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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까운 곳을 더 이상 멀게 두지 않는 일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24 0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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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경쟁력은 결국 생활권 연결에서 나온다...작은 도로 하나가 보여준 포천의 과제
  • 신북 기지~일동 길명 도로가 보여준 것, 도시 경쟁력은 결국 생활권을 얼마나 제대로 잇느냐에 달려 있다

기지-길명.png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와 일동면 길명리를 잇는 2.89km 도로 신설사업이 경기도 관광형 도로 핵심사업에 반영됐다. 겉으로 보면 지방도의 한 구간이 새로 놓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의미는 단순한 도로 신설에 머물지 않는다. 산과 아트밸리에 가로막혀 약 10km를 우회하고 10분 이상 돌아가야 했던 생활권의 단절을 바로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을 두고도 멀리 돌아가야 했던 현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지역 인프라가 시민의 일상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기지리와 길명리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주민들에게는 눈앞의 마을이 곧장 닿을 수 없는 공간이었고, 일상적 이동은 늘 우회와 시간 손실을 전제로 해야 했다. 장을 보러 가는 길, 병원을 찾는 길, 행정기관을 이용하는 길,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 모두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다. 이런 구조는 단지 몇 분의 낭비가 아니다. 지역 주민에게는 누적된 피로이며, 생활권의 심리적 거리감이고, 도시 내부 연결망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문제다.


이번 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도로가 개설되면 두 지역은 3분 안팎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몇 분 줄어드는 것이 대수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역의 삶에서는 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 그 몇 분은 시민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생활권을 더 가깝게 만들며, 의료·행정 서비스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변화로 이어진다. 결국 길은 단지 차가 다니는 통로가 아니라, 시민의 시간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다.


더 주목할 점은 경기도가 이 노선을 관광형 도로로 분류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 도로가 단순한 주민 편의 사업이 아니라, 포천 내부의 관광 동선과 지역경제 흐름까지 함께 바꿀 수 있는 기반시설이라는 뜻이다. 포천아트밸리를 비롯해 일동·이동권 관광 자원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관광객에게는 이동 편의를, 지역에는 체류 효과와 소비 확대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 생활권과 관광권을 함께 잇는 도로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포천의 경쟁력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포천이 정말 새겨야 할 교훈은 도로 한 구간의 반영 그 자체보다, 도시 경쟁력은 결국 생활권을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포천은 넓은 면적과 분산된 정주 구조를 가진 도시다. 이런 도시일수록 광역교통망 못지않게 내부 연결도로, 생활 SOC, 의료·복지·문화 접근성 같은 기초 인프라가 중요하다. 바깥으로 빨리 나가는 길도 필요하지만, 안에서 덜 불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더 절실하다.


그동안 포천은 크고 화려한 개발 담론 속에서 미래를 말해 왔다.  

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는 거창한 청사진보다 실제로 편해진 길, 덜 돌아가도 되는 동선, 더 쉽게 닿을 수 있는 생활권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기지~길명 도로는 작은 사업이 아니라, 포천이 앞으로 어떤 인프라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개발의 속도보다 연결의 밀도, 외형의 확장보다 생활의 효율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계획을 실제 변화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도로가 계획에 반영됐다는 사실만으로 시민의 불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차별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실제 개설로 이어져야 비로소 이 사업의 의미가 완성된다. 동시에 포천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끊긴 생활권을 잇는 도로망과 생활 인프라 확충을 함께 묶는 더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좋은 도시는 멀리 뻗어가는 도시이기 전에, 가까운 곳을 더 이상 멀게 두지 않는 도시여야 한다.  

포천 기지~길명 도로가 던진 질문도 여기에 있다. 시민이 당연한 듯 감수해온 우회의 시간을 줄이는 일, 그 시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일, 그리고 그런 작은 연결을 통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 포천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마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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