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7억 남긴 의정부시, 15억 없어 ‘1호선 지하화’ 포기했나”

선거가 다가오면 도시는 숫자로 말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예산을 들이밀고, 누군가는 결산서를 펼쳐 보이며, 또 누군가는 “기회를 놓쳤다”고 외친다. 이번 의정부시장 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1호선 지하화 논란도 그렇다. 안병용 예비후보가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단순하다. 의정부시는 정말 돈이 없어서 사업을 접은 것인가, 아니면 할 마음이 없어서 접은 것인가.
정치적으로 보면 매우 노련한 질문이다.
그리고 행정적으로 보면 매우 불편한 질문이다.
안 예비후보는 현 시정부가 경기도의 철도 지하화 비전 사업 신청 과정에서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비판한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487억 원의 순세계잉여금과 15억~20억 원 수준의 시 부담 용역비다. 이 숫자의 대비는 강력하다. 수백억 원을 남긴 도시가 수십억 원도 아닌 10억 원대 예산이 없어 장기 국책사업의 입구조차 들어서지 못했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그것이 재정의 문제였는지, 판단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책임의 문제였는지 묻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 예비후보의 주장이 선거용 언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그 주장이 시민들에게 그럴듯하게 들릴 만한 행정 공백이 실제로 존재했느냐는 점이다.
정치는 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은 비워 둘 수 없다.
만약 현 시정부가 “용역비 부담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의 근거는 훨씬 더 일찍, 훨씬 더 상세하게 설명됐어야 했다. 지하화 사업이 왜 어려운지, 어떤 재정적 위험이 있는지, 경기도 지원만으로는 왜 부족했는지, 향후 재도전 가능성은 있는지 시민 앞에 차분히 제시했어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사업이 빠지고 난 뒤에야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 나온다면, 그것은 행정 판단이라기보다 사후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철도 지하화 같은 사업은 단순한 토목 공약이 아니다. 도시 단절을 해소하고, 상권과 주거 구조를 바꾸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골격을 재편하는 문제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검토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 관문에조차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인상을 준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형 사업은 무조건 추진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한 듯한 태도 역시 무책임하다.
안 예비후보가 이번 메시지에서 영리했던 지점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하화를 하겠다”고만 하지 않았다. ‘전임 시정의 성과를 지우려 한 것 아니냐’, ‘110년 숙원을 왜 외면했느냐’, ‘행정은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되게 하는 길을 찾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함께 걸었다. 이는 단순한 공약 경쟁이 아니라, 현 시정부의 행정 철학 자체를 겨냥한 공격이다. 쉽게 말해 “못한 것”의 문제가 아니라 “안 한 것”의 문제로 쟁점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현 시정부는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도 비판받고, 의지가 부족했다고 보여도 더 크게 비판받는다.
하지만 선거는 원래 그렇다.
행정이 설명하지 못한 공백을 정치가 파고든다.
다만 유권자도 한 가지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안 예비후보의 주장 역시 어디까지나 정치적 해석과 공약의 언어라는 점이다. 15억~20억 원의 용역비만 있으면 곧바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처럼 단순화할 수는 없다. 철도 지하화는 법, 재정, 중앙정부 계획, 사업성, 광역 연계성 등이 복잡하게 얽힌 초대형 과제다. “즉시 복원”이라는 표현은 결기의 언어일 수는 있어도, 곧바로 현실이 되는 행정 언어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밀한 로드맵을 제시하느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이 현 시정부에 뼈아픈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은 본래 결과가 없더라도 과정은 보여줘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종 반영에 실패했더라도, 최소한 “왜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고, 어디까지 협의했고, 왜 이번에는 포함되지 못했는지” 정도는 시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했어야 했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빈자리는 늘 가장 공격적인 해석이 채운다. 지금 벌어지는 일도 정확히 그렇다.
결국 이번 1호선 지하화 논란은 철도 공약의 경쟁인 동시에, 도시 행정의 태도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거창한 선언문이 아니다. 누가 더 절박하게 도시의 미래를 설계했는지, 누가 더 집요하게 기회를 붙잡으려 했는지, 누가 더 솔직하게 불가능과 가능의 경계를 설명했는지다.
15억이 정말 없어서였는가.
시민은 이제 그 말보다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혹시 돈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선거는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구호가 아니라 기록으로, 비난이 아니라 계획으로, 공격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으로 증명돼야 한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의정부시
more +단체
more +-
금감원 공시 개편에 삼천당제약 ‘프로핏 쉐어’ 재평가… ‘진가’ 고개를 들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및 이익배분 ... -
포천 신북면 ‘포담장터’ 7월 11일 개장… 먹거리·공연·나눔밥상까지 풍성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포천 신북면 ... -
[메트로기획] 붓끝에 되살린 소동파의 철학
소동파(蘇軾)의 대표 산문 〈전적벽부(前赤壁賦)〉가 이종훈 포천문화원장의 필치로 대형 서예 작품으... -
[메트로기획] 모수국과 무지랭이골에 대한 연구 ①
경기 의정부시 고산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예방 프로그램 ‘웃음빵빵 두뇌짱짱’ 수업 시간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