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폭염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여름 복지는 안부를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1 17:31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13 포천시 선단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건강취약계층에 '복나눔' 실천.jpg


여름은 누구에게나 더운 계절이지만, 그 더위가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에어컨이 있는 집과 없는 집,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누군가가 안부를 물어주는 이와 홀로 더위를 견뎌야 하는 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고령층과 건강 취약계층,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이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포천시 선단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취약계층 50가구에 보양식을 전달하고 안부를 살핀 ‘선단애 복나눔’ 사업은 단순한 계절성 지원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여름철 복지는 결국 무엇을 주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먼저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단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최근 건강 취약계층 50가구 62명을 대상으로 보양식 꾸러미를 전달하고 생활 실태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갈비탕과 김치, 건강음료 등으로 구성된 꾸러미를 직접 들고 방문한 위원들은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냉방 환경, 주거 여건까지 함께 살폈다. 겉으로 보면 소박한 나눔 활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복지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종종 바로 이런 ‘직접 찾아가는 확인’이다. 지원은 서류로 이뤄질 수 있어도, 위기는 대개 현장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폭염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물품 지원만이 아니다.  

더위를 견딜 체력이 있는지,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혼자 생활하면서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 식사는 거르지 않는지 같은 구체적인 조건이 함께 살펴져야 한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은 스스로 위험 신호를 말하지 못하거나, 불편을 참고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철 복지는 ‘무엇을 지원했다’는 숫자보다, ‘누구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안부를 묻는 일은 정서적 위로를 넘어 실제 위험을 발견하는 복지 행위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이 바자회 수익금과 지정기탁금으로 운영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역 주민과 민간이 스스로 재원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돌리는 구조는 공동체 복지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복지가 행정의 일만으로 남지 않고, 지역 안의 자발적 참여와 연결될 때 그 안전망은 더 촘촘해질 수 있다. 특히 선단동처럼 생활권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의 사정을 비교적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는 이런 자발적 나눔이 제도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도농복합도시에서 이런 생활밀착형 복지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도 분명하다.  

포천과 같은 지역은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넓게 분산돼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공공의 손길이 일일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생기기 쉽다. 교통 접근성, 주거 형태, 이웃 관계의 밀도에 따라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행정은 전체를 관리하지만, 개별 가구의 체감 위기는 결국 가까운 생활 현장에서 먼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같은 민관 협력 조직은 단순한 보조 기구가 아니라, 공공 복지의 감각을 현장까지 연장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무엇보다 이번 활동은 보양식 전달과 안부 점검을 함께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지는 물질 지원과 관계 지원이 따로 갈 수 없다. 영양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고립을 막을 수 없고, 안부만 묻는 것으로는 건강 악화를 해결할 수 없다.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보완하는 실질적 도움과,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주는 관계의 접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복나눔은 ‘먹거리 지원’과 ‘사회적 연결’을 동시에 시도한 사례로 읽힌다. 복지의 효과는 종종 지원 품목보다 그 전달 방식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이런 활동은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도 볼 수 있다.  

한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인가를 판단할 때 사람들은 단지 도로와 주택만 보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이웃과 행정이 얼마나 함께 움직여주는지, 취약한 사람이 얼마나 빨리 발견되고 보호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현실에서 폭염 대응은 더 이상 계절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복지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누군가 쓰러진 뒤 대응하는 것보다, 그 전에 안부를 묻고 위험을 낮추는 체계가 훨씬 중요하다.


물론 이런 사업이 일회성 나눔으로 끝나서는 한계가 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위기를 확인할 수는 없고, 보양식 한 끼로 여름 전체를 버틸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방문 과정에서 파악된 건강 문제나 주거 문제, 냉방 취약 상황이 이후 공공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정말 효과적인 복지는 행사가 끝난 뒤 시작된다. 안부 확인 과정에서 드러난 위험 신호를 행정복지센터, 보건 서비스, 돌봄 체계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나눔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닥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더위를 견딜 자원과 관계망을 갖고 있지만, 누군가는 작은 더위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복지는 평균이 아니라 취약함의 차이를 보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거창한 제도보다, 먼저 문을 두드리고 “괜찮으신가요”라고 묻는 행동일 수 있다.


선단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이번 ‘선단애 복나눔’은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복지 사각지대는 대개 조용히 생겨나고, 위기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깊어진다. 그렇기에 생활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민관 협력의 힘은 더욱 중요하다. 정성껏 준비한 보양식 한 그릇과 짧은 안부 인사가 때로는 어떤 제도보다 빠르게 사람을 살필 수 있다.


여름 복지는 결국 안부를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  

포천시가 이런 생활밀착형 복지 그물망을 계속 넓혀갈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계절 지원을 넘어 지역의 돌봄 역량을 키우는 기반이 될 것이다. 폭염 속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도, 가장 취약한 이들을 먼저 떠올리고 찾아가는 공동체의 감각이다.


ⓒ 메트로포천 & metropc.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90세 노모가 입혀준 붉은 점퍼 소통과 효심으로 그리는 포천의 미래
  • 가평 ‘상동터널’ 건립 사업, 행안부 중투심 통과. ‘사업 추진 가속도’
  • 국민의힘, 포천 시의원 선거 ‘위기론’ 확산... 승부수는 ‘필승 전략공천’
  • 임종훈 포천시의장, '험로' 무소속 시의원 3선 도전...
  • 가을 정취 물들이는 허브아일랜드 관광객을 위한 음악회 성황
  • 경민고 총동문회 골프팀 SBS골프 고교골프최강전 4강 진출 쾌거 10월 13일 준결승 격돌
  • 독수리유격대 전몰대원 추모행사 노곡리 전적비서 엄수
  • 옥정 포천 광역철도 대진대역 공사 현장 무법천지
  • (단독)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포천서 2026 추석 리셉션 개최 굳건한 한미동맹 다져
  • 도마치계곡 익수 사고 현장서 빛난 포천시 시민안전과의 대응… 군부대 비협조는 뼈아픈 오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기자수첩] 폭염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여름 복지는 안부를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