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26년 3월 21일 포천 영중면 영평리 일대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사격장) 폐쇄와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도보순례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 집회는 단순한 일회성 시위라기보다, 포천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사격장 갈등이 다시 지역사회 전면으로 올라왔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 문제를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쪽 주장만으로 사안을 단순화하는 일이다. 주민 피해를 강조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현실이고, 훈련장 운영 필요성을 내세우는 국방 논리도 현실이다. 문제는 이 두 현실이 수십 년째 충돌하는 동안, 정작 포천 시민의 일상은 늘 후순위에 놓여 왔다는 점이다.
영평사격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군 사격장 갈등 사례로 거론돼 왔다. 연합뉴스는 2025년 3월 보도에서 영평사격장을 경기북부의 주요 사격장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1988년 이후 접수된 주민 피해가 70여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천의 사격장 문제가 단순한 인식 충돌이 아니라, 실제 생활권 침해와 안전 우려가 축적된 사안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단체가 소음과 도비탄 위험, 정주권 침해를 다시 쟁점화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격장 인근 주민 입장에서 훈련은 국가안보의 언어로 설명되더라도, 일상에서는 소음과 불안, 재산권 제약, 지역 낙인으로 체감되기 쉽다. 주민들에게 사격장은 추상적 안보시설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바꾸는 구체적 존재다. 따라서 사격장 폐쇄나 이전 요구가 반복되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라기보다, 오랜 누적 피해가 만든 지역사회의 구조적 반응에 가깝다.
반면 국방부의 입장도 분명 존재한다. 국방부는 2024년 10월 14일 포천시, 5군단, 지역 범시민대책위원회와의 양해각서를 근거로 “영평사격장에서 모든 주한미군 훈련을 정상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국방부가 영평사격장을 단순한 지역시설이 아니라, 한미연합 방위태세 차원에서 유지돼야 할 훈련 공간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국방부의 기본 인식은 ‘갈등이 있어도 운영은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갈등은 더 날카로워진다. 주민은 “왜 포천만 계속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고, 국방 당국은 “훈련 공백은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한다. 어느 한쪽의 문장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실제로 과거에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은 있었지만, 주민 불안은 반복돼 왔다. 2017년 민가에서 발견된 탄환이 영평사격장에서 발사된 유탄으로 확인됐을 당시에도 주민들은 사격장 이전·폐쇄 등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포천시의 위치는 그 사이에서 더 복잡하다. 포천시는 군 사격장 주변 지역 갈등관리 및 발전방안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어 주민지원 사업과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는 시가 단순히 반대 구호만 반복하기보다, 피해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상과 발전 대안을 찾으려 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동시에 포천시는 6군단 부지 반환, 기회발전특구 추진, 국방 관련 산업 유치 등 지역 발전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포천시는 2023년 7월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계획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며, 이를 첨단 방위산업과 드론 클러스터 조성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 포천시의 기존 공식 태도는 일관되게 ‘군 관련 시설 전면 배척’보다는, 주민 피해는 줄이되 지역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할 부분은 활용하겠다는 실용적 접근에 더 가까웠다.
이 점에서 시민단체의 요구와 포천시의 행정은 결이 조금 다르다. 시민단체가 폐쇄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포천시는 피해 저감과 보상, 그리고 지역발전 카드까지 함께 고민하는 입장에 서 있다. 국방부는 훈련 보장에 무게를 두고, 포천시는 주민 수용성과 지역 미래를 동시에 계산하며, 시민단체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셈이다. 지금의 갈등은 이 세 축이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공간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더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 집회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를 단순한 반미 시위나 정치적 구호 집회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반대로 모든 군사 훈련을 무조건 주민 탄압으로 규정하는 것도 해법이 되지 못한다. 핵심은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소음은 실제 얼마나 발생하는가, 안전사고 위험은 어떻게 관리되는가, 주민 통보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피해 보상과 지역 지원은 충분한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전·축소·조정 가능성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할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에 와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진영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다.
국방부는 ‘훈련 정상화’만 말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소통·보상 체계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포천시는 발전론과 안보론 사이에서 모호한 중재자에 머물기보다, 시민의 정주권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협상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단체 역시 구호를 넘어 폐쇄 또는 기능 조정 이후의 현실적 대안까지 제시할 때 더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영평사격장 문제는 결국 포천이 어떤 도시여야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지역의 희생을 무한정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안보 현실을 없는 일처럼 취급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포천 시민의 삶을 가장 중심에 놓고 말하느냐다.
이번 3월 21일 도보순례가 남길 가장 큰 질문도 바로 그것일 것이다.
포천은 더 오래 참아야 하는 도시인가, 아니면 이제는 국가가 먼저 답해야 하는 도시인가.
그 질문 앞에서 국방부도, 포천시도, 시민단체도 더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의정부시
more +단체
more +-
금감원 공시 개편에 삼천당제약 ‘프로핏 쉐어’ 재평가… ‘진가’ 고개를 들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및 이익배분 ... -
포천 신북면 ‘포담장터’ 7월 11일 개장… 먹거리·공연·나눔밥상까지 풍성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포천 신북면 ... -
[메트로기획] 붓끝에 되살린 소동파의 철학
소동파(蘇軾)의 대표 산문 〈전적벽부(前赤壁賦)〉가 이종훈 포천문화원장의 필치로 대형 서예 작품으... -
[메트로기획] 모수국과 무지랭이골에 대한 연구 ①
경기 의정부시 고산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예방 프로그램 ‘웃음빵빵 두뇌짱짱’ 수업 시간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