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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이기는 법’보다 ‘조절하는 법’인지 모른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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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포천교육지원청, 2026년 아동%U2024청소년 정신건강 캠페인 대국민 공개 강좌 성료.jpg


포천시가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공개강좌를 열고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조절’을 화두로 던졌다는 소식은 꽤 묵직하다. 요즘 교육과 양육의 현장은 늘 바쁘다. 무엇을 더 빨리 익혀야 하는지, 어떤 경험을 더 많이 시켜야 하는지, 남들보다 앞서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부모의 하루를 채운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자기 감정을 다루는 법, 충동을 조절하는 법, 좌절을 견디는 법,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는 자주 뒤로 밀린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강좌는 경쟁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초 체력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기조절은 얼핏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을 오래 떠받치는 힘에 가깝다. 공부를 잘하는 능력, 말을 잘하는 능력, 재능을 빨리 드러내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화가 날 때 자신을 다스리는 힘,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미룰 줄 아는 힘, 실패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 타인과 부딪힐 때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 관계를 조정하는 힘이다. 자기조절은 결국 ‘나를 다루는 능력’이다. 그리고 아이의 삶에서 가장 늦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역량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공개강좌가 단순한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감정, 인지, 행동, 관계, 동기 등 자기조절의 여러 층위를 짚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훈육 원칙과 부모의 역할까지 다뤘다는 점은 특히 반갑다.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당위보다 생활 속에서 적용 가능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교과서대로 되지 않는다. 떼를 쓰는 순간,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는 저녁, 숙제를 미루는 시간, 친구와 갈등을 빚고 돌아온 날처럼 아주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양육은 시험대에 오른다. 결국 좋은 강의는 부모를 죄책감에 빠뜨리는 말이 아니라, 내일부터 바로 써볼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건네는 강의여야 한다.


사실 오늘날 자기조절이라는 주제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즉각적인 반응과 짧은 집중을 일상화했고, 비교와 과잉 정보는 아이들의 감정 기복을 더 쉽게 흔들어 놓는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와 관계 갈등까지 겹치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안정적으로 다루는 일은 예전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된다. 그래서 자기조절은 더 이상 몇몇 아이에게만 필요한 특별한 덕목이 아니다. 거의 모든 아이에게 필요한 기본 생존 기술에 가까워졌다.


이럴 때 부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기조절은 아이에게 “참아라”, “그만해라”, “왜 그렇게 못하니”라고 말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자신을 조절하는 법을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배운다. 감정이 올라왔을 때 어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수했을 때 비난보다 설명이 오는지, 규칙이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는지에 따라 자기조절의 토대는 달라진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듣기 전에 부모의 태도를 먼저 배운다. 그런 점에서 자기조절 교육은 아이만의 과제가 아니라 어른의 자기점검이기도 하다.


이번 강좌에 학부모뿐 아니라 교육·사회복지 기관 종사자, 지역 주민까지 100여 명이 함께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 이상 한 가정만의 책임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학교와 지역사회, 상담기관과 복지기관이 함께 아이의 정서적 발달을 이해하고 같은 방향의 언어를 나눌 때 비로소 보다 촘촘한 안전망이 만들어진다. 아이가 집에서는 한 기준을 배우고, 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에 놓이며, 지역사회에서는 감정 문제를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분위기 속에 놓인다면 자기조절은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정신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포천시가 이런 공개강좌를 통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을 지역의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도시의 정주 여건은 도로와 건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가, 학교와 지역사회가 아이의 감정을 돌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가 역시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특히 인구 유입과 정주 환경을 이야기하는 시대라면, 아이의 마음이 안전한 도시인가를 묻지 않고서는 결코 완성된 답에 이를 수 없다.


물론 공개강좌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부모교육·교사연수·조기개입 프로그램·상담 연계 체계로 이어지는 일이다. 자기조절은 한 번 듣고 끝나는 개념이 아니라 반복해서 배우고 점검하며 생활 속에서 익혀야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역시 ‘문제가 생긴 뒤 개입하는 체계’에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예방하는 체계’로 더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힘은 늘 화려하지 않다. 금방 눈에 띄는 성취보다 늦게 드러나지만 오래가는 힘, 남보다 앞서는 재주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자기조절은 바로 그런 힘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고, 자극이 넘칠 때 중심을 잃지 않으며, 관계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힘 말이다.


포천시의 이번 공개강좌는 그래서 단순한 부모교육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이 성취하는 아이 이전에, 자기 마음을 다룰 줄 아는 아이. 더 빨리 앞서가는 아이 이전에, 좌절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아이.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한 아이의 인생을 가장 멀리 지켜주는 최고의 무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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