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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인의 자리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중심이어야 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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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가산면 노인회  '2026 한마음 수련대회' 성황리 개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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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복지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돌봄과 지원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의 삶은 보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위해 오래 헌신해 온 이들이 여전히 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중받고, 서로 연결되며,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어야 비로소 품위 있는 노후가 가능해진다. 포천시 가산면 노인회가 ‘2026 한마음 수련대회’를 연 일은 그래서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노인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주체로 다시 세우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한노인회 포천시지회 가산면분회는 지난 16일 가산농협 대강당에서 경로당 회원과 지역 내빈 등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마음 수련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보훈 교육과 식전 공연, 모범 회원 표창, 상속·증여 관련 세무 특강 등이 진행됐다. 포천시장 표창 15명, 포천시의회 의장 표창 15명 등 모두 30명의 회원이 지역사회 발전과 봉사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얼핏 보면 익숙한 지역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리가 지속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지역사회가 노인의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위로와 친목의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령층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세무 정보, 특히 상속과 증여와 관련한 강의가 포함됐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삶은 건강과 돌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산 관리, 상속 문제, 법률적 이해, 가족 간 갈등 예방 같은 현실적인 과제들이 함께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이런 정보는 가장 필요한 세대일수록 접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활 밀착형 정보 제공은 노인복지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에 가깝다. 잘 늙는다는 것은 단지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자산, 관계를 스스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 힘을 갖는 일이기도 하다.


보훈 교육이 함께 진행된 점도 상징적이다.  

오늘의 노년층은 단지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지나오며 지역과 국가를 떠받쳐 온 세대다. 그 세대의 기억과 기여를 확인하는 일은 단순한 예우를 넘어 공동체의 역사 감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노인의 삶을 단지 현재의 복지 수요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축적해 온 시간과 역할까지 함께 기억할 때 세대 간 존중도 더 두터워질 수 있다.


이런 행사들이 포천시의 정주 여건 개선과 연결된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방도시의 미래는 더 이상 청년 정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령층이 얼마나 외롭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 역시 같은 무게를 가진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에서는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이동과 접근성이 떨어지며, 독거노인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에서 노인회와 경로당, 지역 행사와 생활형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지역 질서를 유지하는 생활 기반이 된다. 사람 사이의 연결이 약해질수록 고립은 깊어지고, 고립이 깊어질수록 복지 비용과 사회적 불안은 함께 커진다. 공동체 유대는 결국 가장 현실적인 복지 인프라 중 하나다.


물론 이런 행사가 가진 한계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노인회 수련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고 해서 고령층의 복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노인은 경제적 불안, 건강 악화, 디지털 소외, 이동권 부족, 돌봄 공백 같은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한마음 행사가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이런 모임을 통해 실제 취약 노인을 더 빨리 발견하고 필요한 제도와 연결하는 데 있어야 한다. 즐거운 하루의 행사가 끝난 뒤에도 누가 혼자 남는지, 누가 병원에 갈 교통편이 없는지, 누가 상속 문제로 가족 갈등을 겪는지를 세심히 살피는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 점에서 가산면 행정복지센터가 경로당 시설 정비와 맞춤형 노인복지 프로그램 연계를 확대하고,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요하다.  

좋은 노인복지는 행사와 제도가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경로당과 행정복지센터, 노인회와 복지 담당 부서가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얼굴을 아는 관계망이 있어야 위기 신호도 더 빨리 잡힌다. 노인회가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하는 생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조도행 분회장이 노인회가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화합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대목도 가볍지 않다.  

실제로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은 더 이상 공동체의 주변부가 아니다. 오히려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인구 집단이자 생활 질서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정책도 보호 중심의 시혜적 접근을 넘어, 참여와 존중, 정보 접근과 관계 회복을 함께 담아야 한다. 노인의 자리가 작아질수록 지역의 미래도 함께 축소된다.


결국 한마음 수련대회의 진짜 의미는 행사 규모나 표창 인원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지역사회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에 가깝다. 함께 모이고, 서로를 격려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나누고, 공로를 인정하는 일. 이런 장면들이 반복될수록 노인은 더 오래 지역 안에 머물 수 있고, 공동체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


포천시 가산면의 이번 수련대회는 말 그대로 ‘한마음’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는다.  

노인을 외롭지 않게 하는 일, 그들이 여전히 공동체의 중요한 축임을 확인하는 일, 그리고 삶의 마지막 시기까지 존엄과 연결을 잃지 않도록 돕는 일. 지방도시의 정주 여건은 결국 이런 데서 완성된다. 노인의 자리가 편안한 도시가, 결국 모두에게도 살기 좋은 도시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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