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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염의 계절, 복지는 밥상까지 내려와야 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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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포천시새마을회, _찾아가는 행복밥상_ 두 번째 사업 _오이지 나눔_ 진행1.jpg


복지는 거창한 제도 이름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 취약계층의 삶은 냉방과 의료만이 아니라, 끼니를 어떻게 버티느냐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더위에 지치면 식욕은 떨어지고, 식생활이 무너지면 건강은 더 빨리 흔들린다. 홀몸 어르신이나 저소득 가구일수록 이런 악순환은 더 가파르게 찾아온다. 포천시새마을회가 ‘찾아가는 행복밥상’의 일환으로 오이지 담그기와 나눔 행사를 진행한 일은 그래서 단순한 계절성 봉사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복지가 정말 생활 가까이에 있다면, 결국 시민의 밥상 앞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천시새마을회는 지난 15일 새마을회관에서 ‘찾아가는 행복밥상’ 두 번째 사업으로 오이지 담그기 및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정순 포천시새마을부녀회장을 비롯해 14개 읍면동 새마을부녀회장들이 직접 오이지를 담갔고, 완성된 물량은 다음 날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 복지망과 연계해 홀몸 어르신과 저소득 가구 등에 전달됐다. 겉으로 보면 소박한 나눔 행사다. 그러나 이런 소박함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복지의 성패는 때로 거대한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늘 저녁 식사가 얼마나 덜 막막해졌는가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이지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철, 입맛을 잃기 쉬운 시기에 비교적 간편하게 곁들일 수 있고 저장성도 있다. 값비싼 보양식은 아닐지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오히려 이런 반찬 하나가 더 절실할 때가 있다. 취약계층의 식생활 문제는 종종 영양 수치로만 설명되지만, 현실의 끼니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반찬이 마땅치 않아 밥 한 끼를 대충 넘기거나, 더위에 지쳐 식사를 거르는 일이 반복되면 건강은 금세 취약해진다. 결국 먹거리 지원은 단순한 음식 전달이 아니라 계절의 위험을 낮추는 생활 복지의 한 형태다.


이번 행사가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민간의 자발적 나눔이 공공의 복지망과 연결됐다는 점이다.  

좋은 뜻의 봉사는 많지만, 그것이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닿기 위해서는 행정의 촘촘한 연결이 필요하다. 포천시새마을회가 만든 오이지가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 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민간은 현장의 온기를 만들고, 행정은 그 온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경로를 정리한다. 복지는 결국 이 둘이 따로 움직일 때보다 함께 작동할 때 더 실질적인 힘을 발휘한다.


포천시가 최근 인구성장국 신설과 정주 여건 개선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이런 나눔 활동이 주목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구정책을 흔히 개발 사업이나 외부 유입 전략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사람을 붙드는 것은 훨씬 일상적인 조건들이다. 내가 아플 때, 더위에 지칠 때, 혼자 있을 때, 지역사회가 나를 얼마나 살피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에서는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넓게 흩어져 있고, 폭염 같은 기후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런 현실에서 민간의 인적 안전망은 행정이 다 채우기 어려운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보완선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런 나눔이 뜻깊다고 해서 공공 복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런 민간 활동이 반복해서 필요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제도적 지원이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취약계층의 여름나기가 오이지와 같은 반찬 나눔에만 기대어선 안 된다. 폭염 대응 복지는 냉방 지원, 건강 모니터링, 식생활 안전, 돌봄 연계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민간의 선의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제도의 빈자리를 영구히 대신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 필요한 것은 이런 행사를 일회성 미담으로 소비하지 않는 일이다.  

누가 가장 더위에 취약한지, 홀몸 어르신의 식생활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행정복지센터와 민간단체가 어떤 정보를 공유하며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발굴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먹거리 나눔은 그 자체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취약계층의 건강과 고립 상태를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반찬을 전하러 간 자리에서 안부를 확인하고, 건강 이상 징후를 살피고, 추가 지원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찾아가는 행복밥상’이라는 이름도 실질적인 무게를 갖게 된다.


이부성 회장이 “어려운 이웃들의 여름철 식탁에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복지란 원래 그렇게 작은 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거창한 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일상에 실제로 닿는 도움이다. 그리고 그 도움은 액수보다 시기와 방식에서 더 큰 차이를 만든다. 가장 더운 계절에, 가장 지친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먹거리가 전달되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역 공동체의 복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정순 부녀회장이 강조한 “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역시 새겨볼 만하다.  

복지 사각지대는 제도가 없어서만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의 불편과 결핍을 너무 사소한 일로 여길 때도 사각지대는 생긴다. 여름철 반찬 하나를 챙기는 일이 작아 보여도, 바로 그런 작은 관심이 공동체를 지탱한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덥지만, 누구에게는 불편이고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그 차이를 아는 사회가 결국 더 안전한 사회다.


포천시새마을회의 이번 오이지 나눔은 그래서 단순한 봉사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사회가 가장 더운 계절에 누구의 삶을 먼저 떠올렸는가에 대한 답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마음이 행사 하루로 끝나지 않는 일이다. 밥상까지 내려오는 복지, 안부까지 묻는 나눔, 제도와 공동체가 함께 움직이는 생활 안전망. 포천이 정말 정주 여건을 말하려면, 바로 이런 작고 구체적인 돌봄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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