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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칼럼] 무상교복의 취지는 맞다, 이제는 가격 구조를 손볼 때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7.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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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시의회 ‘경기도 무상교복 지원사업의 형평성 확보 촉구 건의안’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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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은 한때 사적 소비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분명한 공적 관심사다. 학생의 기본적 교육 여건과 학부모의 실질 부담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상교복 지원사업은 방향 자체가 옳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균등하게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같은 경기도 안에서도 어떤 학교는 예산이 남고, 어떤 학교는 학부모가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면, 이는 단순한 운영상 편차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구조적 미비를 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원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무상교복의 형평성과 가격 정상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이다.


최근 교복 가격 문제는 다시 공론장 중심으로 올라왔다. 대통령이 교복값의 적정성과 구조적 문제를 직접 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현장에서는 교복은행과 학생 주도 ‘편한 교복’ 같은 대안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양주시의회가 ‘경기도 무상교복 지원사업의 형평성 확보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논의는 단순한 가격 인하 요구를 넘어 제도 정상화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흐름이다. 교복값 논란의 본질은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같은 공적 예산 아래서 학교별·지역별 결과가 이렇게 다르냐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의 한계는 비교적 분명하다. 예산은 공공이 부담하지만, 실제 구매는 학교별로 분산돼 있고, 공급은 개별 업체 경쟁에 맡겨져 있다. 그 결과 낙찰률과 단가, 품질 수준, 학부모 체감 부담이 학교마다 크게 달라진다. 학교별 입찰 방식은 자율성과 현장성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지만, 교복처럼 표준화 가능한 품목에서는 오히려 가격 편차와 정보 비대칭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 쉽다. 더구나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복지 사업에서 이런 편차가 반복된다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제도의 공정성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그동안 개선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공동구매, 표준계약서, 학교 주관 구매 표준화 등 다양한 방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현장 체감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의 핵심이 세부 절차 보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학교별 협상력 차이, 업체별 시장 지배력, 품질 판단의 모호성, 예산 집행 압박이 한데 얽혀 있다. 같은 틀 안에서 계약서를 조금 손보고 매뉴얼을 조금 더 만드는 것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구매 단위와 가격 결정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권역별 또는 교육지원청 단위의 공동조달 체계를 본격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학교가 각각 입찰을 진행하면 규모의 경제를 살리기 어렵고,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학교일수록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쉽다. 반면 권역별 공동입찰이나 교육청 주도의 일괄계약이 도입되면 단가를 안정화하고, 품질 기준도 보다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깎자는 접근이 아니다. 공공이 책임지는 복지 사업이라면, 구매력 또한 공공이 전략적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 가격 경쟁 이전에 품질 기준부터 표준화해야 한다. 교복은 단순 소모품이 아니라 학생이 장시간 착용하는 생활 필수품이다. 가격만 낮추려다 품질 저하 논란이 반복되면 제도 신뢰는 오히려 떨어진다. 따라서 원단, 내구성, 세탁 안정성, 활동성, 계절별 기능성 등에 대한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업체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장 싼 곳”이 아니라 “기준을 충족한 범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곳”을 고르는 체계로 가야 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반영한 교복 모델 다양화도 병행해야 한다. 시흥능곡고 사례가 보여주듯, 정장형 교복 일변도에서 벗어나 생활복 중심의 편한 교복으로 전환하면 가격 부담과 활용도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복장 변화가 아니라, 교복을 교육 통제의 상징이 아니라 학생 생활을 지원하는 공공재로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특히 성장기 학생들에게 실용성과 재구매 부담을 함께 고려한 교복 체계는 복지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크다. 제도는 획일적 가격 통제가 아니라, 합리적 가격과 실용적 모델의 결합으로 진화해야 한다.


넷째, 재사용 순환 체계를 제도권 안으로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남양주의 교복은행처럼 검수와 세탁을 거친 교복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모델은 단순한 보조 사업이 아니라, 교육복지와 자원순환을 결합한 정책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새 교복 지원 중심의 제도에 재사용 플랫폼을 보완적으로 결합하면, 학부모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의 참여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교복은행은 저소득층 지원, 친환경 정책, 지역 자원봉사 활성화와도 맞물릴 수 있어 정책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다섯째, 교복 가격의 불투명성을 줄이기 위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학교별 낙찰률, 계약 금액, 품질 기준, 추가 부담 발생 여부를 비교 가능한 형태로 공개하면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투명해질 수 있다. 공공 예산이 들어가는 영역일수록 정보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가격 편차가 크다는 사실만 반복해서 지적할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구조적 차이가 발생하는지 드러내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결국 무상교복 논란의 핵심은 ‘지원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미 사회는 교복비 경감이 공공의 역할이라는 점에 상당 부분 합의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선의를 어떻게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제도로 만들 것이냐다. 양주시의회의 건의안이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단지 예산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지금의 구조로는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무상교복은 좋은 제도다. 그러나 좋은 취지만으로는 좋은 정책이 완성되지 않는다.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가격 구조는 더 투명해야 하고, 지원 효과는 더 균등해야 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체감 만족도는 더 높아져야 한다. 이제 경기도와 교육청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학교별 편차를 방치한 채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구매 구조와 품질 기준, 재사용 체계까지 아우르는 개편에 나설 것인가. 무상교복의 다음 단계는 지원 확대가 아니라 구조 혁신이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교복값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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