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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소년이 떠나는 짧은 여행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넓히는 일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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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포천시청소년재단  '2026 포천시 청소년 국제교류 프로젝트' 화이베이시 방문단 출정식 개최.jpg


지방도시의 미래를 말할 때 우리는 종종 도로와 산업단지, 주택 공급과 같은 눈에 보이는 기반시설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도시를 오래 지탱하는 힘은 그곳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을 때가 많다. 지역에 머물 이유가 있는지, 더 넓은 세계를 상상할 기회가 있는지, 자신의 삶을 이 도시와 연결해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포천시청소년재단이 중국 화이베이시를 방문하는 ‘2026 청소년 국제교류 프로젝트’ 출정식을 연 일은 그래서 단순한 해외 체험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청소년의 이동이 곧 지역의 미래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포천시청소년재단은 20일 중국 안휘성 화이베이시에서 열리는 국제교류 프로젝트를 앞두고 공식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번 방문단은 공개모집과 면접 심사를 거쳐 선발된 관내 청소년 20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 4일간 현지 학교와 공공기관, 문화·산업시설 등을 탐방하고 화이베이시 청소년들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은 출정식과 함께 해외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세부 일정 안내도 마쳤다고 밝혔다. 일정만 놓고 보면 비교적 짧은 방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짧은 일정 하나가 삶의 시야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국제교류의 핵심은 단순히 외국을 다녀오는 경험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바깥의 세계’를 직접 마주하고, 그 경험을 다시 자신의 삶과 지역에 연결해 보는 데 있다. 청소년 시기의 해외 교류는 언어 능력이나 문화 체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다른 도시의 학교와 생활 환경, 공공시설과 산업 구조, 또래들의 일상과 생각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다른 곳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교실 안 수업만으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자매도시를 매개로 한 국제교류는 관광성 방문과는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단발성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의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이베이시와의 교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상호 방문의 정례화, 공동 프로그램의 고도화, 교육·문화·산업 분야의 후속 연결로 이어진다면 청소년들에게도 더 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국제교류는 ‘가서 보고 오는 것’보다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데서 더 큰 가치가 생긴다. 지방정부의 청소년 정책이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포천시가 이를 정주 여건 개선과 글로벌 인재 육성의 문제로 함께 설명하는 것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오늘날 청년 인구 유출은 단지 일자리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교육과 문화, 경험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지역은 청소년에게 답답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반대로 지역 안에서도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을 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제교류 프로그램은 지방도시 청소년에게 “여기 있어도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정주 여건이란 결국 아파트와 교통만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지역 안에 존재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사업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첫째, 국제교류가 일부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보여주기식 특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개모집과 면접 선발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참가 기회가 특정 배경에 편중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다녀온 뒤의 후속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보고서 제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참가 청소년들이 경험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후배들과 연결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셋째, 국제교류의 성과를 단순 만족도 조사로만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청소년의 진로 인식, 문화 감수성, 지역 소속감, 지속적 교류 의지 같은 보다 입체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행정 전문가들이 이번 교류가 장차 지역 중소 제조업과 농업 기술 교류 등 실물 경제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흥미롭다.  

다만 여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청소년 국제교류를 곧바로 경제 협력의 도구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의 1차적 목적은 어디까지나 청소년의 성장과 경험 확대에 있어야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도시 간 신뢰와 인적 네트워크가 쌓이면, 교육과 문화 교류가 산업과 행정 협력의 토대가 될 수는 있다.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청소년을 위한 교류가 먼저이고, 그 축적된 관계가 나중에 도시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안전교육을 병행한 점도 중요하다.  

해외 체험 프로그램은 설렘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특히 청소년 대상 사업은 현지 이동, 건강, 사고 대응, 보호 체계가 촘촘해야 한다. 국제교류의 질은 일정의 화려함보다 준비의 세밀함에서 갈린다. 무사히 다녀오는 것 자체가 기본이고, 그 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 좋은 프로그램은 떠나기 전의 교육, 현지에서의 인솔, 돌아온 뒤의 정리까지 모두 포함할 때 완성된다.


포천시청소년재단이 앞으로 화이베이시와의 상호 교환 방문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해마다 비슷한 일정으로 반복되는 관성적 사업이 될 것인지, 아니면 청소년들의 요구와 시대 변화에 맞춰 내용이 진화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제교류는 횟수가 아니라 밀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얼마나 진짜 대화를 나눴는지, 얼마나 서로의 삶을 이해했는지, 얼마나 참가자들의 내면에 오래 남는 경험이 되었는지가 더 본질적이다.


지방도시의 청소년 정책은 이제 복지와 보호를 넘어 기회의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힘은 단순히 잡아두는 정책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 경험을 다시 지역 안에서 펼칠 수 있게 할 때 비로소 생긴다. 떠나보내는 경험이 결국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포천시의 이번 국제교류 프로젝트는 그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중요한 것은 3박 4일의 일정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이 청소년 각자의 시야를 얼마나 넓히고 지역의 미래를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느냐다. 청소년 한 사람의 경험은 작아 보여도, 그 경험이 쌓이면 도시의 기질이 바뀐다. 세계를 아는 청소년이 많은 도시, 바깥을 보되 자기 지역을 다시 생각할 줄 아는 청소년이 자라는 도시. 포천이 진정 정주 여건 강화를 말하려면, 바로 그런 성장의 토양을 더 넓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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