축산 정책에 머무르지 않는다. 농촌의 생활환경을 바꾸고, 주민 갈등을 줄이며,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을 하나씩 쌓아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책이 단순히 외부 유입만 바라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먼저 지금 사는 사람들의 삶을 견딜 만하게, 가능하면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축산 환경 개선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정주 정책이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이번 협약을 두고 “해묵은 축산 환경 문제를 청정에너지 자원화로 탈바꿈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선언에 그칠지, 실제 변화를 만드는 행정으로 이어질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농촌의 오래된 문제를 더 이상 오래된 방식으로만 다룰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우분은 그동안 처리의 대상이었다.
포천은 이제 그것을 전환의 자원으로 바꾸려 한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지 한 도시의 환경 개선을 넘어 농촌과 에너지, 기후정책이 만나는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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