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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의 절경에서 밤의 체류로… 포천 한탄강, ‘빛의 관광’ 실험에 나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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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포천 한탄강 미디어 아트 파크 _테라 판타지아_ 점등식 개최.jpg

 

2-3 포천 한탄강 미디어 아트 파크 _테라 판타지아_ 점등식 개최.jpg


관광의 경쟁력은 더 이상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그 자원을 어떻게 해석하고, 얼마나 오래 사람을 머물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포천시가 한탄강 하늘다리 일원에 조성한 야간 관광 콘텐츠 ‘테라 판타지아(Terra Fantasia)’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읽어볼 만한 사업이다. 낮의 풍경에 기대던 자연관광을 밤의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지난 15일 한탄강 하늘다리 일원에서 미디어 아트파크 ‘테라 판타지아’ 점등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협곡 지형, 비둘기낭 폭포 일대 경관에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야간 탐방형 콘텐츠를 구축한 것이다. 하늘다리에서 비둘기낭 폭포까지 약 2.5㎞ 구간에 7개 테마 공간을 조성했고,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을 자연 스크린으로 삼아 연출하는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빛의 화산’이다. 폭 200m, 높이 40m 규모의 화면 위에 한탄강의 탄생과 시간을 빛으로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겉으로 보면 이 사업은 화려한 야간 경관 조성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포천시가 최근 추진하는 도시 전략과 맞물린 측면이 적지 않다. 핵심은 관광의 시간대를 늘리고, 체류 시간을 늘려 지역경제의 소비 기반을 넓히는 데 있다. 그동안 한탄강은 분명 인지도가 높은 자연 관광지였지만, 방문 형태는 대체로 ‘낮에 보고 떠나는’ 방식에 가까웠다. 풍경은 뛰어났지만 체류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고, 그만큼 주변 상권과 숙박업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한계를 감안하면 야간 콘텐츠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관광객이 저녁까지 머물게 되면 식음 소비가 늘고, 숙박 수요가 생기며,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지역 입장에서는 ‘방문객 수’ 못지않게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도시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점점 이 지점에서 갈리고 있다. 잠깐 들렀다 떠나는 관광지보다, 반나절 더 머무는 곳이 지역경제에는 훨씬 유리하다.


포천시가 신설한 인구성장국과 정주 여건 개선 정책 흐름 속에서 이번 사업이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지방정부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주민등록 인구만이 아니라 생활인구와 관계인구다. 실제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자주 방문하고, 소비하고,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도시의 활력은 높아진다. 한탄강 야간 관광은 이런 측면에서 ‘관광’에만 머무는 사업이 아니다. 포천이라는 도시가 낮보다 긴 시간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시도이자, 궁극적으로는 체류형 도시 기반을 넓히려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자연유산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예술을 결합했다는 점은 오늘날 관광정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자연경관 자체의 매력은 분명 중요하지만, 비슷한 풍경만으로는 도시 간 경쟁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어떤 스토리를 입히고, 어떤 방식으로 감각화하며, 어떻게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바꾸느냐가 관건이 된다. 포천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한탄강을 단순한 지질 명소가 아니라 ‘서사가 있는 야간 공간’으로 변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주상절리 절벽을 거대한 자연 스크린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매개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사업은 기대만큼 과제도 뚜렷하다. 야간 관광 콘텐츠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운영의 안정성이다. 미디어 아트는 첫인상은 강하지만, 콘텐츠가 반복되면 금세 신선도를 잃을 수 있다. 계절별 프로그램 변화, 재방문을 유도할 만한 연출의 다양성, 주변 프로그램과의 연결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는 지역 상권과의 실질적 연계다. 관광객이 야간 콘텐츠만 보고 곧바로 돌아간다면 체류형 관광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숙박, 식음, 교통, 인근 명소와의 연계 동선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비로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셋째는 자연유산 보전과 관광 개발 사이의 균형이다. 한탄강은 무엇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공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 야간 조명과 미디어 연출이 관광 콘텐츠로서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연 경관과 생태, 지질유산의 본래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성공적인 야간 관광은 ‘얼마나 화려한가’보다 ‘얼마나 조화로운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가치를 더 잘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포천시가 향후 테라 판타지아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 자원과 상권을 묶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야간 관광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 도시 전체의 경험 구조 안에 들어갈 때 힘을 갖는다. 저녁의 빛, 숙박의 편의, 다음 날 아침의 동선이 하나의 여행 서사로 연결될 때 비로소 ‘밤에도 머무는 도시’가 된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이번 점등식에서 “세계적인 유산에 문화와 예술, ICT를 접목해 새로운 관광 가치를 창출한 대표 콘텐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말의 성패는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테라 판타지아가 단순한 조명 시설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포천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인가.


한탄강은 이미 낮의 절경으로는 충분히 알려진 곳이다. 포천이 이번에 켜 올린 불빛은 그 절경을 밤까지 연장하려는 시도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빛이 잠깐의 화제에 그칠지, 지역의 체류 시간과 소비 구조, 관광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지켜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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