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품격은 얼마나 많은 것을 새로 짓느냐보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얼마나 끝까지 지켜내느냐에서 드러난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의 지방도시라면 더욱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은 가까워야 하고, 돌봄은 끊기지 않아야 하며, 익숙한 집과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포천시가 의료·요양 통합돌봄 서비스를 통해 1033건의 지원을 연계하고, 개인별 지원계획 192건을 승인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단순한 복지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결국 “나이 들어도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방행정의 답변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지난 16일 시청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자문기관과 협약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요양 통합돌봄 통합지원회의를 열었다. 시는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과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의료·요양·돌봄·주거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모두 13차례의 통합지원회의를 통해 지원계획 승인 192건, 변경 109건, 서비스 연계 1033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수치만 놓고 보면 행정의 성과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들 뒤에는 병원 진료와 식사 지원, 주거 보완과 일상 돌봄, 예방적 건강관리 같은 삶의 구체적인 장면들이 포개져 있다.
사실 통합돌봄의 핵심은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흩어져 있던 지원을 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다시 묶어내는 데 있다. 의료는 의료대로, 복지는 복지대로, 주거는 주거대로 따로 움직이면 정작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은 그 사이에서 길을 잃기 쉽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에게는 어떤 제도가 있는지 스스로 찾아다니는 일 자체가 큰 장벽이 된다. 그래서 통합돌봄은 서비스의 총량보다 연결의 방식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건강 상태와 생활 능력, 가족 상황과 주거 여건을 함께 보고, 필요한 자원을 한 번에 설계해 제공하는 체계여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포천시가 밝힌 지원 현황을 보면 일상생활 돌봄이 278건으로 가장 많고, 건강관리 예방 185건, 장기요양 166건, 주거복지 158건, 기타 서비스 125건, 보건의료 121건 순이다. 이 구성은 통합돌봄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노인의 삶은 병원 진료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집 안에서 넘어지지 않게 하는 환경, 제때 식사하고 씻을 수 있는 지원, 약을 챙기고 건강 상태를 살피는 예방 관리, 필요할 때 장기요양과 복지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함께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은 병만 치료받는다고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유지될 때 비로소 버틸 수 있다.
이 점에서 통합돌봄은 복지정책이면서 동시에 정주정책이다.
포천시가 최근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정주 여건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흐름과도 이 사업이 맞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문제를 흔히 청년 유입이나 출산 장려의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금 이곳에 사는 노인들이 얼마나 불안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가도 같은 무게를 가진다. 고령자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돌봄 공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익숙한 집과 마을을 떠나 시설이나 타 지역으로 밀려나야 한다면 그 도시는 이미 생활 기반을 잃기 시작한 셈이다. 반대로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돕는 체계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복지 향상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다.
특히 포천 같은 도농복합도시에서는 이런 의미가 더 크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는데 의료기관과 돌봄 자원은 넓게 흩어져 있고, 이동은 불편하며, 가족 돌봄의 전통적 기능도 약해지고 있다. 이런 지역일수록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보다 “지역 안에서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 곧 자신이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가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노후의 안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병원과 복지, 돌봄과 주거가 얼마나 촘촘히 연결돼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성과를 숫자로만 낙관해서는 안 된다.
1033건의 서비스 연계가 있었다고 해서 모든 공백이 메워졌다고 볼 수는 없다. 통합돌봄의 진짜 평가는 몇 건을 처리했느냐보다, 실제로 대상자의 삶이 얼마나 안정됐느냐에 달려 있다. 입원과 재입원이 줄었는지, 돌봄 부담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는 일이 줄었는지, 주거 불안과 고립이 완화됐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당사자가 “예전보다 살 만해졌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행정은 종종 실적을 세지만, 복지의 본질은 체감에 있다.
포천시가 3개월마다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해 지원계획을 조정·보완하고 있다는 점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통합돌봄은 한 번 계획을 세운 뒤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다. 몸 상태는 변하고, 가족 상황은 달라지며, 주거 환경도 예기치 않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점검과 수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돌봄이란 원래 완결된 답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을 따라가는 과정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읍면동 단위 현장 대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책상 위 계획보다 현장 발견이 더 중요하다.
둘째, 의료기관과 복지부서, 건강보험공단과 행정복지센터 사이의 정보 연계와 역할 조정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셋째, 서비스 접근 문턱을 낮춰야 한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일수록 제도를 잘 모르거나 신청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성과 평가는 단순 건수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질, 지역 정착 유지, 돌봄 공백 해소 수준 같은 실질 지표로 옮겨가야 한다.
결국 통합돌봄은 복지의 기술이 아니라 도시의 철학에 가깝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아파도, 장애가 있어도,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방도시의 미래는 더 이상 개발 계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짓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노인이 자기 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포천시의 이번 통합돌봄 실적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제 필요한 것은 숫자의 축적을 넘어 신뢰의 축적이다. 시민이 정말로 “아프고 힘들 때 이 도시는 나를 놓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늙어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돌봄이 부족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는 도시. 통합돌봄은 바로 그런 도시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행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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