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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천 농촌의 ‘10년 설계’, 구상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의 밀도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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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 농촌 '10년 대계' 짠다… 주민 28인 '공간 재구조화' 협의체 가동
  • 14개 읍면동 대표 참여, '일터·쉼터·삶터' 재생 추진… 내촌면 성공 모델 확산 주력

3-1 포천시, 농촌공간 재구조화 주민협의체 출범.jpg

 

3-2 포천시, 농촌공간 재구조화 주민협의체 출범.jpg


경기 포천시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주민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얼핏 보면 또 하나의 행정계획 수립 절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논의는 단순한 회의체 출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10년간 포천 농촌의 공간 질서와 정주 여건, 지역 활력의 방향을 어떻게 다시 짤 것인가를 묻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정책은 더 이상 단순한 개발사업에 머물지 않는다. 인구 감소, 고령화, 생활기반 약화, 난개발, 유휴시설 증가 같은 복합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 농촌은 생산 공간인 동시에 생활 공간이고, 환경과 공동체가 유지돼야 하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포천시가 농촌공간 재구조화 정책을 통해 생산·생활·환경 기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일터·쉼터·삶터’로서의 농촌을 다시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책 방향 자체로는 타당하다.


특히 이번 주민협의체가 **14개 읍면동에서 추천된 주민대표 28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농촌정책은 행정이 책상 위에서 계획만 세운다고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 필요한 기반시설, 보전해야 할 자원, 피해야 할 개발 방식이 반영돼야 실효성이 생긴다. 주민자치회와 이·통장협의회 등 지역 대표들이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현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주민 참여가 곧바로 좋은 계획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협의체가 상징적 기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실제 계획에 반영되는 구조가 분명해야 한다. 주민 의견이 듣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선순위 결정과 특화지구 후보 발굴, 공간 재편 방향 설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 참여’는 흔한 행정 수사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책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내촌면 농촌공간정비사업** 경험과의 연결이다. 포천시는 지난해 내촌면이 농림축산식품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국비를 포함한 사업비를 확보한 바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 자산이다.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포천시가 농촌공간 정비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해 본 경험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경험은 향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현실성을 높이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지역의 성과가 곧 전 지역의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 내촌면 모델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읍면에 기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포천은 지역별 여건 차이가 적지 않다. 어떤 곳은 농업 생산 기반이 핵심이고, 어떤 곳은 주거 여건 개선이 급하며, 또 어떤 곳은 환경 보전과 난개발 관리가 더 시급할 수 있다. 결국 농촌공간 재구조화의 성패는 ‘모범사례 복제’가 아니라 **지역별 맞춤 설계**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향후 계획 수립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설정**,  

다른 하나는 **재정과 사업 우선순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배분할 것인지**다.


농촌공간 정책은 흔히 ‘활력’과 ‘재생’이라는 긍정적 언어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문제를 동반한다. 정비해야 할 시설, 유지해야 할 마을, 집약해야 할 기능, 특화해야 할 공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언제나 이해관계 충돌을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획의 완성도는 선언의 화려함보다, 이런 갈등을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느냐에서 드러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농촌공간 재구조화가 단지 농촌 경관 정비 사업으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농촌은 보기 좋은 농촌과 같지 않다. 도로와 주차장, 생활SOC, 보건·복지 접근성, 대중교통, 돌봄, 청년 정착 여건, 빈집과 유휴시설 활용까지 함께 엮여야 비로소 정주환경 개선이라 부를 수 있다. 만약 정책이 일부 시설 정비나 경관 개선에만 머무른다면 ‘재구조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포천시가 이번 계획을 “앞으로 10년간 포천 농촌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는 뜻이다. 10년 계획은 길다. 그 긴 시간을 버티려면 행정 수장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서 간 연계,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중앙정부 사업과의 접목, 주민 수용성, 실행 가능한 연차별 로드맵이 함께 따라야 한다. 계획은 세우기 쉽지만, 유지하고 실행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정책 시도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적어도 포천시가 농촌 문제를 개별 사업의 집합이 아니라, 공간 구조 전체를 다시 짜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농촌의 미래를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재설계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필요한 변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주민협의체가 형식이 아닌 실질이 되어야 하고,  

내촌면 사례는 참고가 되되 정답처럼 소비돼선 안 되며,  

기본계획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로드맵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포천 농촌의 미래는 회의실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좋은 미래도 오지 않는다.  

이번 주민협의체 출범이 또 하나의 절차로 끝날지, 아니면 포천 농촌의 방향을 실제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는 결국 앞으로의 실행이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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