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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퇴원 뒤가 더 불안한 사회라면, 복지는 아직 집 앞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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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포천시, 퇴원환자 의료·요양 통합돌봄으로 지역사회 정착 지원(퇴원환자 초안 회의 사진).jpg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어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치료를 마쳤다고 해도 몸은 아직 예전 같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도 누가 돌볼지 막막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낙상과 골절로 신체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퇴원은 회복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공백의 시작일 수 있다. 병원 안에서는 환자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다시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는 구조 속에서 누군가는 돌봄을 받고, 누군가는 그대로 방치된다. 포천시가 ‘퇴원환자 의료·요양 통합돌봄 사업’을 통해 이 틈을 메우겠다고 나선 것은 그래서 단순한 복지사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복지가 시설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지난 3월부터 관내 주요 의료기관 및 공공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퇴원환자에게 맞춤형 보건·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연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포천지사,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범문의료재단 진요양병원, 일심재단 포천우리병원 등 4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퇴원 예정 환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시 복지정책과가 이를 접수해 필요한 서비스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병원에서 끝나던 관리가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행정과 의료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퇴원 이후 삶을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방향은 분명하다.


이 사업의 핵심은 퇴원을 의료 행위의 종료가 아니라 생활 복귀의 시작으로 본다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퇴원은 대체로 병원 책임의 종료를 뜻했다. 의학적 처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환자는 가정으로 돌아갔고, 그 이후의 돌봄은 가족의 몫이 되기 쉬웠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 이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가족 구조는 작아졌고, 1인 가구와 노인 가구는 늘었으며, 지역에 따라 돌봄 인프라도 고르게 갖춰져 있지 않다. 치료가 끝나도 식사, 이동, 복약 관리, 위생, 병원 재방문, 정서적 지지 같은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 공백이 방치되면 회복은 더뎌지고, 결국 다시 입원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돌봄은 바로 그 악순환을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다.


특히 포천 같은 도농복합도시에서는 이런 사업의 필요성이 더 크다.  

의료와 돌봄 자원이 생활권 가까이에 촘촘히 배치돼 있지 않은 지역일수록 퇴원환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병원은 멀고, 교통은 불편하고, 가족의 돌봄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퇴원은 회복보다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가 의료기관과 공공기관의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퇴원 이후의 삶까지 지원하려는 것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춘 생활 안전망 구축으로 읽힌다.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 바로 이런 연결에서 나온다.


이번 사업이 ‘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고령사회가 깊어질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 못지않게 어디에서,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느냐다. 많은 노인은 익숙한 동네와 집, 이웃 관계 속에서 삶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몸이 약해지고 돌봄이 필요해질수록 시설 입소나 타 지역 이동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처럼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통합돌봄은 그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시도다. 병원 치료 이후에도 지역 안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가 연결된다면, 시민은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더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정주 여건 개선이 단지 주거 환경이나 기반시설 정비만을 뜻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짜 정주란 아플 때도, 늙어갈 때도, 익숙한 곳에서 버텨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일이다.


물론 이런 사업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병원에서 지역으로 이어지는 의뢰 체계가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퇴원환자의 상태를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고,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필요한지 정확히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서류상 연계만 있고 현장 체감이 없다면 통합돌봄은 이름만 남게 된다.


둘째, 사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퇴원 직후 필요한 지원과,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난 뒤 필요한 지원은 다를 수 있다. 초기에는 식사나 이동 지원이 시급할 수 있고, 이후에는 재활이나 정서 지원, 복약 관리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한 번 연결해 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상태 변화에 따라 서비스를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가족에게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가족 돌봄을 보완해야지, 행정이 일부만 개입하고 나머지를 다시 가족에게 떠넘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돌봄 공백 가구는 별도의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의료와 복지의 언어를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치료 중심으로, 행정은 지원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을 줄이려면 정례적 소통과 사례 공유가 중요하다. 포천시가 향후 의료기관과의 소통 창구를 정례화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은 복지의 관점을 조금 바꾸게 만든다.  

복지는 흔히 취약계층에게 주어지는 사후 지원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경계에서 얼마나 빨리 개입하느냐에 있다. 퇴원은 바로 그 경계 중 하나다. 병원과 집 사이, 치료와 일상 사이, 회복과 악화 사이에서 누군가를 붙잡아 주는 장치가 있어야 시민은 다시 삶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통합돌봄은 그 장치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이다.


포천시의 이번 시도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지역사회는 그 사람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병상 안의 치료 성과도 오래가기 어렵다. 반대로 퇴원 이후의 삶까지 함께 설계하는 지역이라면, 복지는 훨씬 더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된다.


퇴원은 끝이 아니라 이어짐이어야 한다.  

포천시가 추진하는 통합돌봄이 그 이어짐의 구조를 얼마나 촘촘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하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시민이 아프고 약해졌을 때 삶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 지역복지가 갖춰야 할 가장 현실적인 품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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