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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물관은 건물보다 먼저 공감으로 세워진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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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포천시, 시립박물관 건립 지원 대학생 서포터즈 발대식 개최.jpg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을 지원하는 대학생 서포터즈 6기가 출범했다는 소식은, 얼핏 보면 하나의 행정 프로그램 발대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조금 더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박물관은 단지 예산을 확보하고, 부지를 정하고, 설계를 마친다고 완성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건물이 올라가기 전부터 이미 시민의 마음속에서 먼저 지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학생 서포터즈의 출범은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사업이 행정의 계획을 넘어 지역사회의 공감과 참여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만하다.


박물관은 흔히 ‘유물을 모아두는 곳’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기능은 기억을 정리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있다. 한 도시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며,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묻는 장소가 바로 박물관이다. 그래서 시립박물관 건립은 단순한 문화시설 하나를 더 짓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포천이라는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소개하며, 어떤 문화적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청년들이 박물관 건립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일이다. 박물관은 흔히 과거의 공간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미래를 위한 공간이다. 지금의 청년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어떤 시선으로 읽고, 어떤 언어로 사람들에게 전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는 단순한 홍보 인력이 아니라, 과거의 자산을 오늘의 감각으로 번역하는 해설자이자 매개자에 가깝다. 시민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시립박물관 건립’이라는 행정 용어를 생활의 언어로 바꾸고, 딱딱한 필요성을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특히 포천시가 2024년부터 꾸준히 이 서포터즈를 운영해 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역 청년을 중심으로 박물관 건립 추진 과정 지원, 역사문화관 운영 보조, 홍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은 단지 행사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일정한 축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이 성공하려면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꾸준한 연결이 더 중요하다. 한 번의 설명회보다 반복되는 참여가, 한 장의 계획도보다 실제 현장을 경험한 청년들의 입소문이 때로는 훨씬 큰 설득력을 가진다.


포천시립박물관이 2031년 개관을 목표로 포천아트밸리 안에 조성된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포천아트밸리는 이미 자연과 예술, 관광이 교차하는 지역의 대표 공간이다. 그 안에 연면적 7,000㎡ 규모의 시립박물관이 들어선다면, 단순한 전시시설을 넘어 포천의 역사·문화·관광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 박물관이 얼마나 크냐보다 무엇을 담아내느냐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산업의 흔적, 공동체의 기억, 시민의 이야기를 얼마나 촘촘히 수집하고 전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공간의 품격은 달라질 것이다.


여기서 대학생 서포터즈의 존재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박물관은 전문가만의 공간이 되어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시민이 자기 이야기라고 느껴야 하고, 지역 주민이 “저곳은 우리 도시의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서포터즈는 바로 그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현장 캠페인을 하고,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돕고,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며 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일은 결국 박물관을 시민 곁으로 끌어오는 작업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공공 문화시설을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한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인 셈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이 사업이 청년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많은 청년 참여 프로그램이 스펙 쌓기나 단기 봉사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지역 문화 인프라 조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깊다. 자신이 사는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고, 문화행정의 현장을 경험하며, 지역과 자신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시를 사랑하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그 도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애정은 구체성을 얻는다.


물론 과제도 있다. 박물관 건립에 대한 공감대는 단순한 홍보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왜 이 박물관이 필요한지, 어떤 콘텐츠가 담길지, 누가 이용하게 될지, 기존 관광 자원과 어떻게 연결될지를 알고 싶어 한다. 따라서 서포터즈 활동도 일방적 홍보에 머무르기보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질문을 모으고, 지역의 기대와 우려를 함께 전달하는 쌍방향 역할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공감은 설명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포천시립박물관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물관의 성패는 준공식 날 결정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이 공간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얼마나 많은 청년이 그 가치를 자기 언어로 전하며, 얼마나 깊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축적되느냐에 따라 이미 절반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 서포터즈 6기의 출범은 작지만 가볍지 않은 시작이다. 건물의 기초를 다지기 전에 공감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박물관은 유리 진열장 안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도시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태도 속에 있다. 포천이 청년들과 함께 그 기억의 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2031년 문을 열 박물관은 콘크리트와 전시 패널로만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지금부터 차곡차곡 쌓여갈 시민의 관심, 청년의 참여, 지역의 자부심이 함께 들어설 것이다.


박물관은 건물로 짓지만, 진짜 박물관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먼저 완공된다. 포천시립박물관이 그런 드문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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