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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지는 예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의 나눔이 안전망이 될 때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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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포천시, '7월 천사데이' 이웃돕기 기탁식 개최.jpg


복지의 수준은 행정이 얼마나 많은 제도를 설계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도 바깥에서 누가 손을 내밀고 있는지, 지역사회가 얼마나 자발적으로 서로를 돌보는지에 따라서도 한 도시의 복지 체감도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폭염과 경기 불안, 생활비 부담이 겹치는 시기에는 공공 지원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빈틈이 생기기 쉽다. 이런 공백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 안의 기부와 연대, 그리고 민관 협력의 힘이다. 포천시가 ‘7월 천사데이’ 기탁식을 열고 이웃돕기 성금을 조성한 일은 그래서 단순한 행사 소식 이상으로 읽힌다. 복지가 결국 사람과 지역의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최근 ‘선행하기 좋은 날, 포천시 천사데이’ 기탁식을 열고 지역 내 개인과 단체가 전달한 성금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성금 1,400만 원은 포천시 이웃돕기 성금 계좌인 ‘희망곳간’에 예치돼 저소득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 개선과 긴급 지원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사랑의열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희망여름 착착착 지원사업’을 통해 1,370만 원을 저소득 가정에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액수만 보면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재원이 향하는 곳이다. 폭염을 버텨야 하는 취약계층의 일상, 낡은 주거 환경 속에서 계절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의 삶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부는 흔히 선의의 문제로만 받아들여지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생활 안전망의 일부이기도 하다.  

공적 복지가 모든 필요를 즉각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하기는 어렵다. 제도는 기준과 절차를 따라 움직이고, 행정은 예산과 시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 자원은 때로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누군가의 집이 당장 수리가 필요하고, 계절 변화에 따라 긴급한 생계 지원이 필요할 때, 지역사회 내부의 후원과 연계는 공공 복지의 속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천사데이 같은 사업은 단순한 모금 캠페인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작동하는 복지 보완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성금이 주거 환경 개선과 여름철 생활 안정에 쓰인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복지 공백은 대개 추상적인 개념처럼 들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냉방이 어려운 집, 노후화된 주거 공간,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을 버틸 여력이 없는 가구가 바로 그 공백의 얼굴이다.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철에는 주거 환경 자체가 건강과 생존의 조건이 된다. 따라서 취약계층의 주거 개선과 생활 안정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계절 재난에 대한 대응이자 최소한의 삶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포천시의 ‘천사데이’가 매월 14일 전후를 나눔의 날로 운영하는 상시형 구조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부 문화는 일회성 대형 행사보다 반복 가능한 일상적 참여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 지역 안에서 후원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처럼 자리 잡을수록, 복지 역시 특정한 위기 때만 반짝하는 대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나눔이 문화가 된다는 것은 기부 액수가 커진다는 뜻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지역이 함께 책임지는 감각이 축적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이런 민관 협력 구조는 정주 여건 개선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람이 한 지역에 살고 싶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지 집값이나 교통만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도시가 나를 받아줄 수 있는지, 내 이웃과 공동체가 최소한의 온기를 갖고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처럼 생활권이 넓고 복지 수요가 분산된 지역에서는 행정 단독의 대응보다 민간 자원과의 연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결국 나눔의 조직화는 복지를 따뜻하게 만드는 동시에 지역을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업이 의미를 가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성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기부는 신뢰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후원자가 낸 성금이 실제로 어떤 가구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어떤 변화로 이어졌는지가 명확히 공유될 때 나눔은 더 넓어질 수 있다.


둘째, 민간 후원이 공공의 책임을 대체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부는 어디까지나 공적 복지를 보완하는 역할이어야지, 행정이 해야 할 몫을 민간 선의에 넘기는 구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공공은 기본 안전망을 책임지고, 민간은 그 위에서 세밀한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셋째,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는 연결이 중요하다.  

긴급 지원도 필요하지만, 반복적으로 위기를 겪는 가구라면 더 구조적인 복지 서비스와 연계돼야 한다. 주거 문제는 의료, 돌봄, 일자리, 심리적 고립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금 지원이 끝이 아니라, 더 적절한 공공 서비스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백영현 시장이 나눔 문화 확산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결국 지역 복지는 행정의 의지만으로도, 민간의 선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제도가 있고, 자원이 있고, 참여가 있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천사데이 같은 사업은 그 세 요소를 묶어내는 접점이 될 수 있다. 후원자에게는 참여의 통로를, 행정에는 연계의 기반을, 취약계층에게는 실제 도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품격은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드러난다.  

포천시의 이번 기탁식은 거창한 담론보다 더 일상적인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지역 안의 후원이 지역 안의 삶을 지키는 데 쓰이고, 그 선의가 제도와 연결돼 실제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 나눔은 단순한 미담을 넘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키우는 자산이 된다.


복지는 숫자만으로 체감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집이 조금 더 안전해지고, 누군가의 여름이 조금 덜 위태로워질 때 비로소 시민은 복지의 존재를 느낀다. 포천시가 천사데이를 통해 이런 변화를 꾸준히 축적해 나간다면, 그 성과는 모금액의 크기보다 더 큰 의미를 남길 수 있다. 나눔이 일상이 되는 도시, 그리고 그 일상이 취약한 삶을 실제로 떠받치는 도시야말로 결국 더 오래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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