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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학은 누구에게나 기다림이어야 한다, 돌봄 공백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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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포천시 드림스타트, '친구와 함께하는 워터파크' 프로그램 운영.png


여름방학은 원래 아이들에게 설렘의 시간이어야 한다.  

학교를 잠시 벗어나 쉬고, 놀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아이에게 방학이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방학은 가족과 여행을 가고 다양한 체험을 누리는 계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돌봐줄 어른이 부족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채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공백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보호자의 경제 활동으로 낮 시간 돌봄이 비기 쉽고, 문화·체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에게 방학은 즐거움보다 방치의 위험이 먼저 따라붙는 시간일 수 있다. 포천시 드림스타트가 여름방학을 맞아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한 일은 그래서 단순한 계절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방학의 격차를 줄이는 일은 결국 아동 복지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포천시 드림스타트는 최근 사례관리 대상 초등학교 고학년 아동 21명을 대상으로 워터파크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며 더위를 식히고, 또래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보냈다. 겉으로 보면 흔한 체험활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진짜 의미는 놀이 자체에만 있지 않다. 방학 동안 집과 학교 사이에서 고립되기 쉬운 아이들에게 안전한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또래 관계를 형성하며, 일상에서 누리기 어려운 경험을 함께 나누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크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 되는 일이다.


취약계층 아동에게 체험의 기회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  

경험의 차이는 종종 교육의 차이만큼이나 크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무엇을 보고,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활동에 참여했는가는 자존감과 사회성, 관계 형성 능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이런 기회는 쉽게 줄어든다. 학원이나 돌봄 프로그램은 비용 부담이 되고, 외부 체험활동은 교통이나 시간, 보호자 동행 문제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결국 같은 지역에 살아도 방학의 경험은 아이마다 크게 갈라진다. 공평한 출발선이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바로 이런 차이를 얼마나 줄여주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그램이 또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동기의 성장에는 학습만큼이나 관계 경험이 중요하다. 함께 놀고, 기다리고, 양보하고, 협동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사회성을 익힌다. 특히 사례관리 대상 아동 가운데는 가정환경이나 생활 여건 때문에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가 부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워터파크 체험처럼 즐거운 활동 속에서 관계를 맺는 경험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거창한 교육보다, 때로는 즐겁게 웃고 뛰노는 시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포천시 드림스타트가 이번 물놀이 체험을 시작으로 성교육, 쿠킹클래스,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까지 연령대별 맞춤 프로그램을 순차 운영하겠다고 한 점은 방향 면에서 의미가 있다.  

아동 복지는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발달 단계에 따라 필요한 자극과 교육의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또래 관계와 자기 보호 교육이 중요할 수 있고, 저학년과 미취학 아동에게는 보호자와의 애착과 정서 안정이 더 큰 비중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차이를 반영한 프로그램 구성은 아동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각기 다른 성장 단계에 있는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것은 아동 복지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의 문제는 종종 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여건과 연결돼 있다. 보호자의 돌봄 여력, 정서적 관계, 가정환경의 안정성이 아동의 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취약계층 아동 지원은 아이만 따로 떼어 바라보는 방식보다 가족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 가족이 함께 경험을 나누고 관계를 다지는 시간은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정서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공공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은 단순한 행사 지원이 아니라 관계 복지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사업이 정주 여건과도 연결된다는 해석은 과장이 아니다.  

한 지역이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인가를 가르는 기준은 학교나 주거 환경만이 아니다. 돌봄 공백이 생길 때 누가 아이를 살펴주는지,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기회를 보장받는지, 방학과 같은 공백의 시간이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되는지도 중요하다. 결국 아동 복지의 촘촘함은 그 도시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지역에 머물고 싶어 하려면, 위기 때마다 가족이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이 일회성 체험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물놀이 한 번, 체험 한 번으로 돌봄 공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이 사례관리와 어떻게 연결되고, 아동의 정서·관계·교육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체계와 맞물리느냐다. 체험활동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지원 구조 속에 놓일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아동이 반복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가족에게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교육·상담·건강 서비스와 연계할 부분은 없는지를 함께 보는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다.  

취약계층 아동에게 방학의 공백을 줄여주는 일은 복지의 부수적 서비스가 아니라 핵심 과제라는 점이다. 아동기는 짧고, 성장의 기회는 되돌리기 어렵다. 누군가는 방학 동안 더 넓은 세상을 배우는데, 누군가는 안전과 돌봄조차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공공의 개입은 빠를수록 좋고, 촘촘할수록 의미가 있다.


포천시 드림스타트의 이번 여름방학 프로그램은 바로 그 점을 다시 보여준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고, 배우고,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일은 보기보다 훨씬 중요한 복지다. 그것은 단지 즐거운 하루를 선물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들이 사회 안에서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 하는 일과도 연결된다.


방학은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경제적 형편이나 가정 여건 때문에 어떤 아이의 여름만 유난히 비어 있어서는 안 된다. 포천시가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 그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워갈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계절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 조건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작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아동 복지는 결국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느냐만이 아니라, 어떤 여름을 보낼 수 있느냐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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