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기지촌 역사와 평화의 기억 탐방… ‘동두천 평화기억여행’ 8월 1일 개최한다

경기 동두천에서 열리는 ‘평화기억여행’은 단순한 지역 답사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요산과 걸산동, 보산동, 그리고 옛 성병관리소에 이르기까지 동두천의 공간을 따라 걷는 이번 여정은 한 도시의 풍경 뒤에 가려져 있던 분단과 기지촌의 역사를 다시 마주하게 한다. 익숙한 지명과 골목, 오래된 건물들이 사실은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국가폭력, 지역의 희생을 품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탐방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공적 기억을 회복하는 시민적 실천에 가깝다.
동두천은 오랜 시간 국가 안보와 주한미군 주둔의 부담을 지역 차원에서 감당해온 도시다. 그러나 그 역사적 무게에 비해, 이곳의 기억은 충분히 공론화되거나 온전히 보존되지 못한 측면이 적지 않다. 공여지 반환 문제,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 침해,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은 모두 동두천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구조적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런 문제를 과거사나 특정 지역의 사안으로만 축소해 바라본다. 이번 평화기억여행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거리를 좁히는 데 있다. 현장을 직접 걷고, 설명을 듣고, 공간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추상적인 역사 인식을 구체적인 사회적 책임의 문제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이번 코스에 포함된 옛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오늘의 우리에게 가장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장소 중 하나다. 이 공간은 단지 낡은 시설이 아니라, 국가와 제도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지역의 아픔을 방치했던 시대의 증언이다. 최근 이 공간을 둘러싸고 보존과 철거, 개발 논쟁이 이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개발의 필요성을 말하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공간은 단순한 부지나 건물이 아니라, 사회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 된다. 성병관리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결국 동두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인권과 역사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다.
예술 전시와 현장 답사를 결합한 이번 기획의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역사 교육은 때로 지나치게 정보 중심이 되기 쉽고, 예술 감상은 현실과 분리된 정서적 체험으로 머물기 쉽다. 그러나 두 영역이 만날 때, 기억은 보다 깊고 넓게 작동한다. 전시가 감각과 상상을 열어준다면, 답사는 구체적 장소성과 현실의 무게를 더한다. ‘산과 소리 사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풍경과 역사, 감각과 증언 사이를 오가며 평화라는 가치가 결코 추상적 구호가 아님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이런 프로그램은 지역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 지역의 정체성은 화려한 개발 계획이나 외형적 성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곳이 지나온 시간과 감당해온 희생,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려는 공동체의 의지가 함께 쌓일 때 비로소 도시의 품격이 만들어진다. 동두천의 평화기억여행은 바로 그런 점에서 지역의 역사와 시민의식을 연결하는 작지만 뜻깊은 시도다. 기억을 외면한 발전은 쉽게 공허해지고, 성찰 없는 개발은 공동체의 뿌리를 약하게 만든다.
폭염 속 야외 답사라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준비와 안전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것은 기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제대로 직시하고 다시는 같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감수성을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자란다. 그런 의미에서 동두천의 기억을 걷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어떤 역사를 남길 것인지 묻는 일이다.
도시는 건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그곳을 살아낸 사람들의 고통과 침묵, 저항과 회복의 흔적이 함께 도시를 만든다. 동두천 평화기억여행은 바로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깨워준다. 잊지 않으려는 발걸음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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