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정책은 오랫동안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고 불려왔지만, 정작 청년이 그 정책을 얼마나 직접 만들고 결정해 왔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많은 경우 청년은 정책의 대상이었지, 주체는 아니었다. 지원을 받는 사람으로 호명되기는 쉬웠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고 그것을 예산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포천시가 2027년도 본예산 편성을 앞두고 ‘청년참여예산학교’를 열고 청년의 예산 참여 역량 강화에 나선 일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청년정책이 진정 실효성을 가지려면, 청년의 삶을 바꾸는 예산 과정에 청년이 직접 들어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포천시는 최근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 전반에 대한 교육과 소그룹 토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학교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의 개념과 제안 사업 발굴 절차,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사례 등이 공유됐고, 청년들이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지역 현안을 구체적인 사업안으로 정리하는 과정도 이뤄졌다. 행정적으로 보면 익숙한 참여 프로그램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방향이다. 청년이 단순히 의견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예산 편성과 연결될 수 있는 제안의 구조를 배우고 경험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예산은 결국 정책의 진심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언어다.
누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문제를 우선 해결하려 하는지, 행정이 실제로 어디에 힘을 싣고 있는지는 대부분 예산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청년 참여가 단순한 공청회나 간담회에 머무르지 않고 예산 단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청년정책이 홍보용 선언이 아니라 실제 자원 배분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예산은 선택을 필요로 한다. 청년이 그 선택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도 현실에 가까워진다.
특히 청년층 유출과 정주 여건 문제가 중요한 과제가 된 지역일수록 이런 시도는 더 절실하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일자리, 주거, 문화, 교통, 관계망, 미래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행정은 때때로 청년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한 지원 항목으로만 다루곤 한다. 몇 가지 수당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으로는 청년의 실제 삶을 붙잡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청년이 지역에서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이 있으면 머무를 수 있다고 느끼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듣는 일이다. 참여예산은 바로 그 지점을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번 예산학교에서 소그룹 토의를 통해 지역 현안과 생활 밀착형 과제를 예산 사업안으로 도출했다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의 문제는 추상적인 미래 담론이 아니라 매우 생활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다. 출퇴근 교통, 주거비 부담, 문화공간 부족, 취업 정보 접근성, 관계 형성의 어려움, 지역 안에서 시간을 보낼 장소의 빈약함 같은 문제들이 그렇다. 이런 생활상의 불편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청년의 지역 이탈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생활 밀착형 제안을 예산 사업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작지만 현실적인 변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포천시가 이를 정주 여건 개선과 연결해 해석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한 지역에 머무르기로 결정하는 데에는 단순한 경제 논리만 작동하지 않는다. 이 도시가 내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지, 내 목소리를 들을 구조가 있는지, 내가 시민으로서 대우받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청년에게 예산 참여 기회를 준다는 것은 단지 행정 절차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운영의 일부가 될 권리를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청년을 정책의 객체가 아니라 동료 시민이자 공동 설계자로 대하는 태도가 쌓일수록 지역에 대한 소속감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참여예산학교가 곧바로 청년정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다. 제안이 실제 검토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어떤 기준으로 채택되거나 배제되는지, 청년들이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참여의 문을 열어놓고도 정작 이후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제도는 쉽게 형식화될 수 있다. 반대로 비록 모든 제안이 예산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검토 사유와 우선순위가 충분히 설명되고 다음 참여로 연결된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는 커질 수 있다.
한편 주민참여예산은 언제나 대표성과 지속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참여하는 청년이 일부 적극적인 집단에 한정될 가능성도 있고, 예산 제안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학교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참여 역량의 문턱을 낮추는 장치여야 한다. 보다 다양한 청년이 접근할 수 있도록 시간, 방식, 홍보, 사후 피드백 구조까지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참여의 기회를 주는 것만큼이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포천시가 접수된 제안사업을 관련 부서 검토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7년도 본예산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은 제도적 연계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영 추진’이라는 표현이 실제 체감으로 이어지느냐다. 청년들은 이미 수많은 의견 수렴과 설문, 토론회에 익숙하다. 하지만 그 경험이 누적될수록 오히려 냉소도 함께 쌓여간다. 들은 척만 하고 바뀌는 것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참여의 동력은 급격히 약해진다. 따라서 이번 예산학교의 성과는 행사 개최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제안이 어떤 방식으로 정책화되는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청년을 예산 과정 밖에 세워둘 수는 없다는 점이다. 청년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청년 자신이다. 그 경험과 언어가 행정의 문법 속으로 들어갈 때 정책은 조금 더 살아 있는 것이 된다. 예산학교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통로일 수 있다.
청년을 붙잡고 싶다면 청년에게 말할 기회만 줄 것이 아니라, 결정에 참여할 자리를 내줘야 한다.
포천시의 이번 시도는 바로 그 원칙에 가까이 가려는 과정으로 읽힌다. 지역의 미래를 말하면서 청년의 현재를 예산에서 비워둘 수는 없다. 청년의 목소리가 실제 숫자와 사업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참여는 체험이 아니라 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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