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포천시가 ‘2026 한국의 최고 경영대상’ 도시브랜드 문화관광도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지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지방도시의 경쟁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대에 도시브랜드는 더 이상 홍보 문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 도시를 왜 찾는지, 어떤 기억으로 남기는지,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집약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포천이 자연 자원에 문화와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관광도시로서의 인지도를 높여온 흐름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포천의 강점은 분명하다. 한탄강이라는 압도적인 자연 자원이 있고, 산정호수와 아트밸리 같은 익숙한 관광 거점이 있으며, 여기에 최근에는 출렁다리와 미디어아트, 야간관광 콘텐츠가 더해지고 있다. 특히 한탄강을 중심축으로 삼아 ‘보는 관광’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지방관광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제 관광은 단순히 한 번 들렀다 가는 방문형 소비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낮의 풍경에 더해 밤의 체류 시간, 계절별 콘텐츠, 가족·연인·중장년층 등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르는 복합적 경험이 필요하다. 포천이 이 점을 비교적 전략적으로 짚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 사례로 제시된 한탄강 Y형 출렁다리는 상징성이 크다. 하나의 시설물이 단지 볼거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변 생태경관단지, 전망대, 폭포를 연결하는 순환형 관광 동선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관광 인프라의 경쟁력은 구조물 자체의 화제성에만 있지 않다. 그것이 주변 자원과 어떻게 연결되고, 방문객의 이동과 체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더 크게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포천은 ‘점’으로 존재하던 관광 요소들을 ‘선’과 ‘면’으로 묶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든페스타와 야간관광 콘텐츠 역시 도시브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오늘의 관광은 사진 찍는 장소 하나만으로 오래 버티기 어렵다. 계절마다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 낮과 밤이 다른 풍경, 자연과 기술이 결합된 경험이 필요하다. 출렁다리 야간 조명,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숲속 야간 콘텐츠 등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이는 자연경관을 단순히 보존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문화기획과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체험 자원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방도시가 자기 자산을 현대적으로 번역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도시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수상은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도시브랜드는 이벤트와 시설의 총합이 아니라, 방문객의 실제 경험과 시민의 생활 만족도가 함께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관광객이 늘어도 교통이 불편하고, 주변 상권과의 연결이 약하며,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쉽게 피로해진다. 외부의 박수보다 내부의 공감이 더 오래가는 이유다.
따라서 포천이 진정한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려면 몇 가지 질문을 더 붙들 필요가 있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상권 전반으로 얼마나 고르게 확산되고 있는가. 한탄강 중심의 개발이 다른 관광 거점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야간관광과 축제의 성과가 일회성 방문을 넘어 재방문율과 체류시간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가. 무엇보다 시민들은 이 변화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가. 도시브랜드는 외부를 향한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내부 구성원이 공유하는 자부심이어야 한다.
특히 포천처럼 넓은 생활권과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가진 지역은 ‘한 곳의 성공’에 머물지 않는 균형감이 중요하다. 한탄강의 성과가 산정호수, 아트밸리, 지역 먹거리, 숙박,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촘촘히 연결될 때 비로소 도시 전체의 경쟁력이 된다. 개별 명소의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기억되는 일이다. 포천에 다녀온 사람이 “출렁다리만 봤다”가 아니라 “포천이라는 도시가 좋았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도시브랜드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힐링’이라는 도시 메시지의 내용이다. 요즘 많은 도시가 힐링을 말하지만, 진짜 힐링은 단지 풍경이 좋은 데서 끝나지 않는다. 복잡하지 않은 동선, 친절한 안내, 안전한 시설, 청결한 환경,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분위기까지 갖춰져야 한다. 힐링은 구호가 아니라 경험의 품질이다. 포천이 ‘세계적인 힐링특별시’를 말한다면, 그 비전은 거대한 시설보다도 세밀한 운영과 축적된 신뢰 속에서 완성되어야 한다.
이번 수상은 포천이 관광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확인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관광은 유행을 타지만, 도시브랜드는 유행을 넘어 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즉 기획력·서비스·이야기·시민 참여가 함께 자라야 한다. 그래야 상이 끝난 뒤에도 도시의 경쟁력은 계속된다.
포천의 자연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자연을 어떻게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도시 경험으로 바꾸느냐이다. 수상은 그 가능성에 대한 인정일 뿐 완성의 증명은 아니다. 포천이 앞으로도 보여줘야 할 것은 ‘상을 받은 도시’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그리고 시민이 먼저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도시브랜드의 진짜 힘은 현수막이 아니라 현장에서 드러난다. 포천이 그 힘을 끝까지 키워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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