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들어가며: 무죄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2026년 2월 10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홍용 전 영북면장에게 국가보안법 등 3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서 울려 퍼진 그 두 글자는, 13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는 침묵했다. 포천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검찰은 — 놀랍게도 — 상고를 택했다.
무죄 판결은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었다. 포천지역 노동계가 포천시청 앞에 다시 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첫 번째 분노: 검찰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항소심 판결문은 무죄의 이유를 상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검찰이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당사자 이홍용 전 면장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실질적 반박 없이, 2014년 1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공소장의 표현만 일부 바꿔 상고이유서를 냈다."
12년 전 공소장을 재탕한 상고이유서. 이것이 대한민국 검찰이 무죄 판결에 맞서는 방식이다. 새로운 논거도, 새로운 증거도 없다. 오직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이것은 정의의 추구인가, 아니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기관의 자존심 싸움인가. 검찰권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무죄가 명백해진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정의 구현이 아니라 국가 자원의 낭비이자 한 시민에 대한 지속적 가해다.
◇ 두 번째 분노: 포천시는 공범이었는가
이 사건에서 포천시의 역할은 단순한 방관이 아니었다. 이홍용 전 면장은 명확히 말한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당시 포천시 고위 공무원들의 위증이 있었고, 포천시도 행정절차라는 이름으로 비판 없이 가담했다."
행정절차라는 이름으로 가담했다. 이 표현을 곱씹어야 한다. 한 공무원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어 13년을 싸우는 동안, 그가 몸담았던 조직은 그를 지키기는커녕 절차의 이름으로 그를 짓밟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직위 박탈, 급여 손실, 인사기록상의 오점 — 이 모든 행정적 불이익은 단순한 절차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권력이 한 개인에게 가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의 흔적이다.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포천시는 무엇을 했는가. 공식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인사기록 정정 조치 하나 없었다. 이것이 포천시가 선택한 침묵의 의미다. 그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또 다른 가담이다.
◇ 세 번째 분노: 13년은 숫자가 아니다
2002년 공무원직장협의회 시절부터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헌신했던 한 공무원.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 당시 포천시지부에서 유일하게 참여했다가 해임과 복직을 겪었던 사람. 그 이후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노조를 정상화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동료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웠던 사람.
그 사람이 13년 넘게 재판을 받아야 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한 인간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라. 그것은 단순한 법적 분쟁의 기간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국가의 낙인을 달고 살아야 했던 날들이다. 직장 동료들의 시선, 가족의 고통, 사회적 고립 — 법정 밖에서 이미 집행된 형벌이 그것이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의 칼은 유죄 판결 없이도 충분히 사람을 벨 수 있다. 기소 그 자체가 이미 처벌이었다. 수사 그 자체가 이미 낙인이었다. 그리고 그 낙인의 책임을 지는 자는 아무도 없다.
◇ 네 번째 분노: 국가보안법, 이제는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은 이홍용 전 면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운동에 헌신한 공무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이 사건은, 노동권과 국가권력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 권리를 행사한 사람에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이 향했다면, 우리는 그 칼이 왜, 누구를 향해 휘둘러졌는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안보를 위한 법이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용된다면, 그것은 법의 타락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와 검찰권 행사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시작되어야 한다.
◇ 노동계의 요구: 세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포천지역 노동계는 분명히 요구한다.
첫째, 검찰은 즉각 상고를 취하하라.
실질적 반박도 없는 상고는 정의가 아니라 집착이다. 한 시민의 삶을 더 이상 소모품으로 취급하지 말라.
둘째, 국가와 포천시는 공식 사과하고 실질적 피해를 회복하라.
직위, 급여, 인사기록 — 행정이 가한 모든 불이익을 원상복구하라. 말뿐인 유감 표명이 아니라, 제도적이고 실질적인 회복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셋째, 이 사건을 개인의 불운으로 묻지 말라.
이홍용 전 면장의 사건은 포천이라는 지역사회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함께 반성해야 할 국가폭력의 기록이다. 제도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 천병삼 사무차장의 말이 오래 남는다.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는 이 전 면장이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는 날까지 함께하겠다."
이것이 노동운동의 본질이다. 혼자 싸우게 두지 않는 것. 13년을 버텨온 한 사람 곁에 끝까지 서 있는 것.
국가가 외면할 때, 조직이 침묵할 때, 노동계는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다.
이홍용 전 면장의 완전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포천시청 앞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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