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경쟁력은 거창한 개발 계획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매일 걷는 거리, 장을 보고 식사하고 일터를 오가는 상권의 표정, 낯선 이도 머뭇거리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생활 환경 같은 것들이 도시의 인상을 결정한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고 다양한 배경의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일수록 거리의 청결과 질서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와 포용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포천시 소흘읍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솔모루 국제거리’ 환경개선에 나선 일은 그래서 단순한 청소 캠페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거리를 정비한다는 것은 결국 그 지역이 어떤 공동체가 되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흘읍 주민자치회는 지난 18일 솔모루 국제거리와 송우리 중심 상권 일대에서 ‘깨끗한 송우리, 함께 만드는 국제거리’ 캠페인의 첫 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오는 10월까지 매월 1회씩 총 4차례 정례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첫 회차에는 소흘읍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들이 참여해 상가를 돌며 ‘클린점포’ 스티커를 부착하고, 거리 환경 유지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참가자들은 환경정화 활동과 함께 주민·방문객의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는 캠페인도 병행했다. 이런 방식은 소박해 보이지만,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와는 결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청소 자체보다도, 거리 관리의 책임을 행정 alone이 아니라 주민과 상인이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이 ‘국제거리’라는 공간적 특성을 전면에 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송우리 일대는 포천 안에서도 상업 기능과 생활 기능이 밀집한 곳이고,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민의 생활 접점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곳의 거리 환경은 단지 깨끗하냐 지저분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결국 국제거리의 환경개선은 물리적 정비인 동시에 사회적 조정의 과정이기도 하다. 누가 이 공간의 주인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의 قواعد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를 묻는 일에 가깝다.
향후 활동에 외국인 근로자와 유관 단체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그래서 중요하다.
다문화 밀집 지역의 환경개선은 한국인 주민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계도하는 방식으로는 오래가기 어렵다. 진짜 변화는 그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주체로 참여할 때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 역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면, 거리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당사자이기도 하다. 상생은 포용의 언어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의사결정과 실천의 자리에 얼마나 함께 설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국제거리라는 이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면, 그 공간의 질서와 미관을 함께 설계하는 권리와 책임 역시 더 넓게 나뉘어야 한다.
포천시가 최근 인구구조 변화와 정주 여건 개선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캠페인을 바라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외국인 주민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방도시는 이제 ‘누가 얼마나 많이 사느냐’ 못지않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충돌 없이 함께 살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정주 여건은 주택 공급이나 도로 확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리가 얼마나 안전하고 깨끗한지, 상권이 얼마나 활기를 유지하는지, 외국인 주민이 얼마나 배제되지 않는지 같은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소흘읍의 국제거리는 그런 점에서 포천의 변화된 인구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생활 현장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환경개선 캠페인이 곧바로 상권 활성화와 공동체 통합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깨끗한 거리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상권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임대료 문제, 소비 위축, 주차와 보행 환경, 불법투기와 생활폐기물 처리 체계, 야간 안전 문제 등 더 구조적인 과제들이 함께 풀려야 한다. 또 외국인 참여 확대 역시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어 장벽은 어떻게 낮출 것인지, 참여 방식은 누가 설계할 것인지, 상인과 주민, 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중간 매개는 누가 맡을 것인지 같은 실무적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공동체 거버넌스는 좋은 뜻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지역의 변화는 대개 이렇게 작고 반복적인 실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대청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거리를 계속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지역 안에서 공유하는 일이다. 매월 한 차례씩 정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거리는 한 번 치운다고 끝나지 않는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계속 손을 대고, 계속 말을 걸고, 계속 함께 움직여야만 유지된다.
‘클린점포’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도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리 관리의 책임 주체임을 확인하는 작은 약속에 가깝다. 좋은 거리는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점포 앞 몇 걸음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서부터 달라진다. 시민의식이란 거창한 윤리 교육이 아니라 자기 가게 앞, 자기 집 앞, 자기 일터 주변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김상혁 주민자치회장이 말한 “작은 실천이 깨끗한 거리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만드는 시작”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진부한 구호라기보다 지역 운영의 본질에 가깝다.
유재현 소흘읍장이 강조한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송우리”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지방 상권의 경쟁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머물 만한 환경, 다시 찾고 싶은 인상, 함께 살아도 괜찮겠다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깨끗한 거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결국 솔모루 국제거리의 환경개선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관계를 정비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대신, 주민과 상인, 행정과 외국인 근로자가 함께 이 공간의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 말이다. 포천시 소흘읍의 이번 캠페인이 진짜 성과를 내려면, 10월까지의 4회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국제거리의 생활 규범과 참여 문화를 남겨야 한다. 거리가 달라지면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고, 사람의 태도가 달라지면 공동체의 얼굴도 달라진다. 결국 도시를 바꾼다는 것은 그런 작은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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