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다문화가족 확대.
오늘의 지방도시는 더 이상 하나의 표준적 가족만을 전제로 운영될 수 없다. 가족의 형태는 이미 달라졌고, 삶의 조건도 훨씬 복잡해졌다. 문제는 행정이 그 변화의 속도를 얼마나 따라가고 있느냐에 있다. 포천시가 직영으로 운영 중인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 1주년 성과를 공개한 일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기관 운영 보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 지원을 민간 위탁의 보조 영역이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는 생활밀착형 복지의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포천시가족센터는 지난 16일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직영 1년, 시민 곁으로 더 가까이’를 주제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2025년 7월 공식 직영 개소 이후의 운영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가족상담, 부모교육,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다문화가족 적응 지원, 1인 가구 맞춤형 라이프케어 등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률이 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하나의 복지기관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역 행정이 가족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가족센터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복지 수요는 과거보다 훨씬 세분화돼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어려움과 홀로 사는 청년 또는 중장년의 고립 문제는 다르고, 다문화가족이 겪는 정보 접근의 장벽은 또 다른 층위의 문제다. 같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어도 실제 필요는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센터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행정이 읽어내고 연결하는 접점이 돼야 한다. 상담과 교육, 돌봄과 정서 지원, 정보 제공과 관계 회복이 한곳에서 이어질 수 있어야 비로소 생활 속 복지로 기능할 수 있다.
포천시가 이번에 강조한 ‘직영 1주년’도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직영은 곧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간의 전문성과 역할을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 정책처럼 지역의 생활 기반과 직결되는 영역은 결국 지자체가 얼마나 직접성과 연속성을 갖고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운영 주체가 분명해지면 사업의 방향도 또렷해지고, 현장의 수요를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속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시민 입장에서도 ‘어디에 가면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를 좀 더 명확히 체감하게 된다. 복지에서 접근성은 종종 내용만큼 중요하다.
특히 포천처럼 도농복합도시의 성격을 가진 지역에서는 가족센터의 역할이 더 넓을 수밖에 없다.
다문화가족 비중, 1인 가구 증가, 돌봄 공백, 고령층의 정서적 고립 같은 문제는 도시와 농촌의 특성이 겹치며 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곳일수록 행정은 평균적 수요가 아니라 구체적 삶의 결을 읽어야 한다. 가족센터가 단순 행사성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면 존재 이유는 약해진다. 반대로 지역의 취약성과 변화된 가족 구조를 정확히 반영해 맞춤형 사업을 설계한다면, 그것은 인구정책의 가장 현실적인 기반이 된다.
실제로 포천시가 최근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정주 여건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흐름과도 가족센터의 기능은 맞닿아 있다. 인구 문제를 흔히 출산 장려나 외부 유입의 문제로만 보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다른 데 있다.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덜 불안한가, 혼자 살아도 최소한의 관계망과 지원 속에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가족센터는 이런 질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답하는 생활 복지의 전초기지다.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결국 가족과 돌봄, 관계와 생활의 안정부터 다져야 한다.
물론 1년의 성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이용률 상승은 분명 반가운 신호지만, 숫자만으로 복지의 질을 말할 수는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이용한 시민이 실제로 삶의 변화를 체감했는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이 새롭게 연결됐는지, 지원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관계망으로 이어졌는지다. 가족상담과 부모교육, 다문화 적응 지원, 1인 가구 라이프케어 같은 사업은 각각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개별 사업들이 하나의 촘촘한 지원 체계로 작동하느냐다. 복지는 프로그램의 개수가 아니라 연결의 밀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포천시가 향후 시민 수요 조사와 주민등록 사실조사 등을 연계해 실거주 가구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외계층을 발굴해 돌봄 안전망을 확충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복지의 사각지대는 대개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제때 찾아가지 못해서 생긴다. 행정이 통계 속 평균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 개별 가구를 더 정확히 포착하려 한다면, 그것은 복지의 방향이 공급자 중심에서 생활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가족센터가 진정한 지역 복지 거점이 되려면 세 가지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서비스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시민일수록 제도를 어려워하고, 기관 방문을 주저한다.
둘째, 부서 간 연계가 더 촘촘해야 한다. 가족 문제는 복지 한 분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주거, 보건, 교육, 일자리, 돌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셋째, 성과를 단순 이용 건수가 아니라 삶의 안정도와 관계 회복, 돌봄 공백 해소 같은 실질 지표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가족센터가 보여주기식 복지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시민 곁에서 작동하는 행정의 얼굴이 될 수 있다.
김수정 센터장이 “가족의 형태와 상황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 가족지원 공간”을 강조한 것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오늘날 가족 정책은 특정한 정상가족을 전제하는 순간 현실과 멀어진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족이냐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 속에 있느냐다. 복지는 형태를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발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포천시가족센터 직영 1주년은 작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가족을 행정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놓겠다는 것, 그리고 복지를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지원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인구 문제를 숫자의 경쟁으로만 다루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시민이 실제로 덜 불안하게 살 수 있는 도시,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도시,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돌봄과 연결이 보장되는 도시가 더 중요하다.
가족센터는 그 방향을 보여주는 작은 창일 수 있다.
포천시가 그 창을 얼마나 더 넓고 깊게 열어 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가족정책과 정주정책의 진짜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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