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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칼럼] 비싼 냉방기가 답은 아니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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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돈장 고가 냉방 설비 유혹 경계해야… “핵심은 축사 환경 개선”
  • 한탄강스마트팜 최영길 대표, 2억 원 투입 스테인리스 냉방기 3년 만에 폐기 경험 공개… 내식성보다 열전도·환기 제어 선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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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철, 양돈 농가의 방서 대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과 동물복지, 경영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들이 보다 강력한 냉방 설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관심이 자칫 “비싼 장비일수록 더 낫다”는 단순한 판단으로 이어질 때다. 현장의 경험은 오히려 그 반대를 말하고 있다. 방서 대책의 핵심은 고가 장비 자체가 아니라, 축사 내부 환경을 얼마나 정밀하게 개선하고 관리하느냐에 있다.


포천 한탄강스마트팜 최영길 대표의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축사 내 높은 암모니아 농도와 습도로 인한 금속 부식을 우려해, 부식에 강한 스테인리스 재질과 액체 열매체를 사용하는 냉방 시스템에 약 2억 원을 투입했지만, 3년 만에 전면 폐기를 결정했다는 경험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내식성을 기대하고 선택한 설비였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냉각 성능 대비 잦은 사후관리 부담이 뒤따랐고, 결과적으로 경제성과 효율성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특정 장비의 실패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농가가 무엇을 기준으로 설비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축산 현장에서는 흔히 부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질을 선호하지만, 내식성이 곧 냉각 효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열전도와 열교환 구조, 환기와 습도 제어, 축사 전체 공기 흐름이 함께 작동해야 실제 방서 효과가 나타난다. 재질은 하나의 요소일 뿐, 시스템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폭염 대응은 장비 구매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관리의 문제다. 암모니아 농도가 높은 축사, 습도가 과도한 축사,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축사에서는 아무리 값비싼 냉방기를 들여놓아도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근본 조건은 그대로 둔 채 설비만 덧붙이면 투자비와 운영비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최 대표가 강조했듯, 부식되지 않는 제품을 찾기 전에 먼저 농장의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매우 현실적이다. 암모니아를 줄이고, 환기 흐름을 바로잡고, 습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선적인 방서 대책이다.


이 점은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까지의 지원이 자칫 개별 장비 보급 중심으로 흘렀다면, 이제는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고가 장비 구매를 돕는 일이 아니라, 농가별 사육 환경에 맞는 검증된 시스템을 선택하도록 돕는 일이다. 즉, “무엇을 설치할 것인가”보다 “어떤 환경을 만들 것인가”를 묻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축사 구조, 환기 상태, 습도 수준, 암모니아 농도, 사육 밀도 등을 먼저 진단하고, 그 위에서 필요한 설비를 조합하는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다.


농가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시장에는 늘 더 강력하고 더 비싼 장비가 등장하지만, 농장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제품 가격이 아니라 적용의 적합성이다. 특히 폭염 대응은 일회성 설비 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 관리의 영역이다. 초기 도입비뿐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 고장 빈도, 사후서비스 부담, 에너지 사용량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그래야만 방서 설비가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양돈장의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농가는 조급해지기 쉽고, 정책도 가시적인 설비 지원에 치우치기 쉽다. 그러나 현장은 분명히 말한다. 비싼 냉방기가 곧 좋은 해법은 아니다. 축사 환경을 바로잡지 않은 채 장비만 고도화하는 것은 문제의 순서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다. 폭염 시대 양돈장의 지속가능성은 고가 설비의 유혹을 경계하고, 환기·습도·암모니아 관리라는 기본을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진짜 경쟁력은 값비싼 제품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에서 나온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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