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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칼럼] 폭염 속 양돈장, 이제는 ‘시설 보조’가 아니라 ‘통합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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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폭염이 일상이 된 지금, 양돈장의 방서 대책은 더 이상 계절성 민원이나 일회성 지원사업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폭염은 생산성 저하와 폐사 위험, 동물복지 악화, 에너지 비용 증가를 동시에 불러오는 구조적 리스크가 됐다. 그럼에도 정책 대응은 여전히 개별 장비 지원이나 단편적 시설 보강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방서 정책의 초점을 ‘무엇을 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 효율을 높일 것인가’로 전환할 때다.


그 배경은 분명하다. 농가가 체감하는 전기요금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농업용 전기요금 단가 상승보다 실제 농가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늘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지 전기요금이 오른 문제가 아니라, 기존 축사 설비와 운영 방식이 더 이상 현재의 기후와 비용 구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저렴한 농사용 전기를 전제로 설계된 냉방·환기 체계로는 앞으로의 여름을 버티기 어렵다. 폭염 대응이 곧 경영 안정 대책이 되는 이유다.


문제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의 조합과 적용 방식이다. 지금까지 양돈장 방서 대책은 터널환기, 안개분무, 쿨링패드, 에어컨 등 개별 기술의 장단점을 따져 선택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국의 여름은 고온일 뿐 아니라 고습하다. 이 조건에서는 외국에서 효과를 본 기술이라도 그대로 들여와 적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쿨링패드는 온도 저감에는 효과적이지만 습도를 높일 수 있고, 에어컨은 냉방과 제습에 강점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한국의 기후와 축사 구조, 농가의 경영 여건에 맞게 온도·습도·환기·에너지 사용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점에서 쿨링패드와 에어컨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현장에서는 이미 과습 문제를 완화하고 축사 내부 환경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복합 운용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장비를 하나 더 설치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름철 축사 관리의 핵심 변수가 ‘최저온도 달성’이 아니라 ‘돼지가 견딜 수 있는 체감 환경의 안정적 유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방서 정책은 냉방 기기 보급 정책이 아니라, 생산성과 복지를 함께 높이는 환경제어 정책이어야 한다.


따라서 정책도 이에 맞게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원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장비별 보조금 중심으로 접근하면 농가는 지원 대상 품목을 맞추는 데 집중하게 되고, 정작 전체 운영 효율은 놓치기 쉽다. 앞으로는 개별 설비가 아니라 축사 단위의 통합 환경개선 계획을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환기 구조, 단열 수준, 습도 관리, 냉방 설비, 전력 사용량을 함께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 방서 모델을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표준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 유럽형 쿨링패드 중심 모델이나 단순 냉방 확대 방식만으로는 국내 현실에 맞는 해법을 만들기 어렵다. 지역별 기후, 축사 유형, 사육 규모, 전력 인프라, 분뇨 및 탈취 설비 운영까지 종합 반영한 표준 매뉴얼이 필요하다. 특히 현장 실증을 거친 모델을 유형별로 구분해 보급해야 한다. 대규모 전업농과 중소농의 여건은 다르고, 자돈사·비육사·모돈사의 환경 요구도 다르기 때문이다. 표준화는 획일화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조건에서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셋째, 에너지 효율을 방서 정책의 중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폭염 대응 설비가 늘어날수록 전력비 부담도 커진다. 따라서 보조금 정책은 단순 설치 실적보다 에너지 절감 효과와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효율 장비 도입, 자동제어 시스템, 축사별 전력 모니터링, 시간대별 운전 최적화 같은 요소를 지원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폭염 대응이 비용 증가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산비를 낮추는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폭염 대응을 생산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복지와 탄소중립의 관점에서도 봐야 한다. 고온 스트레스는 사료 효율 저하, 증체 둔화, 질병 위험 증가로 이어질 뿐 아니라, 과도한 습도와 환기 불균형은 축사 환경 전체를 악화시킨다. 이는 결국 농장 운영 안정성과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로 확장된다. 앞으로의 양돈 정책은 ‘더위를 버티는 기술’이 아니라, 가축이 건강하게 자라고 농가가 지속가능하게 운영되며 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설 지원 확대가 아니다. 폭염, 전기요금, 생산비, 동물복지, 탄소중립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다루는 정책 전환이다. 양돈장의 여름은 더 이상 예외적 계절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상수가 됐다. 그렇다면 해법도 단편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보다 ‘어떤 시스템으로 바꿀 것인가’를 묻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폭염 시대의 양돈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세련된 해법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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